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 정보/농업 이야기

유기농을 사랑하는 열가지 이유 [김성훈]

곳간지기1 2012. 1. 3. 18:52

 

한참 전에 김성훈 교수가 썼던 칼럼을 읽고 스크랩을 해뒀었다.

'유기농을 사랑하는 열가지 이유', 내가 유기농 찬양론자는 아니지만,

지구환경 변화와 식탁오염에 대한 대안인 친환경농업으로 이해하고

'농업과 환경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의미로 꺼내서 올려본다.

 

 

  

 

 

"유기농을 더 사랑하는 열가지 이유"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환경정의 이사장

 
 

지구환경, 인구, 식량·에너지 문제 연구에 있어 당대 최고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지구감시(World Watch) 연구소장 레스터 브라운은 최근 ‘벼랑에 선 세계(World on the Edge)’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구의 극단적인 기후변동과 난개발로 인해 범세계적인 식량, 에너지(화석석유), 물 문제와 토양조건 등이 지구 유사 이래 정점(peak)을 찍고 급격히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국제 그린피스(Greenpeace) 운동의 책임자였던 캠브리지 대학의 폴 길딩 교수는 아예 “지구의 대붕괴(The Great Disruption)”라는 저서를 통해 지구촌이 무너져 내리는 그날이 미래의 어느 날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와 있다. 다만, 범세계적으로 아직 동시에 일어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며 하루속히 그 해결을 위한 범지구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구촌 남반부 지역의 절대적인 빈곤문제와 개발도상국 농촌농민의 침체상 그리고 부족간 또는 지역사회간 국가간 빈번한 충돌과 전쟁 역시 기후변화와 관행 화학농법 그리고 관행 토지 및 무역제도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전자변형·맹독성 농약 없어

이상의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한결같이 「유기농 혁명(Organic Revolution)」을 제안하고 있다. 즉 현재 전 세계 120억 에이커(49억ha)의 농지와 목초지를 유기농화하고, 도시화와 산업화로 황폐해지고 있는 100억 에이커(40억ha)의 산림지를 제대로 녹화하면 현행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CO2) 390ppm 농도를 안전한 350ppm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과학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농업(유기농업)은 상업적 경제성이 없어 사라지는 ‘전통산업’이 아니라, 사람도 살리고 환경생태계와 지구 생명을 살리는, 말하자면 세상을 살리는 ‘미래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유기농업으로의 변신이야말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물론 석유, 식량, 물, 토지, 전쟁 문제의 해결에 있어 핵심적인 열쇠라는 것이다.

이같은 생각이 널리 공유되어 현재 미국 3,000만 가구, 약 7,500만의 소비자들이 유기농식품과 기타 유기농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소비자들의 56%가 유기농 식품 및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북미지역 유기농 소비자협회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다음 열가지로 밝히고 있다.

첫째, 유기농산물은 프랑켄슈타인(괴물) 식품이라고 일컬어지는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또는 LMO)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순수한 대자연의 생산품이다. 육고기, 달걀, 우유 등 축산물도 유전자조작물질과 화학농법으로 재배한 사료를 먹이지 않고 항생물질을 사용하지 않아야 유기농의 범주에 포함된다.

둘째, 유기농식품은 맹독성 농약, 항생제, 성장호르몬, 나노분자 그리고 기후불안정을 야기하는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온전한 자연식품(whole food)이다. 현재 미국 소 사육의 94%가 성장호르몬제를 투입하는데, 이는 유럽에선 발암위험성이 있다고 금지하고 있다. 특히 몬산토나 엘란코 회사제품인 유전자조작 성장호르몬제 사용을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금지하고 있는데도 그러하다. 그러다보니 일부 육고기에서는 위험한 반항생제성 박테리아가 발견되고 있다.

셋째, 유기농업은 친기후환경적이다. 현재 북미지역의 기후교란 온실가스(CO2, 메탄가스, 질산 등)의 35% 내지 50%가 화학기계 농법에 의존하는 관행농업에서 나오고 있다. 도리어 유기농업은 1에이커(0.4ha) 당 3,175kg의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격리시킨다.

