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정보/농업 이야기

농촌여성들이 뜨고 있다 [이병서]

곳간지기1 2010. 5. 17. 20:57

 

"농촌여성들이 뜨고 있다"

이병서 농촌진흥청 기술경영과장

 

한때 우리농업 인력이 고령화되고 여성화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있었다. 농촌인력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그동안 역할이 부각되지 않았다. 농업에서 여성의 모습과 역할은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활동은 활발하게 있어 왔지만 의미있게 바라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지금은 농업비즈니스 과정에서도, 벤처농업대에서도, 사이버농업인 모임에도 여성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최근 농식품여성CEO연합회도 출범했다.

 
최근에는 여성이 중심이 된 농업경영의 현장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제 농촌지역에서 여성들이 뛰는 모습은 분명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늘 삶의 중심이었던 먹을거리에 우리 여성들의 손맛과 섬세함이 도시민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섬세한 경영기법이 결합된 비즈니스로 소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체험과 교육, 로컬푸드, 음식 등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농업의 외연도 확장하고 있다.

 

농촌여성들의 농기구 ‘컴퓨터’
이런 여성들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인터넷의 힘이 컸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총 농가수 119만 5천호 중에서 컴퓨터를 영농에 활용하는 농가가 10.5%인 12만 5천호에 이른다. 이들 사이버농업인은 이상한(?) 농업인이 아니라, 강력한 경영수단으로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컴퓨터는 특히 농촌여성들에게도 중요한 농기구가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10년 전부터 농가에게 홈페이지 구축과 함께 이것을 다루는 방법도 지원했다. 전국 23개소에서 600명 대상으로 연중 진행되는 e-비즈니스 멘토링교육은 야간에 이뤄지지만 여성들의 참여가 많다. 고객을 만들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홈페이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공부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늘어난 여성 사이버농업인들은 홈페이지나 블로그, 카페를 통해 온라인으로 고객감동을 더해가는 흐름이 부쩍 늘고 있다. 잘 알려진 농업블로거에는 유난히 여성이 많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고객들을 만들고 몰고 다닌다.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 숫자는 적지만 파괴력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리산 700m 꼭대기에서 전국에 천마를 팔고, 실미도의 여성농업CEO는 도시와의 소통에 행복해한다. 봉황52농장의 조영숙 대표는 무수한 도시주부들과 소통하고, 오이판매를 넘어 다양한 오이음식, 농촌생활에까지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고객과 소통하고 친구가 되면 돈은 저절로 벌린다. 앞으로는 이러한 파워블로거들이 앞장서 농업의 위상을 높이고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로컬푸드 전도사 ‘농촌여성’
농업현장에서 여성들의 경험과 비즈니스는 도시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우리의 농업·농촌의 매력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미래로 갈수록 사람들의 감성은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찾아 농촌으로 가게 될 것이고, 이때 도시민을 위로하고 반가이 맞아줄 여성들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우리 농촌에서 제대로 만든 농식품이 지친 도시민의 마음을 달래주고 힘나게 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각되는 로컬푸드의 많은 영역도 여성의 손길이 필요하다. 토종을 살리고, 전통을 복원하며, 조상의 체취를 느끼고, 흙내가 어우러지는 우리 농촌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 세상을 제대로 만나게 지원해주면 어떨까.

 
특히 농촌현장에 널려있는 가치있는 자원들을 여성들의 손끝에서 나오도록 기술뿐만 아니라 고객을 유인하는 경영·마케팅 방법을 지원하자. 그래서 농촌여성들이 도농 교류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도록 도와보자. 여성들이 농식품에 IT를 씌우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자. 미래에 신선하고 안전하며, 전통과 시골스러움이 묻어나는 로컬푸드가 크게 늘어날 때 도시민에 대한 온라인-오프라인 전도사역할을 농촌여성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보자.

[농촌여성신문] 2010. 5. 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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