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식량과학원 - 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농촌여성신문 2009. 3. 16(월)]
FTA 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 시리즈 ⑧ 쌀농사 이렇게 해야 산다
<이젠 농사도 이야기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
오리농법 등 친환경 쌀 재배 농가들은 매년 소비자를 초청해
오리넣기 행사를 열어 신뢰를 쌓고 농외소득도 올리고 있다.>
일본의 ‘합격사과’ ‘천공미’ 타산지석 삼아야
소비자 트렌드 파악…맞춤형 ‘웰빙쌀’에 승부
고객체험형 농사로 신뢰 확보하는 것도 중요
“이 사과를 먹으면 떨어지지 않습니다.” 1991년 가을, 사과가 익어갈 무렵 일본 아오모리 현 사과단지에 강력한 태풍이 덮쳤다. 90%가 떨어져 버렸고 남은 사과조차도 상품가치가 없어져 버렸다. 농민들은 이 사태를 앞에 놓고 지혜를 짜냈다.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에 ‘합격 사과’라는 상표를 붙였다. 매스컴은 이 사과를 집중적인 보도했고 외신을 타고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다. 보통 사과의 10배나 비쌌지만 수험생들에게는 태풍에서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는 매력 만점이었다. 아오모리 사과농가들은 물류비용을 1/10로 줄였을 뿐만 아니라 그 보다 사과의 상표가치를 수조 원으로 올려놓는 개가를 올렸다.
일본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쌀 중의 하나인 ‘천공미(天空米)’, 즉 ‘하늘 쌀’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니가타현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배경지이다. 눈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고시히카리 쌀로도 유명하다.
한때 그곳의 스키장은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이나 몰렸지만 신칸센(고속철도)이 생기면서 다른 스키장으로 손님을 뺏겨 30만 명으로 급감했다. 스키장이 문을 닫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회사는 그 고장의 쌀과 놀고 있는 리프트를 연결한 ‘하늘에서 말린 쌀’에 아이디어가 미치게 됐다. 리프트에 걸어 말린 벼는 ‘하늘에서 벼를 거꾸로 말리면 양분이 낱알로 내려가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다’고 홍보했다.
파란 하늘에 떠서 마르고 있는 벼는 아름답고 신기했다. 10㎏에 7만원인 최고쌀보다 3배나 비싼 19만원을 받는 최 최고가의 쌀이 됐다. 모든 리프트에 말리지 않고 20대에서만 말리는 것으로 제한해 희소가치를 확보했다. ‘천공미’는 여름 스키 비수기의 직원들의 월급을 해결해주었다.
벼농사 경영 전문가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는 스토리가 있는 농산물을 기억하고 높은 값에 사준다. 이를 위해 생산자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 다음 농가사례는 박평식 박사의 "농업은 생명" 블로그(http://blog.daum.net/psp727)에서 취재하였다.
‘웰빙오색미’… 건강 추구하는 소비자 공략
‘웰빙오색미’ 브랜드를 개발한 가나안농장 김수환 대표(전북 군산시 회현면, http://5coloredufarm.net)는 1990년에 고향으로 귀농했다. FTA 등 개방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생각해 낸 것이 오색미였다. 재래품종과 신품종 찹쌀의 현미가공 등으로 유색미를 세트화하는 것이었다. 그는 소비자의 웰빙 욕구를 반영해 ‘웰빙오색미’라는 브랜드로 상표를 등록했다.
오색미란 빨간색 쌀(자광벼), 녹색쌀(녹원찰벼), 검정쌀(흑진주벼), 황색쌀(동진찰벼 올기미쌀), 흰색쌀(찰현미)의 5가지다. 전국을 수배해 장흥에서 재래종인 적토미(갈색) 종자를, 농업기술센터와 호남농업연구소 등을 찾아다니며 유색미 종자를 확보했다. 친환경재배를 위해 맞춤형 비료를 관행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우렁이농법을 도입해 제초제를 피하고, 병해충 관리를 위해 미생물 제제와 담배, 울금, 쑥을 활용한다.
