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정보/농업 이야기

농업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권승구]

곳간지기1 2010. 3. 9. 10:48

 

"농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권승구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농업이라는 산업에 대해 여기저기서 가장 많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농업의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비중은 생산액이나 종사 인구 등에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전체 식품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보면 농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거의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농업이 먹거리 산업의 출발점이고, 농업을 기반으로 하여 먹거리 산업이 발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을 통한 지역의 유지와 발전, 환경의 보전과 보존, 전통문화의 유지 보존 등과 같이 농업이 수행하고 있는 내용과 의미를 새롭게 확대해 보면, 농업은 먹거리 산업을 맨 앞에서 주도해 나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원적 기능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게 유형․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미래산업이고, 발전지향적 산업이며, 희망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농업이라는 산업의 내용과 의미는 단순히 식물과 동물을 재배하고 사육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때에는 농산물유통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나 수요 등에 대해서도 대체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으로 갈수록 신선식품의 소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가공식품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사정이나 농업의 수준으로 볼 때, 신선식품에 대한 비중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은 매우 당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먹거리 소비 구조나 행태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먹거리산업의 무게중심도 농업과 농민 중심의 생산중심적 사고에서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소비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또한 WTO, FTA 등 시장개방의 확대 및 농업과 농민의 시장 의존도 심화 현상은, 농산물이라는 1차 산품의 생산과 이의 직접 소비라는 단순한 사고 수준에서, 신선식품을 이용한 가공, 유통, 외식산업의 발전 등 소비구조 및 식품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농업은 푸드시스템의 출발점에 서서 국민의 먹거리 생산이라는 식량자급적 관점뿐만 아니라 소비를 위한 유통과 가공, 외식산업의 발전이라는 푸드시스템의 구성적 측면에서의 발전, 식품산업의 규모화․다양화․전문화 현상과 식품소비의 고급화 현상 등에 대응하여 다양하게 변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수입 식품의 증가와 광우병 촛불사태로 촉발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증가 등 농업을 둘러싼 여건과 환경의 변화는 오히려 농업의 중요성과 의미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지역 공동체의 붕괴 우려라는 측면에서 지역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농업의 발전 가능성과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고, 이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 문화공동체의 유지와 보존, 바이오에너지 생산과 생태환경 보전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지역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농업의 기여도 증가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농업과 식품산업을 동일한 연속선상에 두고 종합적인 발전을 유도하고 계획하자는 의미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전체의 틀을 '국가식품시스템'이라는 커다란 범주하에서 정책사업을 수행하고자 하고 있다. 생산 없이는 유통도 없고, 식품산업도 존재할 수 없다. 먹거리를 둘러싼 식품시스템의 비중과 구조는 지속적으로 변화와 발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안전한 그리고 안정적인 생산이야말로 식품산업 발전의 출발점이며, 이를 통하여 전체 소비구조의 안전과 안정도 꾀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식품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의 농업의 중요성과 역할 및 과제에 대한 관심 영역의 지속적인 확대가 매우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농업을 둘러싼 학계와 업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 연구기관의 사업 방향도 보다 넓은 의미에서 농업을 바라보고 연구 및 지도의 방향과 범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농촌진흥청, [농업경영 마케팅 포커스] 20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