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세 440% 적용 분석
국제 쌀가격이 1t당 500달러(미국산 중립종 기준)를 넘으면 국내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환하더라도 수입 쌀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 2월 국제 곡물시장에서 미국산 중립종 쌀은 595달러에 거래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중장기 쌀 수급안정 방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 분석 결과는 = 농경연은 1986~88년 국내 도매가격과 일본이 관세화로 전환할 때 적용한 수입가격을 참고해 우리나라 쌀 관세를 440%로 계산했다. 일본의 수입가격을 인용한 것은 당시 우리나라가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7월 팰코너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의장이 내놓은 농산물 관세감축률을 토대로 2017년까지 수입 쌀의 국내 통관가격을 분석했다. 관세화 시점은 DDA 협상 결과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한 2010년 이전으로 잡았다.
그 결과 국제 쌀가격이 1t당 500달러일 때 2017년 미국산 쌀의 국내 통관가격은 80㎏ 한가마당 18만1,405~23만4,387원으로 예상됐다. 3월6일 현재 우리 쌀의 도매가격은 80㎏ 한가마당 15만8,214원이다.
DDA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쌀이 민감품목으로 지정되지 못할 경우 통관가격은 국내산보다 훨씬 낮은 11만4,350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선진국도 전체 품목의 4~6%를 민감품목으로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쌀이 민감품목 또는 특별품목으로 지정되면 국제 쌀가격이 4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수입 쌀의 통관가격이 국내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농업관련 민간연구소인 GS&J 인스티튜트(이사장 이정환)는 ‘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할 것인가?’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제 쌀가격이 폭락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쌀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하는 게 유리하다”면서 조기 관세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쌀 관세화 논의 시작되나 = 2004년 쌀 재협상에서 우리나라는 2014년까지 관세화를 미루는 방법을 택했다. DDA 협상에서 관세상한 설정 등으로 관세가 대폭 깎일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우리나라는 유예기간 중 언제라도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관세화로 전환하면 관세화 유예 연장의 대가로 수입하고 있는 최소시장접근(MMA)물량은 전환 시점의 수준에서 동결된다. 예컨대 올해 관세화로 전환하면 MMA물량은 매년 28만6,270t으로 고정되지만, 관세화 시기를 미룰 경우 2014년엔 40만8,7000t까지 불어나게 된다.
농경연과 GS&J 인스티튜트가 관세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DDA 협상의 윤곽이 나온 상태에서 MMA물량이 큰 부담이 되기 전에 관세화 유예의 장단점을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 쌀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도 관세화 논의를 촉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올해 2월부터 시판된 2007년도분 미국산 중립종의 도입단가는 1t당 674.2달러(국내 도착가격, 3등급 기준)로 2006년도분 623달러보다 8.2%, 2005년도분 532달러보다 26.7%나 높다.
그렇지만 농업계 내부에서는 관세화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관세화가 ‘쌀시장을 전면 개방한다’는 의미 외에 ‘정부 주도의 양곡정책이 후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게 농민단체의 판단이다. 특히 쌀 자조금 조성 문제나 수탁판매 등 관세화를 위한 사전 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쌀시장 문이 열릴 경우 미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사항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관세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농업인단체 등과의 협의·연구용역 등을 통해 관세화의 장단점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민신문> 2008. 3. 17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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