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안전 쌀 생산·유통 시급
GSnJ 연구위원 임정빈(서울대 교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2004년 쌀협상 결과 2005~2014년 10년간 관세화 유예조치를 연장하는 대신 매년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특히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전체 수입 물량의 일부는 밥쌀용으로 시판이 허용되고 있다. 예컨대 올해 우리나라는 26만6,000t가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이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4만8,000t가량을 밥쌀용으로 시판해야 한다.
2005년 이전에는 수입쌀이 전량 가공용으로 방출된 데 반해 2005년 이후에는 밥쌀용 고급 수입쌀 시판이 허용돼 직접적으로 국내산 식용 쌀과 경쟁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쌀 생산농가의 우려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쌀 관측자료에 따르면, 국내산 쌀과 밥쌀용으로 시판되는 수입 쌀과의 도매가격 차이는 최소 28%에서 최대 47%까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가격 기준으로 중국산과 미국산 쌀 1등급 도매가격은 20㎏당 2만9,000원 수준으로 국내산 평균 도매가격 4만106원의 72% 수준이었다. 또 중국산과 미국산 3등급 쌀 도매가격은 국내산 가격의 53%에 불과했다.
아무튼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국내 유통업자나 소비자들이 밥쌀용 수입쌀에 대한 선호도나 지불의사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밥쌀용 수입쌀이 국내 식용 쌀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3% 수준이다. 따라서 앞으로 밥쌀용 쌀 수입물량이 증가하면 미국·중국 등 수출국들이 우리나라 소비자 취향과 기호에 맞는 쌀 수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인 만큼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늦어도 2014년 이후에는 쌀이 관세화로 개방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그동안 쌀 생산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규모화·품종개량 등을 통한 국내산 쌀의 가격경쟁력향상을 위해 애써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쌀 품질을 고급화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생산·유통체계의 구축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국내산 쌀이 포장지에 표기된 산지 및 품종명과 실제 내용물이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자주 지적되고 있다. 표기된 품종보다 다른 품종의 쌀이 지나치게 많이 섞인 것도 많다고 한다.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쌀에 대한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수입 쌀과의 가격 차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우리 쌀의 경쟁력을 높이는 최선책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적절한 정보제공체계 구축에도 더 많은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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