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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미디어법 저지에 나섰나?

곳간지기1 2009. 7. 14. 20:48

* 지난 6월초 우즈벡 출장준비로 바쁠 때, 중학교 친구가 자신이 집필한 저서를 보내와 책상위에 올려놓고 보지를 못했다. 며칠전 뉴스를 보니 그 책의 핵심내용이 언론관련법이 통과되면, 보수 재벌집단의 언론장악으로 언론자유가 크게 훼손되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 명확하므로, 언론관련법의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족벌언론에 맞서 거대한 담론을 던진 친구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며, 관심을 촉구한다. 인터넷언론인 오마이뉴스가 경향신문에 게재된 광고와 몇몇 언론사의 책광고 거부사태를 가지고 뉴스화했기에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되어 여기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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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삼성맨은 왜 '미디어법' 저지에 나섰나?

김병윤 대표, 미디어법 통과 저지 주장한 책광고... "땡전뉴스 부활할 수 있다"
2009.07.12 18:41 ㅣ최종 업데이트 09.07.12 20:35 구영식 (ysku)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 대표는 지난 10일 <경향신문>에 낸 책광고를 통해 '미디어법 통과 저지'를 선언했다.
ⓒ 경향신문
김병윤

 

지난 10일 <경향신문> 30면 하단에 실린 한 책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과격해 보이는 의견이 광고지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재벌독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재벌기업들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현재 언론매체나 방송사에 지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들은 언론을 좌지우지 하고 있습니다. 만약 언론관련법이 통과된다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공든 탑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재벌독재'라는 과격한 용어는 물론이고, 최근 한나라당과 주류언론의 최대 이슈인 미디어법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논조 때문인지 주요 일간지 두 곳으로부터 '광고 불가' 판정을 받았다.

 

19년 삼성맨, 한국재벌 비판에 이어 미디어법 저지 선언

 

이 도발적인 광고를 실은 사람은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 대표다. 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전자와 삼성인력개발원 등에서 19년간 중간간부로 근무하다 퇴사해 두레스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리고 <삼성 신화 아직 멀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등 '삼성'과 '한국재벌' 비판서를 잇따라 펴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7년 7월 펴낸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일간지 몇 곳에 책광고를 추진했다. 하지만 돈까지 입금한 한 일간지는 책광고가 실리는 날 '광고불가'를 통보했고, 또다른 일간지는 3번에 걸친 광고를 약속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번에 그쳤다.

 

김 대표는 당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삼성의 문제는 경영세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불법을 자연스럽고 광범위하게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편법·불법으로 얼룩진 삼성의 '경영권 세습'과 삼성의 내부권력인 '이학수 사단'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런 김 대표가 이번에는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를 열다>(이하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라는 책을 펴내고 '미디어법 통과 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를 집필한 것은 언론관련법 통과를 기필코 막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재벌독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대기업의 힘이 절대적이다. 특히 이들은 현재 5%도 안되는 지분으로 대기업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족벌언론과 정·관계와도 끈끈한 혼맥으로 융합되어 있다. 현상이 이러한데도 이들에게 지분을 주게 되면, 아무리 지분율을 낮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대기업이나 보수 언론사가 그 지분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돈,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끼리끼리 뭉치게 되면, 미디어는 이들 보수집단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것이다."

 

김 대표는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1980년대의 '땡전뉴스'(1980년 정권을 잡은 신군부의 지시로 전두환 대통령의 소식을 무조건 뉴스 첫머리에 내보내게 했던 것을 꼬집은 용어)가 부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매체는 정확한 보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관점,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기보다 보수집단의 관점이나 시각 일변도로 흐를 것이다. 1980년대의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도 순식간일 것이다. 요즘의 <대한 늬우스> 사건도 그런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독재·권위주의를 향한 향수가 언론악법 무리한 추진으로 이어져"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 대표.
ⓒ 오마이뉴스 구영식
김병윤

이어 김 대표는 "게다가 현 정부는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밀어붙이거나, 포털 사이트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을 이리저리 가로막으려고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의 거대한 흐름을 호미로 막을 수야 없겠지마는 어쨌든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가 풍전등화의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언론관련법이 통과되어 언론과 방송이 보수집단에게 장악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공든 탑이 급속도로 무너지게 된다"며 미디어법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하의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보수집단은 과거의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하려는 조바심을 키우게 되었다. 곧 독재와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다. 이런 조바심이 언론악법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는 현 상황을 빚어냈는데, 그것은 곧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여론을 가지들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앞서 언급한 한 일간지 광고에서도 "만약 언론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라도 하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는 군사독재시절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가 자본독재에 넘겨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21세기 노비로 살게 될 우리 후손들이 언젠가는 4·19, 5·18, 6·10 항쟁에 버금가는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디어법 통과의 사회적 파장을 깊이 우려하고 있는 김 대표는 '저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국회의원, 언론사 기자·피디, 시민운동 인사, 진보성향 교수 등에게 500여권의 책을 무료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