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스크랩] 국제 쌀값 급등, 우리의 식량안보는?

곳간지기1 2008. 4. 5. 23:40

국제 쌀값 급등, 우리의 식량안보는?

 

총선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뉴스들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이겠지만, 국제 쌀값이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구촌 식량 위기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 쌀값이 1년 동안 배 이상 오르는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 인도분 쌀 가격은 장중에 전날보다 2.8% 상승한 100파운드당 20.35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CBOT에서 쌀 가격은 지난해에 33% 오른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만 42%가 오르는 등 작년 이후 배로 상승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7%에 불과

국제 쌀값 상승은 쌀 수요 증가 전망에 따른 수출 통제와 함께 밀(1년간 배 이상 상승), 옥수수(1년간 71% 상승), 콩(1년간 64% 상승) 등 주요 식량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데일리가 로이터통신을 인용한 보도에서는 쌀 가격의 기준이 되는 태국 쌀값이 3월 27일 톤당 760달러에 거래됐는데 이것은 하루 전인 3월 26일의 580달러보다 무려 30% 이상 뛴 가격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우리나라야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국제 쌀값이 오르든 내리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맞다. 우리나라는 쌀에 관한 한 배부른 나라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식량 사정도 결코 녹록한 것은 아니다. 주요 곡물별 자급률이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2006년 기준, 농민신문 자료)

식량

옥수수

콩류

전체

자급률

99.4%

0.2%

0.8%

11.3%

27%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날마다 먹는 밥은 이 땅에서 생산한 쌀로 만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자장면이든 국수든 라면이든 분식류는 밀가루를 거의 100% 외국에서 들여왔다고 보면 된다. 극장에 가면 으레 사는 팝콘이나 가장 우수한 발효식품이라고 자랑하는 된장도 그 원료는 물 건너 온 것이 대부분이다. 소·돼지·닭 등 축산용 사료 역시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전체 식량 자급률은 27%에 불과한 것이다.


방치할 수 없는 발등의 불, 농업과 농촌 붕괴

더 심각한 것은 우리의 식량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거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급속한 농지 잠식과 농가인구 고령화가 농업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농지 면적 감소 추이(농민신문 자료)

연도

1968년

1997년

2007년

면적

232만㏊

192만㏊

178만㏊


우리나라의 농지 면적은 1968년을 기준으로 할 때 1997년까지 29년 동안 40만㏊가 감소했고, 다시 10년 후인 2007년까지 추가로 14만㏊가 줄었다. 39년 동안 23%인 54만㏊, 그러니까 여의도 면적(850㏊) 630배 이상의 농지가 택지 및 공장부지 개발과 휴경 등으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는 연평균으로 따져도 해마다 여의도 면적 16배 이상의 농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농지 감소, 농민 고령화, 농업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

 

식량을 생산할 땅이 이처럼 줄어든 반면, ‘먹어 없애는 입’인 인구는 1970년 3,200만 명에서 현재 4,800만 명으로 정확히 50%가 늘었다. 더 심각한 것은 농지가 줄고 인구는 늘었음에도 정작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1,442만 명에서 330만 명으로 무려 1,112만 명(77%)이나 감소했는데, 그나마 머지않아 은퇴할 65세 이상 고령농민이 102만 명으로 31%나 되고 후계농업인력이 될 14세 미만 인구는 31만 명(9%)에 불과하다(물론 이들 중 절대다수는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로 진출한다).


1970~2007년 우리나라 인구 변화 추이(농민신문 자료)

구 분

총인구

농가인구

65세 이상 농가인구

14세 미만 농가인구

1970년

2007년

1970년

2007년

1970년

2007년

1970년

2007년

인구(명)

3,200만

4,800만

1,442만

330만

71만

102만

627만

31만

증감

1,600만(50%) 감소

1,112만(77%) 감소

31만(44%) 증가

596만(95%) 감소


당장은 농사짓는 사람이 있고 쌀 수급도 상황이 괜찮은 편이지만, 문제는 10년쯤 후부터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후계농업인력의 유입은 거의 끊어지고 농가인구의 고령화가 더욱 진전될 경우 농지가 있더라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쌀마저도 외국에서 사다 먹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식량은 무기…군사안보보다 더 중요한 식량안보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우리가 쌀마저 수입에 의존하게 될 때, 그때도 현재처럼 안심하고 풍족한 식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식량은 생산과 유통에 제약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군사무기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업생산은 무엇보다 자연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한 해 풍년이 들었다가도 이듬해 기상이변이나 병해충 창궐로 망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업이다. 언제 미국의 농장들이 허리케인에 쑥밭이 될지, 언제 중국의 곡창들이 가뭄에 말라비틀어질지, 언제 아프리카의 평원이 메뚜기들의 습격으로 폐허가 될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비교우위론을 들먹이면서 우리나라가 비싼 돈을 들여 쌀을 생산하느니 외국에서 싸게 수입해서 먹고 대신 공산품을 더 많이 수출하면 국가 전체로는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될 무책임한 주장이다. 기상이변 때문이든 병해충 때문이든 교역조건의 변화 때문이든, 쌀은 수입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항상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을 포기하면 한 숟가락의 밥을 얻기 위해 자존심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60만 국군을 유지하듯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군대를 두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당장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할지 모를 외부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식량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의 식량 사정이 언제 악화될지 알 수 없으므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하기 위해 선진국일수록 농업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한 쌀만이라도 지켜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국제 쌀값 폭등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농업과 식량문제를 생각해본다. 정부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정말 돈만 있으면 식량은 언제든 필요한 만큼 수입해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농업 회생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하며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시 호남이 바다를 통한 왜군의 북진을 막는 방어기지이기도 했지만, 호남의 곡식을 지켜야만 백성들이 먹고 살며 전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으리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가장 근원적인 고민은 먹고 사는 문제이다. 상사에게 깨지고 거래처에 자존심을 굽히면서도 버텨내는 것은 그것이 다름 아닌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냉장고는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먹을 것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농업을 버리면 자존심 잃는 것이다. (사진 제공 : 농민신문사)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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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졸필난필 잡문신문
글쓴이 : 몽당연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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