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환경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농촌지역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다문화가족의 등장이다.
농촌지역 다문화가족의 등장에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농업, 농촌 중심에서 공업, 도시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도·농 간 소득불균형, 젊은층의 농촌 이탈, 농업 경시 풍조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농촌 거주 기피로 인한 농촌총각의 국제결혼 증가에 기인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여성과의 국제결혼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농촌다문화가족은 농촌사회의 가족관계 및 지역문화, 농업경영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처럼 농촌다문화가족이 농촌지역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등장하면서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농촌노동력 부족, 농촌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상징되는 농촌 현실에서 농업·농촌을 유지·발전시키고 농촌공동화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측면 이외에 다문화가족 구성원 간, 농촌지역 공동체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 또한 나타나고 있다.
농촌다문화가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서툰 한국어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이주여성 출신국가의 문화와 우리나라 문화 간의 차이에 의한 갈등이다. 언어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다문화가족 1세대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정서발달과 인성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제결혼 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를 비롯한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서는 일회성 한국어교육이나 우리나라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상대국 언어, 문화, 풍습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가족 공동참여 프로그램을 확대·보급하고 농업기술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향후 농촌의 후계 농업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농진청에서는 농촌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우리나라 음식문화, 전통문화, 가족관계 등 농촌생활에 필요한 전반적인 생활문화 및 기초농업기술교육을 지원하고 있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육아와 상담을 위한 멘토링 운영을 통해 다문화가족의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농업노동력의 감소, 농촌고령화 시대를 극복하고 농촌다문화가족 구성원을 농업·농촌을 이끌어가는 영농 주체, 즉 인적 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의 이해를 넓히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들의 영농 기반을 지원하고 다양한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농업·농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다문화주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개방적 사고로의 인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국민의 의식변화가 다문화가족의 올바른 농촌 적응으로 활력 있는 농촌을 만들고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장 조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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