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에 2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섰다. 매우 반가운 일이며 후진국이었던 나라가 자력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서 개발도상국이 되고 선진국으로까지 발전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지구상의 200개가 넘는 나라들 가운데서 오직 우리나라만이 성취한 쾌거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지구상의 모든 선진국들은 한결같이 원예산업의 선진국이라는 점이다.
원예(園藝)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울타리 안에서 재주를 부리는 농사’이니까 자본과 기술의 집약도가 높은 농업이라는 뜻이고 채소와 과실 그리고 꽃이 대상 농작물이다. 원예산업의 선진국이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국민들이 채소류를 충분히 섭취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해야 하며, 후식으로 과일류를 들면서 즐겁게 살 수 있어야 하고, 또 생활공간의 곳곳에 꽃이 있어야 여유로우면서도 높은 문화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렇고 일본이 그러하며 네델란드를 비롯한 유럽국들이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인 것이다. 반면에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지 못하고 중남미와 열대지방의 수많은 국가들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충분한 양의 채소와 과일 그리고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뒤집어 표현하자면 원예산업의 후진국이기 때문에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요원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사실이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물음과 같다.
현재 선진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나라들 가운데는 제조업이 국가의 발전을 선도하고 원예농업이 보조를 맞추어 선진국이 된 나라가 대부분이지만 원예농업이 국가의 발전을 선도하고 다른 분야의 산업이 함께 발전하여 선진국이 된 나라도 있으니 네델란드와 이스라엘 같은 나라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예산업의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놀라운 성취를 한 나라이다. 왜냐 하면 우리에게는 우장춘(禹長春)이라는 뛰어난 선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장춘 박사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의 동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적인 육종학자인데 아버지의 나라 한국의 농업발전을 위하여 1950년 3월에 단신으로 한국에 와서 10년간을 오로지 농업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을 위하여 일하시다가 1959년 8월에 타계하시어 지금은 농촌진흥청 구내의 여기산 기슭에 뼈를 묻으신 분이다. 우장춘 박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한국은 빠른 속도로 농업기술을 개발하여 경제개발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고 오늘날 작물육종과 생명공학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첨단의 위치에 서게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에 우장춘 박사의 공헌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가까스로 합류하였지만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단순히 국민소득만 2만 달러가 넘었다고 해서 선진국 대우를 받는다면 중동의 산유국들이 모두 선진국으로 취급되어야 할 텐데, 세계는 이들을 부국으로는 분류하지만 선진국으로는 보지 않는다. 국가의 부가 일부계층에 편중되어 있고 국민들의 문화수준이 별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이 선진화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필자와 같은 오십대 후반의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었던 시대에 태어나 중진국 시절에 젊은 시절을 바쁘게 보냈으므로 사고와 행동양식은 아직도 대부분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시간도 조금은 더 필요하겠지만 원예산업 즉 채소와 과일 그리고 꽃의 품질이 더욱 개선되고 소비가 확대되어 원예산업 선진국이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서효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