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화·품질관리·신뢰 구축하고 도전해야”
너무나 당당한 그녀.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 한국 파프리카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농산무역 조기심 사장. 그녀에게서는 여느 남자 못지않은 당당함과 자신감, 에너지가 넘쳐난다.
그 자신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주)농산무역이 생산하고 있는 파프리카에 대한 자신감, 그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묻어나고 있다.
조기심 사장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돌재팬’ 전국 체인망을 통해 한국산 파프리카를 일본 ‘안방’에 공수하고 있는 수출 주역이다.
# 파프리카 수출 주역…국내 수출 절반 담당
일본으로 수출하는 물량만 4,000여 톤. 국내 파프리카 수출 물량의 무려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연 매출만도 150억원에 달한다.
품질과 마케팅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조기심 사장은 일본시장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와 승산이 있는 곳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파프리카의 경우 일본 내에서 한국산이 품질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반을 지금보다 더 다진다면 매출을 더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기심 사장은 그러나 그동안 시설원예산업이 잘못된 투융자 사업의 전형으로 치부되면서 정부 지원이 거의 중단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설원예야 말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1차 산업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일부 잘못된 사례에 발이 묶일 게 아니라 산업정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돈벌기 어렵다’는 농업계에서 조기심 사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규모화와 철저한 품질관리, 신뢰라는 삼박자를 철저히 맞췄기 때문이다.
# 규모화·품질관리·신뢰로 해외시장 개척
16개 영농조합법인, 67개 농가가 (주)농산무역으로 파프리카를 출하하면 이곳에서 공동선별과 공동계산과정을 거쳐 바이어가 원하는 품질의 물량을 제 때 납품한 것이다.
한 해 두 해 바이어와의 신뢰가 쌓이고 품질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수출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출 초기에는 조기심 사장이 직접 물건을 들고 일본 바이어를 찾아 다녔지만 이제는 거꾸로 일본 바이어들이 조기심 사장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것 같지만 그 차이는 사실 상당하다.
일례로 조기심 사장은 품질관리를 위해 연봉 1억원이 넘는 네덜란드 전문가를 전격 고용했으며, 지난해부터 ERP(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을 도입, 컴퓨터로 상품품질과 안전성을 지속적인 관리를 해 나가고 있다.
특히 품질을 관리하는 재배 매니저가 모든 농가의 영농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농약, 양액, 안전성에 관한 모든 결정을 실시간으로 통제한다.
# 도전정신이 성공으로 이끈다
CEO인 조기심 사장의 과감한 도전정신도 (주)농산무역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주 요인이다.
지난 1996년 판로개척을 위해 샘플을 들고 일본 경매시장을 돌며 일본 바이어들을 직접 만나 상담을 한 결과 거래 선을 뚫었으며, 1997년에는 국내 수출업체의 농간을 배제하기 위해 일본 이토츠 상사를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명성을 얻고 있는 (주)농산무역이 있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일본에 수출한 파프리카에서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검출되면서 2006년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전수검사 명령을 내린 것이다. 전수검사를 실시한 경우 통관에 소요되는 기일이 3~5일 더 많아져 신선도를 요하는 파프리카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다행히 안전성관리에 대한 평가를 실시, 우수업체로 선정돼 수출시장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다 2006년 들어 심각해지고 있는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 하락도 경영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조 사장은 어느 누구보다 당당하다. 환율하락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만한 충격에 버텨낼 만한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 “체력 키워야 외풍에 당당하게 대응”
조 사장은 “수출 시장이 호황일 때도 있었으니 당연히 불황일 때도 있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체력을 튼튼히 키워온 만큼 이 만한 외풍에는 견딜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조 사장이 걱정하는 건 매출 하락이 아니라 다른데 있었다. 국내 업체간의 덤핑 수출이 아주 심각하다는 게 그녀의 우려다. 제 살 깎기 식으로 마구잡이 수출을 하고 있는 국내 업계의 관행이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그녀는 자신이 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를 통해 2006년 1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파프리카 수출을 전면 중단시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과잉 수출에 따른 가격하락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조기심 사장은 “최근 국내 파프리카 생산량이 과잉인데다 일본 현지 작황도 호조세를 보여 15kg당 2000엔 하던 가격이 1000엔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이 상태로 수출을 계속하면 파프리카 생산농가들이 동반 몰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수출되지 않는 물량은 15만 박스, 750톤으로, 금액은 37~40억 원 정도에 달한다.
# “위기 때 힘 모아야 극복가능”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는 수출 중단 물량 전체를 소비지 무료시식 등 파프리카 홍보용으로 소진시켰다. 이를 위해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파프리카 시식행사를 갖기도 했다.
조기심 사장은 “농가 스스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다는 게 쉽지가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제에 소재한 (주)농산무역은 여느 수출업체와는 달리 실내 인테리어가 아주 깔끔하고 세련됐다.
여자 사장이 운영하는 경영체라는 이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농기업도 일반 기업 못지않는 근무 환경에서 근무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녀의 평소 생각이다.
직원들의 차림새와 근무태도 역시 여느 기업체 직원 못지않다.
(주)농산무역의 경쟁력은 작은 것 하나 하나부터 세심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조기심 (주)농산무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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