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을 이끄는 사람들 / 윤진영 (주)세미니스코리아 부사장>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하고 소비자에 정직을 전달해야”
“경쟁력 있는 농민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된 농업정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농업과 농촌, 농민 등을 구분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윤진영(61) (주)세미니스코리아 부사장은 농업·농촌의 앞날이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농민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에서 농학박사를 취득한 후 농촌진흥청에서 26년간 근무하면서 채소육종과장과 연구협력과장 등을 역임하고, 중앙종묘 대표이사를 거친 그를 만나 우리나라 농업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시장개방 등으로 농업·농촌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잠시 중단중인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과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는 FTA(자유무역협정)협상 등으로 농축산물 시장개방 가속화가 예상됩니다. 국내 농업의 앞날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렵지만 농업이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낙관적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농민의 범위를 축소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집중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집중, 차별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 집중과 차별화 정책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농민, 농업, 농촌 등을 구분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농촌에 대한 정책은 행정자치부, 농업은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농민은 보건복지부가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림부에서 농민과 농촌에 대한 정책마련까지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농민에 대한 의료와 복지 등을 다루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책의 집중화를 위해서 전문부처별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경우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농림부는 농업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농업도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접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업경영을 하시는 입장에서 볼때 이를 확산시킬 좋은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경영마인드를 갖기 위해선 합리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마인드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언론과 시민단체, 정부까지도 직접 지원을 강조하고 있어 의존형 농업경영을 탈피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만 고기를 잡아주는 급급한 상황에서의 경영마인드 확산을 논하기엔 이른 것 같습니다. 우선 정책적 지원방식을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 형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물론 시스템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큰 틀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업에 기업적 경영마인드 도입과 확산을 위해선 정치, 선거, 행정 등 경영외적 요인이 투자를 결정해선 안 됩니다. 또 정책당국, 특히 시군 등 일선 지자체 관계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 농업분야에도 경영체가 많이 탄생되고 있고, 큰 성과를 내는 곳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경영측면에서 국내 농업경영체가 가장 부족한 부분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십니까?
"집행과 계획 등 운영과정에서의 시스템 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합니다. 공공자금을 투입하면서 그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는 시스템이 부재가 농업경영체의 운영 시스템 부재로 이어지면서 경쟁력도 크게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농업경영체들이 공공자금을 지원 받을 경우 자금을 받고 쓰는 게 무서울 정도로 예산 집행과 결과 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농업경영체들도 공공자금을 무조건 받고 보자는 의존형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경영, 자금, 영업 등 각 부문별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 농업경영체도 생산은 농민이, 경영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주도해야 합니다."
- 농업경영체의 경영마인드 확립을 위해선 경영체 구성원의 자세와 외부교육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교육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농업분야가 특수하긴 해도 경쟁력에 따른 경제논리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농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진단은 이미 오래전에 제시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으로 농업의 특수성을 강조하다보니 농업 관련 교육도 전문화되지 못하고 다수를 위한 광범위 교육이 진행된 것 같습니다.
이제 농업분야, 특히 농업경영체 대한 교육도 경제 원리가 도입돼야 합니다. 경영체는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이라면 찾아서라도 교육을 받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나서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지양돼야 합니다. 교육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지불하고 전문가를 육성한다면 대학 등 전문교육기관에서 하지 말라고 해도 경영체가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고 경쟁을 통해 보다 좋은 교육내용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 교육을 필요성을 강조하십니다만 이와 관련된 정부의 역할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교육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농업분야 교육에도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놓는 원칙을 지킬 경우 보다 질 높은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 것입니다.
경영체 구성원 스스로가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배우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펼치는 교육은 경영체의 경영마인드 확립보다는 정부 의존성만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교육의 필요성과 교육기관 및 전문가들에 대한 지원 등 외부 교육기관에 대한 간접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규모가 영세한 국내 농업의 입장에서는 농업경영체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경영체가 농업의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있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고 있습니까?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심정으로 농업경영체도 소비자에게 정직함을 전달해야 합니다. 농업경영체는 생산자인 만큼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정직함이 곧,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져 농업경영체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며, 대외개방에도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소비자의 신뢰보다는 신토불이를 강조하면서 애국심에 호소한 농업경영이 대세를 이뤄왔습니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농업과 농민, 농촌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이 담당해야 합니다. 농림부가 모든 분야를 관장하고 실행하기 보다는 필요한 부문은 서로 협력을 모색하고 농림부는 농업에 보다 치중해 외부로부터 농업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재배육종분야 공직생활을 거쳐 종묘업계의 대표적인 기업의 경영자로 6년 일하고 계십니다. 그동안 느낀 점과 종묘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종묘회사에 입사한 것은 연구를 더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위치이다 보니 1년에 반을 해외에서 지내는 등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퇴임 후 그동안 경험을 토대로 고창지역으로 내려가서 농업분야와 관련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국내 종묘업계는 무, 배추 분야에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품종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특히 로봇 등 첨단기술을 이용 등에는 선진국과 큰 기술적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종묘업계의 다국적 기업화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국내 종묘회사의 중심이 다국적기업임을 감안할 때 인재발굴이 최우선 과제로 생각합니다. 일자리가 있지만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 지금 종묘업계의 현실입니다. 특히 경영자 위치까지 올라갈 인재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언어에 있습니다.
언어문제는 단시간에 내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방화, 국제화 시대를 맞아 농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인재의 육성은 종묘업계 뿐만 아니라 농업계의 남겨진 과제이기도 합니다.
세미니스에서도 일자리가 있지만 그 일자리에 맞는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업계 내외 인재를 발굴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출처] 농업경영 비즈니스 성공조건1/ 농업경영을 이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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