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백과사전 격인 지봉유설(1614, 이수광)에 보면 맥유대소광맥(麥有大小?麥) 맥위오곡지귀(麥爲五穀之貴)이라 하여 맥류에는 보리, 밀, 귀리가 있고, 맥(보리)은 오곡 중 가장 귀하게 여겨, 당시 식량작물로서 보리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삼국사기(1145, 김부식)에서도 보리는 타 작물보다도 먼저 백제 온조왕 28년(AD10)조에 처음 기록되어, 일찍부터 우리에게 관심의 대상인 작물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기야 보리는 최근가지도 우리에게 보릿고개로 친숙해오던 식량작물이다. 보릿고개 당시에 보리가 없었다면 겨울을 지내고 쌀 등 식량이 떨어져갈 무렵인 오뉴월에는 무엇 먹고 살아야 했을까? 그만큼 보리는 독보적 존재였다.
○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의 삶을 일궈온 곡식이었던 보리가 쌀의 자급이 시작된 '80년 이후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연간 1인당 소비량이 1.5kg에 머물고 있다. 사실 연간 1.5kg이라고 하면 하루에 4.1g, 한끼에 1.4g 꼴이다. 보리쌀 천알의 무게가 보통 24g 이니 1알은 0.024g, 1.4g은 티스푼 하나의 양인 보리 알 58개에 불과하다.
○ 이렇듯 주곡으로서의 위치가 멀어져 가는 듯 하더니, 최근 작물과학원에서 찰성 인자를 도입한 찰보리 품종을 개발하자 식용으로서, 건강식품으로서의 보리를 재조명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밥 짓기가 간편하다. 밥맛이 좋아지고, 밥 색깔이 하얗다. 따라서 해마다 전국의 찰보리 재배면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수요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찰보리의 개발로 건강식품, 식용으로 재인식된 보리가 이번에는 또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바로 축산 조사료 원료로서의 변신이다. 청보리 식물체 통체로 베어서 사료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 한우에게 조사료를 충분히 급여하면 증체율이 높고 육질, 번식률이 높아지며, 젖소에는 산유량이 증가되어 소의 경제적 수명이 길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조사료 급여비율은 약 33%로 뉴질랜드 95%, 미국 66%에는 어림도 없고, 일본의 48%, 최소 한계 40%에도 못 미친다.
○ 여기에 착안하여 작물과학원에서는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 등 연간 약 25억불이 되는 사료곡물 수입량 약 900만 톤, 가공부산물과 기타 원료 약 300만 톤을 대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즉 보리, 밀, 호밀, 귀리의 줄기, 잎, 이삭 등 전체를 가축사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까락이 있어 껄끄러운 보리를 까락을 없애거나, 까락이 부드러운 보리로서 가축 선호성이 높은 품종을 개발하고, 또한 총체(식물체 전체) 수량이 높은 재해에 강하고 옥수수처럼 줄기 속이 찬 조숙 밀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 전량 수입하는 호밀, 귀리 종자를 대체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적응하는 내한성이 강한 귀리, 수입종자에 비하여 출수기가 빠른 호밀 품종 등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가축의 기호성이 아주 높다. 이제는 보리, 밀도 총체적으로 이용할 때가 온 것이다.
○ 이에 발맞추어 작물과학원에서는 오는 5월 20일 가축의 조사료를 국내 생산 자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겨울철 유휴경작지 100만 ha를 이용할 수 있는 ‘청보리 연구성과 현장연시 및 토론회’를 개최한다. 수입 축산물에 맞서, 우리 맥류 품종을 이용하여 우리가 생산한, 우리 사료를 먹고 자란, 질 좋고 안전한 농축산물을 생산하여 국민의 건강을 위하고,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축산업계를 끌어올리기 위한, 환경보전형 생태 순환적 농업을 위한 토론회이다. 찰보리의 개발로 새로운 변신을 한 맥류는,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여 사료용 총체맥류라는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 상세내용 문의 : 작물과학원 홍보팀 박장환 연구사
(e-mail : pjh@rda.go.kr, tel : 031-290-6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