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식량위기로 식량주권 확보와 식량자급이 갈수록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전체식량 자급률이 27% 수준으로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자원민족주의가
점차 확산되는 국제환경에서 식량의 국내자급과 식량자원 확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많은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특히 지난 5월 15일부터 한겨레신문에서 창간20주년 특집으로 "지구촌 식량위기, 농업을 다시 본다"
시리즈로 기획보도(1-3회 보도 분은 본 블로그의'식량위기기사' 편에 스크랩) 되고 있다.
초기에는 해외 현지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식량부족 국가들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계속적으로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안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는데 취재과정에 몇차례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기사의 중간중간에 조금씩 나오고 있다. "식량자급을 위한 기술개발 성과와 과제" 칼럼도 어는 부분에 나오게 될 예정인데, 이번 기회에 식량문제에 대해 좀더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식량자급을 위한 기술개발 성과와 과제”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을 넘어 식량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곡물가격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곡물 재고율은 사상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인도 등 인구대국의 경제성장과 바이오에너지용 곡물수요 증가가 공급을 초과함으로써 구조적인 식량부족은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필리핀․이집트․아이티 등 많은 개발도상 국가에서 식량난으로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사회적 불안에 직면한 국가는 최소한 30개국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주곡인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밀, 콩, 옥수수 등 기타 곡물 자급도는 극히 저조하다. 전체곡물 자급도는 28%에 불과하며, 밀은 0.2%, 옥수수 0.8%, 두류 11.3% 등이다. 식량자급이 안되는 상황에서 세계곡물 수급전망은 불투명하고, 식량을 무기로 하는 자원민족주의는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식량안보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쌀 자급을 위해서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보급을 통해 ‘녹색혁명’을 달성했다. 주곡자급은 1970-80년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고, 특히 1997년 외환위기시 쌀 수량 사상최고(518kg/10a)를 기록함으로써 서민경제 안정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조기에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최근 수입곡물 가격폭등에서도 생활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통계청의 생활물가지수는 2007년 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7.5% 상승하였다. 품목별로는 국수 57.9%, 라면 23.6%, 빵 16.0% 등 밀 가공제품은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쌀은 4.7% 상승에 그쳤다. 반면 수입 콩을 주원료로 하는 두부는 22.0%, 수입 밀을 주원료로 하는 국수, 라면 등은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따라서 세계적인 식량위기에서 주식인 쌀의 자급은 민생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컸던 밀, 콩, 옥수수, 잡곡 등에 대해서는 연구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밀과 보리, 사료작물 등 동계작물은 벼농사 농기계를 이용해 답리작으로 재배가 가능하나,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기피하고 수입곡물에 비해 수요가 적어서 겨울철 유휴경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기반이 크게 위축되어 왔다.
이와 같이 정책적 관심에서 멀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진흥청(작물과학원)은 품질이 우수하고 숙기가 단축된 밀과 사료용 품종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수입밀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금강밀’, ‘우리밀’ 등 제분용 품종을 개발하였으나, 국내외 가격차가 커서 보급이 지연되고 있었다. 최근 수입밀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밀 재배여건이 차츰 나아져 국산 품종의 보급확산을 위해 시범단지를 확대하고, ‘참들락’이라는 브랜드 개발로 국산 밀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조사료 자급을 위해 까락이 부드러운 ‘우호’, ‘유연’ 등 청보리 전용품종도 개발하고, 숙기단축과 수량성 제고(30톤/ha 이상), 사일리지 조제기술 등 사료가치 향상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료용 벼(녹양)와 옥수수(광평옥 등), 그리고 시장개방에 대응해 고품질을 지향하면서도 비상시에 대비 ‘한아름’ 등 가공적성 다수확 벼 품종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그 밖에도 간식용 옥수수(찰옥4호 등), 논 재배 적응성 콩, 잡곡, 고구마 등 개발된 품종의 적응성을 높이는 실증시험, 여건변화에 따라 재배면적을 점차 확대할 수 있도록 종자증식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자급하고 있는 쌀은 고품질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식량부족 상황에 대비하여 초다수성 품종개발도 병행하고, 가공식품 개발로 밀, 콩 등 수입곡물 수요를 최대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식량자급을 위해서는 농가가 경지와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경지기반 정비, 판로확보와 생산비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뒷받침 되어야만 재배유인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세계 식량위기는 농업개혁의 기회’ 라는 칼럼에서 식량위기의 취약계층인 빈곤층의 굶주림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식량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식량위기에 대응하여 국내자급을 위한 연구개발투자와 식량자원 확보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박 평 식 박사/ 농촌진흥청 기술경영과 연구관
농촌진흥청 구내에 있는 녹색혁명 기념탑 : 녹색혁명 달성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 유시(1977.12)
'농업경영 정보 > 농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예산업 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다 (서효덕) (0) | 2008.06.19 |
---|---|
식량위기, 쌀 경쟁력 절실 (임정빈) (0) | 2008.06.10 |
곡물파동, 역사는 되풀이될 것인가? (최세균) (0) | 2008.05.30 |
국제 곡물유통업 진출한 일본을 배우자 (김한호) (0) | 2008.05.30 |
아시아 쌀 파동 확대 (김태곤) (0) | 2008.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