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농촌진흥청 소식

이공계 인력이 진출할 부처는 모두 통폐합하나

곳간지기1 2008. 2. 1. 23:39

 

이공계 인력이 진출할 부처는 모두 통폐합하나

     

            - [왜냐면] 정부 조직개편 이렇게 생각한다 -

 

 

2008. 1. 31.

 

 

 

실용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논리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의하면 현재 56개인 중앙행정기관을 43개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설명이 그럴싸하게 들리고 명분도 있어 보인다. 특히 국민들은 한번쯤은 겪어봤을 관료에 대한 어둠침침한 기억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환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조직 개편안은 한마디로 이명박 당선인과 정치적 이유로 불편한 부처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이공계 관련 부처 및 소속기관의 대학살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 진출을 정부에서 제한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우리나라 식약청에 해당하는 미 식품의약국(FDA)에 근무하는 미 공무원의 경우 절대 다수가 이공계 인력이다. 중국의 경우는 아예 식약청장을 이공계 출신이 도맡아 할 정도이다. 물론 우리나라 식약청의 경우 직원의 주류는 의약계 출신이, 특히 노른자위는 항상 의약계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중이다. 식약청처럼 이공계 인력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공직도 이공계 인력이 주류를 이룰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는 이공계에 대한 차별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제한적이나마 이공계 인력이 진출했던 정부 부처는 과기부, 정통부, 해수부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는 절묘하게 이공계 인력이 그동안 조금이나마 진출했었던 이 세 부처가 통폐합돼 버렸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공계 인력의 공직 진출 기회를 박탈한 것만이 아니라, 농진청 폐지로 이공계 연구직 공무원 자리를 무려 3천명이나 줄였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대부분 국립 연구기관을 정부 출연기관화해 연구기관들을 실질적으로 민간화 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경우 이공계 인력의 공직 진출을 정부차원에서 적극 배려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립 연구기관을 통해 연구직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 주고 있다. 미 환경보호국(EPA), 미 항공우주국(NASA), 미 국립보건원(NIH), 파스퇴르 연구소,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은 최소 수만에서 수십만 명까지 그 나라의 연구직 공무원들을 고용한다. 국립 연구소는 민간 자본이 투자하기 힘든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이공계 인력의 직업적 안정으로 우수 인재를 이공계에 붙잡는 역할을 하여 국가 원천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기관이다. 특히 농진청은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 강화 이외에도 국내 바이오산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여 수많은 이공계 연구직 인력을 소화했었던 기관이다.

 

만약 인수위 뜻대로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면, 공공부분의 이공계 일자리가 대폭 없어지게 된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이공계 공부는 절대로 하지 말라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우리나라 이공계 기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공계 기피 현상 때문에 원천기술 개발은 고사하고 산업 경쟁력 유지 자체도 힘든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이처럼 기술 인력을 홀대하고 어떻게 대한민국의 경제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명박 정부에 묻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남의 나라 일에 공개적으로 우려할 정도로 정부조직 개편안은 상식을 벗어났고 무모하다. 아무리 관료가 싫고 그동안 잘못된 관료주의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다고 해도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식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무조건 찬성할 수 없다.

 

홍성출/ 전북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