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지면적 줄어들면 식량안보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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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관용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팔순 농부인 ‘최원균’과 아내 ‘이삼순’ 할머니, 그리고 마흔 살이 되는 소가 쟁기를 갈며 우직스럽게 농사를 짓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소와 농부가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변함없이 들에 나가 일하는 모습은 어쩌면 한국 아버지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이러한 일터인 논밭이 사라지고 있다.
1926년 ‘개벽’ 지 6월호에 발표된 이상화의 시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라는 구절로 끝맺고 있다. 오늘날 이상화의 시가 생각나는 까닭을 피력하고자 한다.
보도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경지 면적의 1.3%가 사라졌다. 여의도 면적의 30배 정도인 2만3000ha의 경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지 면적은 2007년 178만2000ha에서 지난해 말 현재 175만9000ha로 줄어들었다.
특히 혁신도시 건설, 대규모 택지 개발 등으로 인한 경지 수용이 많았다. 지난해의 경지 면적 감소율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치 0.8%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11월 우리 농업과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라 할 6만5000ha의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었다. 더구나 오는 7월 산업용지 공급을 위해 농지를 매입·수용하는 토지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농지거래 활성화와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한국의 낮은 식량 자급도로 인해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국민들이 애용하는 라면 값 등이 올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우리 쌀이 식량안보의 절대적인 부분을 떠받치고 있기에 논 면적의 급격한 감소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지 면적 감소 또한 식량기반이 흔들리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농지를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에 활용할 것인지 공장 부지 등 산업용지로 쓸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온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농협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장 진출을 위해 제2의 녹색혁명인 ‘그린코리아운동’을 추진하고 친환경에너지 농업시설과 청정 재생에너지 보급 등 저탄소화 농업시설을 보급한다. 동시에 저탄소 농산물 소비 촉진 운동도 전개한다. 또한 농기계 은행사업과 농업인의 소득 증대를 위해 지역농협에 3조788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봄을 맞는 들판은 푸른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봄소식을 맨 처음 알리는 매화꽃은 벌써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광양 ‘매화꽃 축제’는 오는 3월14일부터 22일까지 열리며, 인근 구례의 ‘산수유꽃 축제’는 3월19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진다.
마이너스 경제성장 등 마치 추운 겨울과 같은 암울한 소식을 툴툴 털고 봄꽃에 흠뻑 취해보자. 행여 지나치다가 ‘워낭소리’의 최 농부처럼 애써 가꾼 농산물을 보면 봄꽃과 함께 마음과 지갑을 활짝 열도록 하자.
기고 : 송관용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세계일보] 2009년 02월 23일(월) -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090222002185&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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