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우리 쌀 이야기

식량위기 시대 세계 쌀산업 세미나

곳간지기1 2009. 4. 3. 11:04

어제 오후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에서 "식량위기 시대 세계의 쌀 산업 동향"에 관한 자체 세미나를 가졌다.

2006년부터 시작된 세계 곡물가격 폭등이 작년 하반기부터 약간의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으나, 특히 우리의 주식인 자포니카 쌀만큼은 사상최고 수준(톤당 1,200달러)에서 약간 떨어진 톤당 1,100달러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선 국제 식량수급 및 가격 동향과 전망치들을 검토해 보고 식량안보를 위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다음으로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4.3억톤 정도 생산되어 7% 수준인 3천만톤 내외가 교역됨으로서 '엷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쌀 생산과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고, 특히 우리나라에 수출쿼터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중국, 태국, 호주 등 쌀 주요 수출국들의 생산과 수출전략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주제발표는 필자(박평식 연구관)가 맡았다.

1970년대 녹색혁명으로 쌀 자급 달성의 산실이었던 식량과학원 연구원들이 글로벌화 개방시대를 맞아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연구개발과 개발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제2의 녹색혁명'을 달성하자는 열의가 드높다. 

* 사진으로 세미나 분위기를 소개하고 발표내용 중 '세계의 쌀 수급동향' 부분을 첨부하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에서 "식량위기 시대 세계의 쌀 산업 동향"을 주제로 세미나 발표를 하는 필자

 

 

[세계의 쌀 생산 및 교역 현황]

 가. 세계의 쌀 생산

  오늘날 우리가 생산 및 소비하고 있는 쌀은 전 세계적으로 일인당 칼로리 소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식품이며,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소비하는 식품의 80%가 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생산 면에서 보면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쌀이 생산되는데, 최근 5년간(2004~2008) 연평균 재배면적 153.6백만ha, 조곡기준 629.5백만톤, 정곡기준 422.4백만톤 정도 생산되고 있다(USDA/FAS).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쌀은 아시아 지역에서만 전체 물량의 90% 내외가 생산․소비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요 쌀 생산국은 주로 아시아 아열대 및 몬순기후 지역에 위치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방그라데시, 베트남, 태국, 미얀마, 필리핀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인도의 벼 재배면적은 세계 벼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총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쌀이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소비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태국의 벼 재배면적은 남아메리카 지역의 전체 벼 재배면적보다 넓고, 베트남의 벼 재배면적은 아프리카 전체 벼 재배면적보다도 더 넓은 실정이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쌀은 아시아의 작물인 셈이다(IRRI, USDA, UN-FAO, Rice Traders Associations, 2006).

  벼가 재배되고 있는 주요 국가별 생산량(2006~08)은 다음 그림과 같다. 세계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28.5%)과 인도(21.9%)이고, 다음으로 인도네시아(8.7%), 방그라데시(6.4%), 베트남(5.5%), 태국(4.7%), 미얀마(4.7%), 필리핀(2.5%), 브라질(1.8%), 일본(1.6%), 미국(1.4%), 파키스탄(1.3%), 한국(0.9%0 등의 순이다.  

 

     <그림 1> 세계의 쌀 생산국가 점유율(2006~2008 평균)

  

 

   

나. 세계의 쌀 교역 현황

  한편 세계의 인구는 2005년말 현재 약 65억명으로 추산되고 있다(Population Reference Bureau, 2006). 이는 2001년의 62억명 수준을 감안하면 동기간 연평균 1.07%의 증가율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매년 인구 증가율이 약간 둔화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여전히 연평균 8,200만명 수준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의 수요가 그 만큼 증가되고 있고, 쌀에 대한 수요도 그러한 맥락에서 계속 증가될 것으로 쉽게 전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시아 지역에서의 생산증가율이 둔화되고, 세계의 쌀 수입수요는 점차 증대되고 있다(USDA ERS).

  2003년에서 2008년까지 총 123개국에서 연평균 2,921만톤의 쌀(총 생산량의 약 7% 수준, 3년 전에는 4.5% 수준이었음)이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고, 세계 195개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UN FAO 및 USDA). 세계의 쌀 생산이 몬순기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세계 총 생산량의 90%가 아시아에서 주식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밀, 콩, 옥수수 등 다른 곡물에 비해 교역비중이 적어 매우 엷은 시장구조(thin market)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교역되는 쌀의 3/4 이상이 장립종인 인디카 쌀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포니카 쌀이다. 기타 향미(香米)가 약 250만톤 정도, 찹쌀이 약 10만톤 정도 매년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USA Rice Federation, 2007).

