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정보/농업 이야기

족쇄에 묶인 대륙 아프리카 [홍종운]

곳간지기1 2010. 2. 11. 09:14



이 책은 영국 Economist 지의 기자였고 아프리카 편집담당자였던 Robert Guest가 쓴 책이다(2004. MacMillan. London). 이 책의 저자는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의 암울했던 과거 못지 않게, 식민지의 굴레를 벗어난 현재의 아프리카도 암울함을 적나나하게 들춰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프리카의 암울한 면을 거론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어두웠던 과거와 비참한 현재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 밝은 미래가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 하려 했다.

아프리카의 불행한 역사는 15세기부터 시작됐다. 당시의 대영제국,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아프리카를 거점으로 노예무역을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아푸리카의 자원을 수탈하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은 수백년 동안 유럽 여러 나라들의 식민지가 된다.

세계 제2차 대전의 종식과 함께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은 독립한다. 그로부터 이제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들 신생 독립국가들의 자립과 발전을 위해 지난 반세기 동안 부국들이 많은 금액의 원조를 해왔다(2 차 대전 직후 미국이 유럽의 복구를 위한 Marshall Plan을 위해 원조했던 액수의 6배). 그러나 극히 적은 경우를 제외한 모든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은 아직도 경제적으로 자립하지도 못했고, 사회적인 안정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오늘이 아프리카를 평한다. 다음은 아프리카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그는 오늘날 아프리카는 가장 가난한 대륙이며 지난 30 년 간 더 가난해진 유일한 대륙이라고 지적하면서 아프리카 사람들 자신도 아프리카에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실정임을 지적했다. 그는 또, 아프리카 사람들의 가유재산의 40%가 해외에 있다고 귀띔 한다.

그는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농업과 관광 분야의 방대한 가능성을 가진 대륙이면서도 어떻게 가장 가난한 대륙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몇 가지 각도에서 논의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즉 아프리카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0% 정도인데 아프리카의 계 교역량 점유율은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그는 만연된 관료사회의 부패, 지나친 정부 주도형 행정, 정실인사, 지나친 규제 등 정부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거기에 더하여 부족 간, 지역 간 갈등, 취약한 교육시스템, AIDS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의 만연 등도 아프리카의 생산성을 낮게 하는 요인들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또,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오늘날 아프리카의 빈곤의 원인은 과거 식민통치자들의 악행 때문이라면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자기들이 나설 생각은 하지 않고, 옛날 식민통치자들을 원망하며 그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한다고까지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도 혹독한 식민통치를 받았지만 독립 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님을 상기시킨다. 즉, 비록 작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보츠와나(Botswana)와 남아프카공화국 같은 경우에는 정직한 정부에 의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거론하면서 아프리카의 희망을 이런 나라에서 볼 수 있다고 쓰고 있다.

그는 사하라 이남의 여러 나라들, 짐바브웨 같은 난포한 독제국가와 보츠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희망적인 나라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의 농민, 트럭 운전사, 어렵게 운영되고 있는 언론사의 현장 취재기자들, 식당 주인 등, 풀뿌리 아프리카 사람들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잘 살아보려 노력하면서 앞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아프리카는 살아 있는 대륙임을 감지했다고 쓰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에는 변화가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보통 아프리카 사람들이 각자가 더 잘 살려 노력하는 것이 간섭받지 않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는 독재자, 부패한 정부, 질병, 부족과 지역 간 갈등 등과 같은 족쇄에 묶여 있다고 보면서, 그 족쇄가 제거 되면, 아프리카는 희망과 가능성의 대륙이 될 것임을 확신하다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해결하려 한다는 자각을 촉구 하고 있다.

이 책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사로 근무하셨던 김은수님께서 친절한 해설과 주(註)를 달며 "아프리카, 무지개와 뱀파이어의 땅"이란 제목으로 번역하셨다. (지식날개: 방송통신대 출판부. 출판시기 미상. 정가 15,000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요즘 우리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을 포함하는 개도국들을 돕는 일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개발원조액을 GDP의 0.25%까지 늘리겠다는 등, 큰 의욕을 보이고 있고 관련기관들도 나름대로 이 분야와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다. 축하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숙고(熟考)해야 할 점이 많을 것 같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개발 원조를 위해 쓴 액수는 적은 것이 아니었는데 그 결과가 크게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판국이니 지난날 해왔던 원조가 왜 성공적이지 못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 작업 없이 종전의 방법을 답습한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철부답(前轍不踏), 그것은 똑 같은 실패를 피하는 확실한 전략이다. 이제까지 해온 원조의 어떤 면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실패요인은 되풀이하지 않으려 해야 할 것이다. Dambisa Moyo의 Dead Aid와 Robert Guest의 Shackled Continent는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Guest의 견해, 즉,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풀려 하는 자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면서 이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숙고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토양학 박사로 아프리카 기아문제 해결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을 퇴직하고,

  현재는 '국외농업기술팀' 자문위원으로 계시는 홍종운 박사님이 독후감으로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