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심상찮은 ‘미국산 중립종 쌀값 상승’

곳간지기1 2008. 7. 20. 07:42
심상찮은 ‘미국산 중립종 쌀값 상승’
 
중단립종 소비국가 ‘식량안보론’ 급부상

미국산 중립종 쌀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1t당 1,2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올 12월쯤 반입될 밥쌀용 미국쌀은 우리 저급쌀과 비슷한 값에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장립종↘ 중립종↗ = 미국 농무성(USDA)에 따르면 국제쌀값 폭등을 야기시켰던 태국산 장립종 가격은 6월부터 하락세로 반전, 7월15일 1t당 본선인도(FOB)가격 기준으로 745달러로 떨어졌다. 사상 최고값을 기록했던 5월5일의 1,100달러에 비해 32%나 폭락한 것. 이는 베트남·인도·캄보디아가 쌀 수출을 재개한 데다 베트남의 쌀 생산량이 1년 전보다 5.8%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산 중립종은 올 초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더니 15일에는 1,175달러까지 치솟았다. 3년 전 이맘때의 325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김민욱 농식품부 식량정책팀 사무관은 “중립종 수출국인 이집트가 쌀 수출중단 해제 시기를 10월에서 2009년 3~4월로 연장, 미국산 중립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립종은 전량 미국산이다.

◆ 미국쌀 판매가, 국내 저급쌀과 비슷해질 듯 = USDA가 발표하는 중립종 시세는 미국 항구에서 배에 선적될 때까지의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가 수입하는 밥쌀용 미국쌀은 여기에 미국 현지 소포장 비용, 해상 운임료와 보험료, 관세(5%), 구매대행기관 수수료 등으로 200달러 이상 더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목 aT(농수산물유통공사) 식량관리팀 차장은 “기름값 상승 여파로 미국쌀 해상 운임료가 1t당 120달러에서 170달러로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토대로 1t당 1,175달러 하는 미국산 중립종의 국내 도착가격을 추산하면 80㎏ 1가마당 11만원을 웃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국내 운송비와 공매비용, 수입이익금, 중간마진 등을 붙이면 소비자가격이 산출된다. 서울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국내산의 경우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이 80㎏ 1가마당 2만~3만원 차이가 난다”면서 “미국쌀의 항구 도착가격을 도매가격으로 봤을 때 공매 시 붙이는 수입이익금(mark-up) 없이도 13만~14만원에 소비자에게 팔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식량위기,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 쌀은 생산국에서 대부분 소비되기 때문에 교역 비중이 옥수수나 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나마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은 대부분 장립종이며, 우리의 주식인 중단립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남짓이다.

박평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중립종 수출국이던 호주는 가뭄 때문에 수출 여력을 잃었고 이집트도 당분간 수출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중립종 국제시장이 소수 국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영섭 농협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단립종은 소비국가와 공급국가 수가 모두 적은 ‘얇은 시장’ 구조라서 쌀 자급능력에 미세한 변화라도 발생하면 국제시장에서 안정된 가격으로 쌀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며 “쌀 자급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신문]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최종편집 :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