"독창적 가치창조 기회무궁"(참다래유통사업단, 정운천)
<한국농업경영을 빛낼 사람들 / 정운천 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
“농업은 독창적 가치창조 기회 무궁무진”
“공급과잉시대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고, 소비자 니즈에 맞춰 준비하고 기획하려면 모두가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농업은 생명체 경영으로 더 많은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차별화하고 가치창조를 할 수 있습니다.”
정운천 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은 농업경영의 필요성과 농업경영에 따른 기대효과를 이 같이 설명했다. 정운천 회장은 거센 개방파고로 국내에서 재배되던 열대과일이 속속 사라지는 가운데 외국 품종인 ‘키위’를 국내에 들여와 ‘참다래’라는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콜럼버스적인 사고로 재래시장 뒷 구석에서나 판매되던 흙 묻은 고구마를 세척 포장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면서 백화점 매장에 올려 기호·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시킨 장본인이다.
거북선농업을 주장하는 정운천 회장은 “농업은 내면적으로 들어가 보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며 “10년 후, 20년 후를 준비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농업에도 경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지 벌써 10년 이상이나 됐습니다. 왜 농업에 경영이 필요합니까?
“지금은 공급과잉시대로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입니다. 생산만이 전부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개방화로 외국농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공급과잉 속에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생산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입니다.
농산물도 단순한 산물생산이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경제재 개념이 도입돼야 합니다. 소비자 니즈에 맞게 준비하고 기획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두다 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 농업에 있어서의 경영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농업경영이 일반경영과 다른 점은 생명체를 다룬다는 것입니다. 농업은 생명체 같은 것으로 일반기업의 경영보다도 더 많은 경영기법이 도입돼야 합니다. 농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하며, 부패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경영기술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차별화하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농업경영은 바로 생명체 경영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경영철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첫째는 리더십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농민, 조합원, 조직원에 대한 신뢰입니다. 둘째, 솔선수범하는 정신입니다. 셋째, 열정을 갖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은 출범 후 10년은 ‘정성’을, 그 이후 10년은 ‘가치창조’를 사훈으로 정했습니다. 가치창조는 출범 25년이 된 지금도 참다래유통사업단의 사훈입니다. 이를 통해 참다래와 세척포장 고구마가 나왔고, 앞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농업의 가치로는 개방화시대에 대항할 수 없는 실정으로 새로운 가치창조가 농업 경쟁력의 알파이고 오메가 입니다.”
- 참다래유통사업단을 경영하면서 중점을 두는 점을 좀더 듣고 싶습니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이 지향하는 방향은 가치창조입니다. 가치창조를 위한 방안은 경쟁력 강화와 전략적 접근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국산 농산물은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참다래나 고구마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경쟁력은 차별화를 통해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람, 조직, 시스템, 인프라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전략적인 부문은 연중 생산이 가능한 주년화, 독창적 창조를 근간으로 하는 차별화, 전문화, 특화, 그리고 브랜드화, 즉 ‘5화 전략’으로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참다래는 생존전략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도무지 이기기 어려운 명랑대첩에 死卽生(죽으려고 하면 산다)” 전략으로 임해 대승을 거뒀습니다. 참다래는 가격경쟁력이 없는 가운데 신뢰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고구마는 거북선전략의 산물입니다. 거북선은 목선에 덮개를 씌우는 차별화 전략으로, 내부 약점을 보완하고 외부 강점은 극대화한 것입니다. 즉, 고구마를 세척하고, 색깔을 내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포장을 해 새로운 컨셉으로 기호·건강식품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거북선은 제조전략이지요.”
- 거북선을 운용하는 전략이 궁금합니다.
“거북선 운용전략은 바로 판매인데 타깃마케팅입니다. 출하 처를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거북선을 강한 강점을 살려 강력한 마케팅 드라이브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돌파를 하는 노하우를 들려 주십시오.
“때때로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됩니다. 죽음의 계곡에 빠졌을 때 자신의 역량으로 한번 정도는 뛰쳐나올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두 세 차례 계속해서 발생하면 에너지가 떨어져 망하게 됩니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은 죽음의 계곡에서 서너 번 빠져 나왔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자기쇠뇌가 필요합니다. 둘째, 자금문제, 대 정부문제, 문제가 있는 상대방 등과 관련된 주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은 한·칠레 FTA에 따른 키위 수입급증, 세척·포장 고구마개발에 따른 자금난, 회사 화재, 태풍 ‘올가’ 피해 등으로 죽음의 계곡에 빠졌을 때 뉴질랜드 키위수입에 개입하기도 했고, 농협 신용보증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경제부를 찾아 제도를 고치는 과정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체는 내부적으로 죽음의 계곡과 항상 같이 갑니다. 리더의 의지와 사명, 열정이 뒷받침돼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경영을 하면서 느끼는 애로점은 무엇입니까?
“먼저 제도적인 측면에서 경영을 하고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뒷받침이 안돼 있습니다. 정책도 농가와 농민중심에서 경영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안 바뀌고 있습니다. 영농조합을 만들었지만 장단기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기구도 하나 없는 실정입니다.
두 번째는 농업경영을 맡고 있는 농협, 영농조합, 작목반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안돼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클러스터 얘기를 하는데 농업관련 경영체간에 빨리 힘이 모아져야 합니다.
셋째로 경영 로드맵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직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죽음의 계곡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대는 시장경제체제에서의 경쟁을 요구하는데 농민은 경영구조도 작고 마인드도 부족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산업자본화에 대한 논의도 없었고, 경영주체를 키우지 않은 것도 안타깝습니다.”
- 농업인들에게 농업경영과 관련 전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 입니다. 기존의 농업적 개념으로 외피를 보면 위기이지만 바닥을 기는데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게 너무도 많습니다.
농업은 생산만이 아닌 입체적 산업이고, ‘6차 산업’ 입니다. 수확 후 가공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관광산업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농업입니다. 얼마든지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미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체적으로 패배주의에 기가 죽어 있는 실정으로 물러서면 설 땅이 없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0년 전 황무지에 말뚝을 박아 세계 최고의 조선국가가 됐습니다. 최대의 암은 스스로의 패배주의 입니다. 적극적인 생존전략으로 나설 때 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93~94%를 차지하는 일반 국민의 농업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농업은 삽과 괭이로 하는 산업이 아니라 식품산업이며, 가치를 창조하는 게 바로 농업입니다. 일반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자녀들을 농과대학에 보내지 않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농대가 법대나 상대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 농업은 새 인력을 흡입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농업의 위기는 국민들이 농업을 잘못 보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농업을 홀대해서는 안 됩니다.”
- 앞으로 농업인이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10년 후, 20년 후 농업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면 일본과 중국에서 고품질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인구가 3~5억 명은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앞으로 10년 후 그 같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 정운천은 누구인가?
1954년 생으로 남성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졸업 이듬해인 1981년 키위 재배를 시작으로 농업에 투신했다.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국내에서 재배되던 열대과일이 사라진 가운데 참다래유통사업단 설립을 통해 뉴질랜드 키위를 국내에 ‘참다래’로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재래시장 구석에서 흙 묻은 채 판매되던 고구마를 세척 포장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기호·건강식품으로 변신을 시키는 콜럼버스 적인 사고로 고구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덮개라는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해 목선과 차원이 다른 거북선이 탄생한 것처럼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농업의 독창적인 가치 창출을 국내 농업의 발전방향으로 제시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됐으며, 농업인CEO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출처] 농업경영 비즈니스 성공조건2/ 참다래유통사업단농업은 독창적 가치창조 기회 무궁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