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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농정의 최우선 과제다 (정영일)

곳간지기1 2008. 4. 8. 18:40
[칼럼-정영일]식량안보, 농정의 최우선 과제다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최근 6개월 사이에 주요 곡물의 국제가격이 밀 124%, 콩 75%, 옥수수 59%나 크게 치솟은 데 이어 우리의 주식인 쌀가격조차 올 들어 3개월 동안에 100%나 폭등하고 있다. 또 세계 곡물 재고량도 쌀은 1976년 이래, 밀은 1946년 이래 최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미국 농무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 주요 수출국들은 자국의 정치적·사회적 안정에 불가결한 ‘정치재(財)’인 곡물 확보를 위한 조치로 ‘수출 중단’ ‘수출물량 통제’ ‘수출관세의 대폭 인상’ 등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곡물자급률이 30%를 밑도는 우리는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올해 업무계획을 보면 농식품 유통혁신, 핵심인력 양성, 식품산업 육성, 규제 완화 등이 4대 실천과제다. 곡물의 안정공급 대책은 식품제조업 활성화, 외식산업 육성 및 한식 세계화, 쌀 가공식품 개발과 함께 식품산업 육성의 한 시책수단에 포함돼 식량안보 정책에 대한 새 정부의 인식이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의 농정에서 ‘식량안보’ 개념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먹을거리가 상시 확보되는 상태’와 ‘비상 시에도 필요한 먹을거리가 확보될 수 있는 태세’ 등 두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전자에는 미국의 ‘푸드 스탬프(food stamp)’제도와 같이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최저 식생활 안정을 보장하고 학교급식을 개선함으로써 차세대의 건강과 올바른 식생활 실천을 뒷받침하는 등의 시책이 포함된다. 후자에는 국제 식량수급 위기나 전쟁 또는 해상 수송의 애로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한 비상 식량계획을 뜻한다.

농식품부의 정책체계는 앞서 본 넓은 의미의 식량안보 확립을 중심으로 정립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함으로써 먹을거리(식품)정책과 농업정책의 기본적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농정체계가 구체화될 수 있으며, 농업과 2·3차 산업의 융합·복합화라는 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 곡물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매우 취약한 우리의 식량안정 공급정책은 단기적으로 사료 구매자금의 특별지원이나 노는 땅을 활용한 청보리·밀 재배 확대, 장기적으로 해외농업자원 개발과 같은 단편적인 시책을 넘어 추진돼야 한다. 즉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5%에 불과한 왜곡된 생산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수입 사료에 의존형인 가공형 축산을 국내 경종부문과 연계된 자원순환형 축산으로 전환해감으로써 경제적·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큰 그림 아래서 추진돼야 한다. 해외농장의 확보를 통한 식량공급 확대 방안은 민간 차원의 사업 수익성 검토를 토대로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하며 정부가 서둘러 추진할 일은 못된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식량안보정책은 국내 곡물 생산능력의 확충을 기본으로 삼고 수입의 다변화와 효율적인 비축제도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추진돼야 한다. 국내 생산 잠재력의 확충은 쌀·콩·보리·밀·옥수수·기타 사료작물까지 포함한 작부체계의 전면 개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농지·산지에 대한 일련의 규제 완화 시책은 한정된 국토자원의 체계적·효율적 이용과 권역단위의 계획적 전용이라는 원칙 아래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운용돼야 할 것이다.

chung@farp.info  [농민신문] 최종편집 : 2008/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