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식량위기의 시대 한국농업의 현실 (한영미)

곳간지기1 2008. 4. 7. 18:10

식량위기 시대, 한국 농업의 현실

한영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1.  뛰는 물가! 떨어지는 농산물 가격! 이중고를 겪는 농민

 

라면 100원 인상, 자장면 500원 인상, 비료값·사료값 인상 등 모든 것이 오르는 세상에 살면서 농민들은 더욱 소외감을 느낀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유독 국내 농산물 값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우스 3동을 비닐 씌우는데 비닐 값만 75만원, 그 안에서 겨우내 키운 시금치를 시장에 팔지도 못하고 갈아엎었다는 강원도의 한 여성농민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우리가 애그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는지, 과연 농민들이 곡물가 상승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언론의 선전이 진실인지 의문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년 동안 밀은 가격이 두 배나 올랐고, 옥수수는 작년에 비해 거의 50%가 뛰었으며 쌀은 20% 이상 상승하는 등 국제 곡물가는 오르는데 왜 농민들은 이익을 얻지 못하는지, 왜 우리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농산물을 팔 수 밖에 없는지? 영농자금을 대출받아 농사를 시작하는 요즘  농민들 시름은 예전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농업, 농민도 대접받고 살 날이 올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이야기하며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기에는 농민들도 살만할 것이라는 위안을 갖고 무조건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해마다 자기 암시를 하며 살아온 지 20여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식량위기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농민은 잔뜩 위축되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비료값, 사료값을 감당 못하고, 농사를 포기하는 현실은 참담할 따름이다”


   라면과 밀가루를 사재기하는 도시 서민들의 모습을 통해 식량위기가 현실로 느껴지고 있으나 정부는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는 농민들에게 가격인하라는 처방으로 임시방편에 불과한 정책들만을 쏟아놓고 있다. 일정 정도 숨통을 트고자 사료 대출금을 받기도 하지만 단기적으로 비료값, 사료값을 인하한다고 해서 전 세계에 불어 닥치고 있는 식량위기가 해결될까? 농업 본연의 임무인 먹을거리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나누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2.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식량위기가 축산 농가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2008년도의 세계 곡물생산량 예상은 미국, 중국, 캐나다, 브라질 등 소수 국가가 수출을 주도하여 약 20억 7,521만톤으로 작년대비 4.2% 상승하고 곡물소비량은 약 21억 254만톤으로 예상되는데 소비량이 생산량을 초과하여 기말재고량은 전년보다 8.1%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식량부족은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 초국적 자본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며 식물성 연료를 생산하겠다고 열대우림을 파괴하며 새로운 농경지를 찾아 나서고, 기존에 농사짓던 땅은 사막화 되어 농지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해진 상황 속에서도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국가들은 쌀과 콩과 기장 등으로 요리하던 전통적인 식습관을 바꾸어 육류를 소비하게 되면서 사료용 곡물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곡물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한 가지 원인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축산업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한국 농업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축산업계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1인당 육류소비량은 23%, 우유 소비량은 61%로 일인당 섭취 열량에서 축산물 비중은 9.4%, 단백질 섭취 비율은 22.3%를 차지하는 등(시선집중 GS&J) 소비량이 늘면서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그래도 살만했다고 하는데 요즘 축산농가의 시름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축산물 등급판정을 제대로 받기 위해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도입하고, 시설도 현대화하면서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해 놓았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사료, 조사료의 값이 오르니 돼지나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가 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든 사료를 국내 사료로 이용하여 생산하려면 사료 곡물 면적 271만 ha가 필요한데 현재 경지면적은 197만 ha밖에 되지 않는다. 식용이든 사료용이든 국내에서 생산해야 하는 절대량을 생산해야 할 농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식량위기를 극복하여 대외의존도를 줄여나갈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 농업에 대한 인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식량위기에 맞서 한국의 농업은 과연 안전한 보루가 될 수 있는가?  지금  현재로선 전혀 그렇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연이은 자연재해와 식량위기로 모두가 농업을 주목하고 있는 이 때, 우리 농업의 현실은 어떠하며 과연 식량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제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다.

*  원문 :  첨부화일에 계속

[토론회]식량위기전여농발제(한영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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