  세계적으로 쌀 주요 수출국들은 태국(8,652천톤), 베트남(4,523천톤), 인도(4,403천톤), 미국(3,437천톤), 파키스탄(2,708천톤), 중국(1,270천톤) 등인데, 이는 지난 2003-’08년 연평균 세계 쌀 수출량(29,208천톤)의 85.6%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중․단립종 쌀 수출국은 미국, 중국, 이집트, 호주 등이 있다. 이처럼 세계 쌀 수출시장은 5~6개국으로 집중되어 있어 사실상 세계적으로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림 2> 세계의 쌀 주요 수출입 국가 현황(2003~2008) 

 

 

     자료 : FAO, Agriculture Database 및 USDA FAS, 2009.3.

 

  태국은 최대수출국으로서 세계 쌀 수출량의 30% 정도를 수출하는데, 대부분 인디카 쌀과 소량의 프리미엄 자스민 쌀(Aromatic rice: 香米)을 수출하고, 베트남은 세계 수출량의 약 16%를 수출하는데 거의 대부분 인디카 쌀을 수출한다. 미국은 약 12%를 차지하는 수출국인데, 인디카 쌀과 자포니카 쌀을 동시에 수출한다. 그리고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이 주요 수출국인데, 중국도 미국처럼 인디카와 자포니카 쌀을 수출하며, 인도와 파키스탄은 인디카와 바스마티 쌀(香米)을 수출하고 있다. 그 외에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캄보디아, 미얀마 등이 인디카 쌀을 수출하며, 이집트와 EU, 호주 등은 주로 자포니카 쌀을 일부 수출한다.

 

  쌀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수출국들과는 달리 많은 국가와 지역으로 분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주요 쌀 수입국은 필리핀,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EU, 인도네시아, 방그라데시, 이란 등인데, 이들 국가들은 전체 쌀 수입량의 약 31%를 차지하며 대부분 인디카 쌀이다. 기타 수입국들은 코트디브아르, 이라크, EU, 남아공, 세네갈 등인데, 이들은 주로 인디카 쌀을 수입하며, 일본은 자포니카 쌀의 최대 수입국이다.

  장립종 쌀은 태국에서 수출되는 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장립종은 물론이고 단립종 쌀도 수출하는데, 장립종 쌀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저품질 쌀 시장으로 수출한다. 호주는 중․단립종은 물론이고 장립종 쌀의 일부도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과 호주는 동북아지역에서 미국과 경쟁을 한다. 자포니카 쌀 주요 수출국이었던 호주는 최근 가뭄으로 재배면적이 급감하여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였다.

  전 세계 쌀 생산량의 90%가 장립종(long grain) 또는 인디카(Indica) 계열의 쌀로서, 이는 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남부, 베트남, 태국, 미얀마 평원, 인도네시아, 필리핀 주변 섬 등에 분포하고 있다. 한국, 일본을 비롯해 중국 동북3성, 유럽 등 비교적 고위도지역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대륙 구릉지, 중국 윈난(雲南)성 산간지 등에서 재배되는 중․단립종(medium & short grain) 또는 자포니카(Japonica) 계열의 쌀은 교역비중은 쌀 전체 교역량의 10% 정도이다.  

  실제로 농산물 수출이라고 하는 것은 수출국의 수출능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동시에 수입국에서의 형편과 수입의향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이 수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고, 수입국과 수출국의 상황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수출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자포니카 쌀을 수출하고 있는 중국, 미국, 호주 등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우리나라의 쌀 시장여건에 따라서 중․단립종 쌀이 우리나라의 쌀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의 쌀 생산현황과 수출정책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다. 개방시대 쌀 산업 대응전략

  시장여건에 따라 앞으로 중․단립종 쌀이 국내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 쌀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들의 쌀 생산현황과 수출정책을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쌀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입쌀과 국산쌀이 혼합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와 시장차별화가 필요하며, 품질향상과 비용절감 노력을 배가하는 한편 수입쌀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쌀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으로 고급화하여 외국쌀과의 품질경쟁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고, 중저가 쌀은 경영규모의 확대와 생산비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 식량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하여 가공적성의 다수확 쌀을 개발하여 밀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본격적인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지금까지의 수세적․방어적 전략에서 공격적 전략으로 전환하여 고품질의 우리 쌀을 수출할 수 있도록 시장전략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연구자와 생산자, 가공 및 유통업자, 지자체와 정책당국 등이 협력하여 총체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