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본지 전문기자
쌀은 우리민족의 주식으로 오랜 세월 삶의 터전을 지탱해준 밑거름이 되어왔다. 쌀 품질향상과 소비촉진 등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만, 개방화 시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절감에 의한 가격경쟁력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가격에 비해 우리 쌀이 아직도 많이 비싸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쌀 80kg 가마당 생산비는 9만1천원이다. 쌀 직접생산비 중 노동비 비중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지금도 26%를 차지한다. 다른 부분은 비용절감의 여지가 별로 없다. 농촌 노동력이 고령화되어 특히 못자리 단계에서의 노동력 절감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육묘과정을 생략하고 논에 바로 볍씨를 뿌리는 직파재배기술이 다양하게 개발 보급되고 있다.
왜 직파재배인가?
벼 재배는 5천여년 역사를 거치면서 시대적 여건에 따라 많은 변화를 해왔다. 농촌노동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1970년대부터 손 모내기가 기계이앙으로 점차 바뀌고, 중묘 기계이앙은 어린모로 바뀌다가 다시 중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직파재배는 1990년대 초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1995년에는 벼 재배면적의 11%인 11만8천ha까지 증가하다 작년 3만1천ha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건답직파가 줄었으나, 최근입모와 수량이 안정적인 무논점파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벼농사 비용절감 기술로 개발·보급되고 있는 직파재배는 건답직파, 무논골뿌림, 무논점파 순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담수조파와 항공직파 기술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건답직파는 마른 논에 파종하므로 작업이 쉬우나 잡초발생이 많고, 무논골뿌림은 생육이 균일하고 도복경감효과가 크나 파종작업에 알맞은 논 굳히기가 어렵고, 무논점파는 일정간격으로 점파되므로 이앙재배와 같이 생육이 균일하고 수량의 안정성이 좋다.
여러 가지 직파재배 방법(건답직파, 무논골뿌림, 무논점파)
무논점파의 생산비 절감효과
무논점파 도입농가 12농가를 대상으로, 직파재배와 이앙재배가 차이 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노동력 및 비용절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육묘이앙 주요 작업단계별 노동시간은 무논점파가 40.8시간/ha, 이앙재배가 63.1시간으로 ha당 22.3시간(35.3%)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논점파와 이앙재배의 경운·정지, 시비, 종자준비 등은 비슷하고, 못자리와 이앙에서 크게 절감되며, 보식과 제초는 직파재배가 더 들어간다.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농가간 편차가 있으나 노동력 절감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직파재배와 이앙재배가 기술적으로 차이 나는 부분을 중심으로 육묘이앙단계 주요 비목별 비용을 분석한 결과, 무논점파는 ha당 117만8천원, 이앙재배는 152만7천원으로 34만9천원(22.8%)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료비와 제초제 비용은 직파재배가 이앙재배보다 조금 더 들어가고, 육묘상자, 부직포, 상토 등 육묘자재비와 노력비는 크게 절감된다.
비용절감은 필수과제
쌀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비용절감이 중요한 과제이고, 기술적으로는 생력화와 농기계의 효율적 이용이 중요하다. 비용절감을 위해 못자리를 없애고 직파재배를 도입하고자 하는 농가는 직파재배 종류별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 지역여건이나 농지조건에 적합한 양식을 선택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면서 현재의 조건에서 가장 유리한 기술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먼저 경험한 농가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직파재배는 비용절감을 위해 꼭 필요하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아직 기술이 농가에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단계이므로 기술교육을 통해 파종기의 조작과 입모확보, 잡초방제, 조류피해 방지 등 예상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해 신기술 도입이 벼농사 경영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