넷째, 유기농 인증은 핵방사선 오염식품의 무의식적인 소비를 예방해 준다. 핵물질 방사선 오염식품과 전자파에 의한 조사(照射)는 식물의 비타민 성분과 면역성분의 영양소를 파괴하고 벤젠이나 포르말데히드 등 발암물질을 생성한다. 핵산업체와 대형 가공업체들 그리고 도살기업들은 지금도 계속하여 미국회에 ‘방사선 조사식품’이라는 라벨 대신에 ‘저온 파스텔(살균) 처리’라는 라벨을 쓰게 해달라고 로비하고 있다.

친기후환경적…동물복지 사육

다섯째, 식중독 현상이 유기농장 또는 유기농 가공업체에서는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에 의하면 현재 7,60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매년 식중독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들 살모넬라균, e-콜라이, 캠피로박터, 분뇨오염 질병 등 대부분이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 또는 더러운 동물취급과 도살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섯째, 유기농업은 원천적으로 하수쓰레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수억톤의 유독성 도시 하수쓰레기가 1억4천만 화학적 관행농장에서 비료 형태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도시주택, 산업체, 병원, 공장 등에서 흘러나오는 유독성 물질은 그 위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곱째, 유기농법과 유기축산은 도축장으로부터 빠져 나온 고기 부스러기, 뼈가루, 피, 내장 등 부산물을 결코 사용하지 않으며, 종종 알츠하이머 치매병으로 오인받는 인간광우병 발생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여덟째, 유기농식품은 가축을 동물복지 차원에서 사육한다. 유기농법은 농장가축에 대해 공장식 밀집사육이나 인위적인 돌물거세, 절단 등을 못하게 하며 케이지식 양계 양돈 방식을 금한다. 최소한의 운동과 자연관계를 허용한다.

아홉 번째, 유기농식품은 관행 농축산물에 비해 영양가치(價値)가 휠씬 높다. 각종 연구결과에 의하면, 맹독성 농약과 화학비료 또는 GMO 종자를 사용하여 기른 농산식품에 비하여 유기농 식품은 더 많은 비타민류와 항암, 항산화 요소 그리고 인체에 필수적인 중요한 미세 광물질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끝으로, 유기농업은 소규모 가족농(family farms)과 농촌지역사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전하고 지탱한다. 대기업농이 지배하는 미국에서도 비록 규모가 작은 소규모 가족농이 올바른 유기농업(正農)을 수행할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선호 뒷받침을 받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각종 조사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에서도 가족농 유기농가들이 관행농법 농가 또는 GMO 농가들보다 훨씬 적게 화석석유 농법에 의존하는 반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격리시키면서, 좋은 값으로 두배 이상 소득을 올리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에 의하면 유기농가들의 수확량(생산성)이 관행농가들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극심한 가뭄이나 폭우, 장마 등 이상기후 조건에서 더 잘 견디며 생산성이 좋음이 밝혀지고 있다.

농촌지역사회 효과적 보전·지탱

이같은 북미지역에 일고 있는 대안으로서의 유기농 선호와 성장추세는 도시로까지 번져나가 미국만 예를 들더라도 점점 더 많은 작은 규모의 젊은 유기농부와 어린 유기농업 학생들이 도시지역에서 늘어나 현재 이들 도시농부들의 수효가 무려 1천2백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미지역의 어느 도시나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지역사회 지원 유기농업) 운동과 로컬푸드(Local Food, 지역농산물 구매선호)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지고 있다. 개인집 뒷마당과 골목길가, 학교 텃밭에 유기농사를 짓고 아파트 옥상농업(열섬 감소)과 베란다 상자농법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 각국은 농촌이나 도시 모두 이미 북미지역보다 훨씬 앞서 유기농법과 도시농업이 보편화되어 있다. 선진국일수록 정부와 도시민, 농민이 한 마음으로 유기농업을 녹색대안운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죽지도 않은 4대강을 살린다고 유기농가들을 몰아내고 강변의 유기농업을 파헤쳐 괜스레 채소값 파동을 부채질하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된다. 그러고도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 2011년 9월 1일자(제2365호) http://www.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