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 농업 충분한 가능성 있어”
“우리농업이 침체 아닌 침체기를 맞은 데는 인력문제가 가장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층이 농촌에서 이탈하는 것은 농업의 철학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후계자에 대한 양성이 뒷받침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진길부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은 “우리 농업의 문제는 인력양성의 부재에 있다”고 단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농업에 대한 철학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우리 농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그 근거로 국내 농민들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동북아지역의 큰 시장 형성을 꼽았다.
진길부 조합장은 우리 농업의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철학을 담은 교육체계 확립과 함께 농업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있는 사람들의 농업분야 영입을 강조했다.
특히 마케팅 분야 전문가 영입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이와 함께 고품질화와 브랜드화를 강조하고 농업경영체나 농민들은 경영마인드로 무장하고, 수직적 계열화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협동조합은 판매조합으로 전환해 농민은 생산하고 판매는 조합이 담당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 국내 농업·농촌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양돈장을 경영하는 한사람으로서, 양돈전문조합을 경영하는 CEO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까?
“ ‘과연 우리 농업이 가능성이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한 마디로 답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국내 농업·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왜 그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진단합니까?
“우리 농업은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지만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농촌 인구가 너무 고령화 돼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게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농업의 후계 인력 양성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후계자를 양성한다는 정책과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농업철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물론 과거에 제시됐던 철학에 대해서도 정리가 돼 있지 않은 것이 후계양성의 실패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정책자금을 지원해 후계자를 육성하는 것은 진정한 농업인 육성의 10분의 1밖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이와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농업에 대한 철학적 깊이가 있는 사람들이 농업분야에 투입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문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도시의 생활에 싫증을 느껴 ‘농사나 짓자’ 라는 사람들이 투입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의 노동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교육시켜 농업에 투입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농업인들도 수익의 상당 부분을 다시 농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농업 자본이 타 산업에 투자된 만큼 다시 돌려받아야 하며,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이해와 곁들여져야 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우리 농업은 분명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축산업 가운데 돼지고기 산업은 기술수준이 상당 부문 발전돼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수준에다 인근에 북한, 중국 등 엄청난 동북아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충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시장을 바탕으로 단순 가격 경쟁력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상품을 생산한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원가절감을 바탕으로 효율성 있는 경영을 실시한다면 돌파구는 분명합니다.”
- 효율성 있는 경영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농업도 기업적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농업특성에 맞는 농업경영 마인드를 확산시킨 방안은 무엇일까요?
“기업은 결국 능률 지상주의가 기본입니다. 능률이 오르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농업도 이러한 시장원리에 맞춰 합리적이고 경쟁적인 조직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는 개별농가가 하기에는 힘든 부분입니다. 결국 계열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 축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협동조합만 제대로 개혁돼도 기업경영 마인드를 확산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명이나 업종명을 빼고 판매조합으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협동조합이 생산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판매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 팔아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잘 파는 역할을 협동조합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품생산은 개별 농가가 아닌 계열 조직화를 통해 일정물량을 생산하고 조합은 포장·가공·브랜드 화를 통한 판매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업적 마인드를 갖춘 경영 전문가의 도입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농업계에 준비된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한 농업 조직에서 외부의 기업적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농민의 정서나 농업인의 이해가 부족할 경우 경영권이나 책임 측면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의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적인 부분이 마련되고, 농업 경영인으로 훈련된 사람들이 농업에 많이 투입된다면 기업적 경영마인드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 국내 농업경영체의 경우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특히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그 같은 현상은 왜 발생하고 있다고 보는지요?
“한 마디로 말하면 전문성이 제일 부족합니다. 특히 마케팅에 있어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마케팅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행착오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더욱이 경영체가 흔들림 없이 일정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집행부와 농민들의 신뢰가 구축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운영과 투명성이 보장된 경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농업 지도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농민 스스로가 마케팅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마케팅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해 판매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농업경영체 경영은 그 책임자 몫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농업경영체의 원활한 성장·발전을 위해 정부가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모든 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품질입니다. 소비자들은 구매에 있어 품질을 제일 중요한 요소로 꼽습니다. 여기에 먹을거리는 안전성까지 요구되고 있습니다. 농산물도 이러한 기류에 예외일 수 없습니다.
공급이 부족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처럼 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자유화 되고, 공급이 과잉되는 상황에서는 품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됩니다.
품질에 대한 중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농축산물의 브랜드 화는 필연적입니다. 안정적인 물량과 일정한 품질 수준 유지라는 측면에서 브랜드 육성은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모든 브랜드 경영체를 지원·육성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브랜드 육성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단순 자금지원의 측면에서 벗어나 계열주체가 미흡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 RPC(미곡종합처리장), LPC(축산물종합처리장) 등은 농축산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입니다. 정부가 이에 직접 참여하고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합니다. 개별 농가에 대한 지원은 더 이상 농업정책에서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고 판단됩니다. 정부가 브랜드 경영체를 지원하고, 경영체는 이 지원금을 토대로 회원이나 농가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도나 컨설팅을 실시하면 됩니다.”
- 눈을 나라밖으로 돌리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초우량 농업경영체 사례가 많습니다. 이들 사례를 효과적으로 수집해 국내 농업에 확산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품목끼리 뭉쳐서 해외의 우수 정보들을 입수해 확대·보급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품목별 연합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브랜드 경영체간의 공동연구도 실행하고 토론을 통한 정보도 서로가 공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품목끼리의 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생산위주의 경영을 펴 오다 보니 가공이나 마케팅 쪽의 깊이가 얕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판매 중심의 협동조합으로 변모할 경우 일정 부문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해외 정보의 입수와 보급은 산업의 발전과 외국 농축산물과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필수적인 것입니다. 농업계 지도자와 정부가 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 국내 농업에도 경영개념이 확산되고, 특히 농업경영체가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시장개방 가속화 속에서도 국내 농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농업경영체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업경영체 대표나 농업계 지도자는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농민과 친해져야 합니다. 농민과 친해진다는 의미는 농민을 가장 높게 보고 권익을 우선시하는 기본자세를 의미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영 방법에 대한 항상 고민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주변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얻어 경영에 참고하는 열린 자세를 갖고 투명한 공개경영에 힘써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이뤄진다면 우리 농업의 성장 원동력은 분명 존재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농업 후계자들이 농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출처]농업경영 비즈니스 성공조건1/ 농업경영을 이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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