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트렌드 변화와 농업부문 대응 [박평식]

 

"2015 농업 농촌에 대한 전망과 과제"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5’에 나오는 새해 트렌드 전망을 보면, ① 햄릿증후군, ② 감각의 향연, ③ 옴니채널 전쟁, ④ 증거중독, ⑤ 꼬리, 몸통을 흔들다, ⑥ 일상을 자랑질하다, ⑦ 치고 빠지기, ⑧ 럭셔리의 끝 평범, ⑨ 할머니들의 변화, ⑩ 숨은 골목 찾기 등 트렌드 전망 자체가 추상적이고 애매한 단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세상의 변화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한-중 FTA가 타결되고 최후의 보루였던 쌀마저 관세화 됨으로써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대부분 개방되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모든 부분이 그렇지만 농업분야에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해 ‘한국의 10대 트렌드 상품’의 의미를 분석해 보면, ① ‘명량’ 열풍을 통해 불안한 사회와 리더십 부재에 대한 염려, ② 장기화되는 국내외 불경기 속에서의 작은 혁신과 대안 모색, ③ 과거 7080 문화에 대한 향수, ④ 다양성에 대한 희구와 개성표현 등으로 요약된다.

 

공산품도 마찬가지이지만 농산품도 생산자가 좋은 상품을 만들고 판매를 잘해서 소득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잘 알아야 한다. 최근 소비자 트렌드 전망은 감각, 증거중독, 럭셔리 등 과거와 많이 달라지는 패턴을 예고하고 있다. 농업분야도 세계시장과 한국의 소비자 흐름에 대한 정보와 마인드로 무장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트렌드 중에서 농업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사점을 찾아본다.

 

첫째,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와 세월호 참사로부터 시작된 소비심리 위축과 더불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 구매자를 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제품과 유통과정에 반영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맞춤형 제품 생산으로 전환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결정장애’를 겪는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소비자가 혼란스러워 하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둘째, 소비자의 웰빙-럭셔리 욕구를 반영하여 고품질과 안전농산물 생산전략이 필요하다.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감각의 향연을 즐기려는 계층이 늘어난다. 따라서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등 ‘어메니티’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도시민의 여가활동이나 휴양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농가소득원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에서 그치지 말고 저장, 가공, 유통, 체험 등 6차산업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확대해 나가야겠다.

 

셋째, 과거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소통이 넘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여유와 멋, 그리고 약간의 허세까지 겸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상품에 대한 실시간 품평과 정보 추적이 대세가 되므로 시장의 흐름을 살펴 SNS 등 홍보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신품종과 기술정보의 수집에서부터 농산물의 생산과정과 판매와 홍보,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해야겠다.

 

넷째, 과거에는 기업과 소비자, 정부와 시민처럼 각자의 역할구분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역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21세기는 바야흐로 소비자의 시대다. 새로운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 흐름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개별농가 혼자서 다하려 하지 말고 예를 들어 ‘팜파티’와 같은 판을 펼치면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농업인도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대응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다섯째, 한-중, 한-EU 등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시장개방으로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수출여건도 더 나아질 것이므로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어차피 국내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중국과 여타 국가의 시장을 분석하고, 그 나라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여 시장 확대에 총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여건이 더 어려워질수록 우리농업의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박평식 박사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농어촌선교신문 2015년 1월 7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