김 대표는 체험학습관을 개설해서 ‘봄나물 캐기 및 오색미 시식체험’, ‘볍씨에서 밥알까지’, ‘오리/우렁이 방사’, ‘가을들녘 갈대 불놀이’ 등 농장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볍씨에서 밥알까지’ 교육 프로그램은 겨울철 볍씨 보관에서부터 파종, 모내기, 우렁이 제초, 수확, 밥짓기 등 일련의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농촌체험을 통한 진성고객 확보와 더불어 숙식비는 농외소득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벼농사와 쌀보리 2ha 정도로 시작해서 2008년 유색미만 24ha(86톤), 현재는 인근농가 12호를 규합해 영농법인화 하여 자작 12ha 포함 50ha(175톤 예상)로 늘렸다. 일반쌀 재배시 10a당 80만~90만원의 조수입을 올렸으나, 오색미는 100만원에 수매하고 친환경 농자재 지원까지 받는 등 소득에 도움이 크다.
* 자세한 내용은 여기클릭 http://blog.daum.net/psp727/3497732
‘흙돌이와 밥순이’… 최고 시설로 최고 브랜드 생산
충남 당진 박수현(충남 당진군 합덕읍 광야농장, www.ssal365.com) 씨의 쌀 ‘흙돌이와 밥순이’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보자.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형편상 농사일에 뛰어들었을 때 농업지식은 깜깜했다. 이웃 어른들과 농업기술센터가 선생님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가 시작된 1987년경부터 벼농사에 대한 앞날을 걱정해서 농지를 처분하는 농가가 많아서 농지구입이 쉬운데다 농업기반공사(현 농어촌공사)의 지원을 받아 1980년 시작한 28,380㎡(8천600평)을 89,100㎡(2만7천평)으로 늘렸다. 2004년 WTO 쌀 재협상을 바라본 박 씨는 수입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고품질쌀’ 생산에 있다고 판단했다.
고품질쌀 생산은 반드시 좋은 토양에서만 생산될 수 있고, 농업에 좋은 환경을 보전해야만 지속적으로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간이 토양 검정기를 이용해 논토양을 정밀 진단했다.
그는 질소질 비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벼를 수확하고 볏짚을 전량 논에 썰어 넣은 후 가을갈이를 한다. 규산질 비료와 퇴비 등 토양개량제 매년 뿌려 땅심을 높이고 산성화를 예방하는 등 지력향상을 실천한다. 벼 이앙과 동시에 측조시비를 한 결과 전포장이 균일하게 자라며 비료 유실이 적어 10~15% 시비량을 절약하고 환경보호에도 상당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방법은 밑거름 없이 이앙과 동시에 시비하기 때문에 이끼 발생시기가 늦어 초기생육이 빨라 분얼이 빠른 장점이 있다. 그는 고품질 쌀과 함께 고라이신 쌀인 ‘영안벼’, 다이어트 쌀인 ‘고아미2호’, ‘흑향미’ 등을 생산해 당진 특색미로 판매하고 있다.
쌀 품질 향상을 위해서 자가 도정시설(자동계량기, 현미분리기, 석발기, 정미기, 현미기, 미각기)과 벼건조 수율조절의 중요성을 감안해 원적외선 건조기 4대를 설치했다. 또한 연중 햅쌀 같은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 도비와 군비의 지원을 받아 저온저장고도 설치했다. 박 사장은 최고 쌀 공급은 완전한 시설의 확보에 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쌀 농가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60년대에는 90%의 농민이 10%의 소비자를 상대로 쌀을 파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7%의 농업인이 93%의 소비자를 상대하게 돼 판매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우리 농업인이 벤처정신으로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여기 클릭 http://blog.daum.net/psp727/3034419
■ 벼농사 경영분석 전문가 박평식 박사
“나라면 이렇게… “소비자 참여하는 농사 지을터”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는 "내가 만일 쌀농사를 짓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랙터 50마력짜리와 이앙기와, 콤바인 1대씩 꼭 필요한 농기계만 확보하고 다른 것은 필요할 때 임차한다.
생산비 절감을 하고,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찾는 고품질 쌀 생산이 최우선이다.
다음은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이다. 홍보는 물론 소비자와 소통의 연결고리로 홈페이지와 블로그만한 것이 없다.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고 수시로 소비자의 요구를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불만에 귀를 열줄 알아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반품은 물론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히려 넉넉한 보상을 해준다.
고객을 초청해서 생산과정을 보여주고 체험의 장을 만든다.
돌아가는 길에 떡이나 농산물을 준비해 찾아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한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큰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의 ‘천공쌀’과 같이 스토리를 만든다면 엄청난 자산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생산도 중요하지만 경영 및 판매 마인드를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