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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식량종자 복원 ‘마지막 보루’

곳간지기1 2008. 6. 10. 09:00

멸종위기 식량종자 복원 ‘마지막 보루’

|스피츠베르겐(노르웨이) 류지영 특파원| [서울신문, 2008. 6. 10]
 
“재앙으로부터 인류의 식량을 지킬 수 있는 ‘노아의 방주’에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승선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 9일(한국시간)농촌진흥청 관계자와 종자저장소 직원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종자상자들을 저장고 안으로 들여놓고 있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새운 기자에게 9일 오후 2시(현지시간) 종자저장고 관리담당자 올라 베스텐켄은 흥분한 모습으로 소감을 말했다.
 
이날 우리나라의 종자 입고는 종자주권과 작물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노아의 방주’에서 개념을 얻어 경기도 수원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등에서 1700여종 15만 4000점의 식물 종자를 보관하고 있다. 유사시 이곳에서 종자를 꺼내와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종을 빠르게 복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토면적이 좁은 한반도의 특성상 전쟁 등 전 국토에 광범위한 재난이 닥칠 경우 종자 보존을 통한 식량주권 회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스발바르 종자저장고는 해외에 우리 종자기지를 마련해 식량주권의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스발바르 종자 저장고에 일단 들어온 종자들은 제공 국가의 허가없이 어느 누구도 꺼내거나 열어볼 수 없다. 저장고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과 노르웨이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종자보관을 통한 작물다양성 확보는 국가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2004년 20여만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양 지진 해일 당시 동남아 국가들의 해안지역 농경지가 바닷물에 잠기면서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IRRI)에서 그동안 보관해오던 내염성 벼 품종 샘플을 피해국 농민들에게 건네 이른 시일내에 벼농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만약 미작연구소가 “현대에 들어와 거의 쓰지 않는 품종”이라는 이유로 내염성 벼에 대한 보관을 소홀히 했다면 쓰나미 이후 동남아 지역의 재건은 더욱 늦어졌을 수도 있다.
 
1960년대 벼와 밀의 품종개량으로부터 시작된 녹색혁명의 주역은 바로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진 밀의 ‘난쟁이 유전자’였다. 기존 벼나 밀 품종과 결합하면서 광합성 효율이 높아지고 쓰러지지 않는 특성을 갖게 만들었다. 그동안 별다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수십억명의 인류를 기아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우리나라의 통일벼 역시 난쟁이 유전자와 결합해 만들어졌다. 현재 지구상의 생물종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최대 5000만종으로 추산되는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해마다 1만 8000∼5만 5000종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약 7000종의 식물이 식용으로 쓰였지만 현재 식용으로 쓰이는 것은 150종 정도에 불과하다.
 
종자보관을 통해 작물다양성 보존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전달식에 참석한 김태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 과장은 “현존하는 식물품종들은 우리뿐 아니라 모든 인류의 자산인 동시에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물”이라며 “노르웨이 ‘노아의 방주’는 세계 작물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커다란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