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농촌진흥청 소식

농촌진흥청 국가기관으로 살려야 (평화신문)

곳간지기1 2008. 3. 12. 18:20
농촌진흥청, 국가 차원 기관으로 살려야
 
    쌀 한 끼 값과 껌 한 통 값 중 어떤 게 쌀까? 결론부터 말하면, 쌀값이 더 싸다. 국내 쌀 소비량은 2005년 기준 80.7㎏. 대략 쌀 한가마니(2005년 기준 14만28원)를 먹는 셈이다. 이를 1년 12달로 나누면 1달에 1만1669원, 또 30일로 나누면 하루에 388원이고, 한 끼당 계산하면 129원이다. 6개들이 껌 한 통 값이 500원이니 쌀값은 껌값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니 농가소득이 보장될 리 만무하고, 도ㆍ농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곡물생산량은 계속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제곡물가격은 지난해 2배 가까이 치솟았고, 중국은 지난해말 곡물수출쿼터제까지 도입했다. 식량난이 눈 앞에 다가왔다. 이에 식량안보 문제를 긴급 점검한다.
 
▲ '농진청 폐지 및 농림수산연구기관 민영화 반대' 집회 대형 스피커 구조물 사이로 본 농민들과 관련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집회 장면이 마치 암울한 우리 농림수산업의 내일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힘 기자

   지난 1월 2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매서운 추위를 붙안고 농민들이 또 거리로 나섰다. 이번에는 '농촌진흥청' 폐지와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가 현안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농진청 폐지 및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농촌진흥청과 그에 딸린 8개 주요 연구기관,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 폐지 및 민영화에 농어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농림수산 분야는 그 특성상 농어민에 연구 성과가 '무료로' 제공돼야 하는데, 이들 연구기관을 정부출연기관화하면 모든 연구 기술정보가 '유료화돼' 농어민은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막해진다.

 게다가 농업 품종개량이나 조림, 내수면 및 바다 연구 등 대부분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공익적 연구여서 이를 민영화하면 농림수산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이유였다.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및 추진으로 갈수록 피폐화돼 가는 농어촌을 '사실상 두 번 죽이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새 품종 개발에만 15년 이상이 걸리는 벼 연구를 국가기관에서 손 놓으면 누가 연구를 합니까?" 노회찬(52,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타에 농민들은 공감을 표시하며 박수로 함께한다.

 남춘우(45) 전국공무원노조 농진청지부장은 "18개 외청 중 유일하게 농촌진흥청만 폐지하기 보다는 국민들에게 값싸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오히려 농업 기술 연구 및 보급을 강화하고, 농촌진흥청을 국가기관으로 살려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각 국은 농림수산업 연구를 국가가 전담, 지구 온난화 및 기후 변화에 따른 공익적 농림수산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버블 경제' 붕괴 이후 1990년대 들어 농림수산 분야를 정부출연기관화했던 일본은 최근 이들 연구기관을 정부기관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1월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농업 전망 2008'을 발표했다.

 이 전망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는 새해에도 지속 상승해 2007/8 대비 옥수수 가격은 전년도 대비 13.3% 오른 t당 160달러, 대두(콩)가 80%를 차지하는 유지작물은 t당 7.2% 상승한 311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연료 생산이 확산되면서 에탄올 원료 작물인 옥수수 국제 가격이 2006/7년에 이미 83%나 급등했고, 그 여파로 바이오디젤 연료인 콩과 사료용 보리, 밀 값도 덩달아 뛴 바 있어 전 세계적 식량대란이 우려될 지경이다. 배합사료 또한 비육우용이 14%, 낙농용 12%, 양돈용 11%, 육계용 10%, 산란계용 1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곡물가가 이처럼 꾸준히 상승할 경우 2007~16년 식품제조 부문 생산액 감소분은 세계적으로 3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현장조사와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다 식량 수출국이던 중국이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하면서 새해 식량수출쿼터제를 도입, 사실상 '곡물 금수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식량수급 사정도 그리 밝지 못하다.

 북한 또한 중국측이 식량수출 관세를 쌀 5%, 옥수수 20%, 밀가루 20~25%로 대폭 인상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밀가루는 중국측 수출허가증이 없어 북한에서 거의 수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에 올해 북측 식량부족분은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운 200만t에 이를 지경이다.

 이처럼 국제곡물가가 오르고 있음에도 주작물인 국내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만3000t이 감소한 369만5000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과일과 채소 재배면적은 전년도보다 소폭 감소해 6만690ha로 예상되고, 과일생산량 또한 전년보다 9% 줄어 220만t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환경농산물 시장 규모는 새해에도 24%가 증가해 2조354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고, 2020년에는 전체 농산물 시장의 20%를 차지할 전망이어서 다소간 희망을 안겼다.

▶ 샌드위치 신세 '한국농업' 대안은 있나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압박, 끝도 없이 이어지는 FTA,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상승, 차츰 시작되는 식량 수출통제로 세계 각 국 식량수급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중국(13억 명)을 비롯해 인디아(8억 명), 인도네시아(2억 명), 러시아(1억4000만 명) 등은 이미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했다.

 2006/7 세계 전체 곡물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2.1% 감소한 19억678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1억t 이상이 부족한 상태다. 국내 곡물생산량 또한 708만t으로 세계 40위이며, 쌀 자급률만 96.5%일 뿐 보리를 포함한 주식 자급률은 65.3%,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6.8%에 그치고 있다.

 쌀이 남아돌고 보리 과잉재고로 고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식량안보 논리에 식상하고 세계 곡물시장 동향조차 먼나라 숫자놀음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너희의 밭을 너희 앞에서 이방인들이 먹어치우는"(이사 1,7) 것을 지켜볼 날이 멀지 않았다. 이대로 정부가, 도시가 농림수산업을 포기한다면, 전 국민의 생명 위기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명'농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생명 중심 가치관을 확립함으로써 생명농업 실천에 나서고 △한국형 농업 발전 모형을 모색함으로써 식량자급을 달성하며 △도ㆍ농공동체 연대활동을 통해 생명공동체 운동의 실천 기반을 확보하고 △생명 존중과 나눔, 섬김이 가득한 공동체적 삶을 구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시영(가톨릭농민회 지도 겸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상임대표) 신부는 "생명 농산물조차 상품으로 보고 경제논리로 풀려고 하니 농촌진흥청 폐지나 농림수산 연구기관 민영화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잘못되면 대다수 소농이나 가족농이 소외되고 부농만 살아남아 농촌 양극화를 불러오고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처] 평화일보/세택 기자 sebastiano@bc.co.kr,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