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농업정책학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개발도상국에서 5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 9위의 교역(交易)대국으로 성장했다. 많은 개도국은 선진국 문턱까지 성장한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경험 배우기를 열망한다. 특히 개도국들은 한국이 좁은 경지면적, 과잉인구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농업 분야에서 이룩한 괄목할 만한 성과에 주목해 한국의 농업 발전과 농촌개발 경험을 배우려 한다.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따르면 개도국들이 협력을 희망하는 분야는 농업과 정보기술(IT), 보건의료, 한국어 등의 순이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기술협력은 수원국(受援國)의 빈곤과 기아(飢餓) 문제 해결, 농업생산성 증대 및 농가소득원 개발 등 농업과 농촌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지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아울러 농업기술 협력을 통한 개도국 농업과 농촌 발전에 대한 기여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도 크게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우선 한국으로부터 농업기술 협력과 지원을 받은 개도국 내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됨으로써 해당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협력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국산 종자(種子)·비료·농약·농기계 등 농업용 원자재에 대한 수요 증대와 함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해당국의 에너지, 광물, 농업 유전자원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한국의 다양한 선진 농업기술의 전수와 시범포 조성, 현지 교육 및 훈련, 공동연구 등을 위해서는 농업기술, 농촌개발 전문가 등의 파견과 자문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인력의 해외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이러한 경제적인 효과, 자원외교, 미래시장 확보, 농업분야 리더 국가로서의 위상과 국격을 제고할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으로서의 농업기술 협력 사례로 현재 농촌진흥청이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알제리, 에티오피아, 파라과이 등 15개국에 설치, 운영중인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우리의 농업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파견돼 현지에서 맞춤형 농업기술을 지원해 대한민국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일본·중국 등 전통적 혹은 신흥 원조공여국과는 차별적인, 우리만의 농업과 농촌 발전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미·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저개발국의 농업과 농촌 분야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국가 브랜드와 품격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對) 개도국 국제농업 협력에 참여함으로써 국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개도국에 대한 농업과 농촌 발전 경험의 전수는 식량이 부족한 저개발국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원조라는 낮은 수준의 지원 방식이 아닌, 기아와 빈곤 퇴치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지원 방식이다. 또한 우리의 농업기술 협력을 통한 ‘농업한류(韓流)’ 분위기 조성과 확산은 현재 진행중인 ‘케이팝(K-POP)’ 열풍을 넘는 긍정적 효과도 가능케 할 것이다.개도국들에 대한 농업협력은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적·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국가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國益)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방편임에 틀림없다.
* 원문보기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0517010730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