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바라는 과실류 품질 개선방향”
박평식 박사/ 한국농업개발원 연구위원
□ 농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
인간 생존의 필수요건은 의식주인데, 유교적 전통에 따른 체면보다 먹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식의주(食衣住)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예전의 농식품 소비 트렌드가 배고픔 해결이 우선이었다면, 이제는 건강과 안전, 편리함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소비자패널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농식품 소비행태는 젊은 소비, 건강 중시, 간편 소비, 구매장소 다양화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이 농식품 구매의 주체로 등장하고 1~2인 가구의 증가 등 여건 변화로 농식품 구매 시 고려사항이 안전한 식품, 건강 증진, 영양 성분 등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강에 좋은 간식으로 인식되는 과실류에 대한 이미지는 건강, 맛, 달콤, 비타민, 계절식품 등 다양하다. 과일류는 다른 식품보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강점이 있는데, 식사 대용보다는 식후 간식의 기능이 강하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고려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점이 되는 시장에서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 주요 과실류 중심으로 도매시장 전문가의 품질개선 요구사항을 분석해 보았다. 작목별 육종 전문가와 농가, 조리사의 의견을 반영해 조사표를 작성하고, 가락시장 경매사와 중매인 등 시장전문가(60명)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시장수요에 대응한 품질·품종 개선방안을 찾아보았다.
□ 시장에서 보는 과실류 품질 선호도 분석결과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과실류를 직접 선별하고 유통을 주도하는 전문가들이 과거에 비해 색택·모양·크기 등 외관품질을 평가하는 정도는 훨씬 강해졌다 30%, 조금 강해졌다 46.7%로 많은 시장 종사자가 소비자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한편 맛·과즙·향·육질 등 내부품질을 평가하는 정도는 훨씬 강해졌다 51.7%, 조금 강해졌다 25%로 외관보다 내부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높아졌다.
도매시장에서 중시하는 과실류 품질 선호도를 표적집단 면접법(FGI)으로 설문조사해 분석적 계층화(AHP) 기법으로 좀 더 자세히 분석한 결과, 사과의 경우 외부품질보다는 내부품질 선호도가 높았는데(가중치 0.439) 맛(당도)과 저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외부품질(가중치 0.367)로는 모양과 크기, 색택이 중요시되었다.
배의 경우 도매시장에서 중시하는 품질요인별 선호도는 내부품질이 더 높고(가중치0.398), 맛(당도)·육질·향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외부품질(가중치 0.357)로는 색택·모양·경도·크기 등이 그 다음을 차지했으며, 정품질·정가격 등 구입조건(가중치 0.246)도 중요시되었다.
복숭아의 품질요인별 선호도는 내부품질이 특히 높았는데(가중치 0.656), 맛(식미)·경도·과육색·과즙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외부품질 중요도(가중치 0.128)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 중 털유무·크기 등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정품질·정가격 등 구입조건(가중치 0.216)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되었다.
포도의 품질요인별 선호도는 내부품질(가중치 0.459)이 높았는데 맛(식미)·향·식감·씨 유무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외부품질(가중치 0.282)은 크기·색택·모양 등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었으며, 정품질·정시 등 구입조건(가중치 0.260)도 고려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귤의 품질요인별 선호도는 역시 내부품질이 높았는데(가중치 0.493) 당도(맛)·산도·과즙량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크기·선도·색택 등 외부품질(가중치 0.226)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으며, 정품질·정가격 등 구입조건(가중치 0.282)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과실류 품질개선
기후변화와 시장개방 등 환경요인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야 생산자와 육종·재배 전문가도 한발 앞서 대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실류 품질요인별 시장 선호도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시장전문가 심층면접을 통해 도출한 주요 과일류 품질 개선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시장에서 보는 사과 품질 개선방향은 무엇보다도 맛을 좌우하는 당도 개선, 색택 및 모양, 아삭한 식감, 양보다는 품질이 좋은 품종 및 재배기술이 시급하며, 숙기별로 조·중·만생종을 확실하게 구분해 타겟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다.
2) 제수용으로 많이 쓰이는 배의 경우 역시 당도 높은 맛있는 배, 고유의 향이 있고 아삭한 식감, 단단한 육질, 예쁘고 둥근 모양, 1인 가구 증가로 너무 크지 않은(25~30개/10kg 정도) 소과종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시기별로 분산할 다양한 품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3) 복숭아의 품질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도(맛)가 더 높은 품종, 가격이 적당하고 모양이 좋은 품종이 선호되는데, 현재보다 당도가 좀 더 높은 품종, 아삭한 식감, 단단한 육질, 적절한 과즙, 저장성 개선, 그리고 출하시기는 7~8월이 적당하나 9월 등 만생종 개발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4) 포도의 품질개선 과제는 우선 저장성 개선, 씨 없는 포도와 포도알 모양이 중요한 요소가 되며, 향과 맛이 좋은 품종, 과피가 부드러우면서도 터짐(열과)이 안생기는 포도, 씨가 없는 품종을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5) 감귤 품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당도) 개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가격, 색택, 모양 등인데, 앞으로 품질개선 방향은 당도가 더 높으면서 식감이 좋은 품종, 껍질 까기 편하면서 저장성이 있는 품종, 소비자는 새콤달콤한 맛에서 달콤새콤한 맛을 선호하므로 당산비 조화가 중요하고, 첫출하 하는 극조생종의 당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점인 시장의 변화를 읽고, 과일류 품질개선 요인들을 잘 살펴 생산자는 품종갱신과 재배기술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육종과 재배기술 연구자들도 소비자 트렌드와 시장의 동향을 잘 반영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
* 한국과수협회, '한국과수' 2022년 5-6월호 특집1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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