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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곳간지기1 2010. 10. 1. 22:25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서강대) -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마디 못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 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근심 걱정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 [참고] '그래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구약성경 하박국 3:17~18)." : 수준높은 감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