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우리 쌀 이야기

개방시대 우리 쌀도 수출로 활로 모색해야

곳간지기1 2014. 12. 30. 15:31

 

 지난 20여년 전 WTO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서 빗장을 풀기 시작한 한국농업이 이제는 마지막 보루였던 쌀마저 관세화하게 되었다. 거대 경제권 중국과의 FTA 협상도 일괄타결을 합의하여 이제 대부분의 농산물시장이 개방되었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방경제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으니 우리의 생각이나 대응방식도 달라져야겠다.

 

우리의 주식인 쌀이 부족할 때에는 식량증산이 국가적 지상과제였지만, 자급을 달성한 이후 시장개방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의무수입 되는 쌀만도 연간 409천 톤으로 총 소비량의 1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관세화가 시작되면 국내외 가격차에 따른 추가수입도 잘 방어해야 한다. 따라서 남는 쌀을 수출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쌀 생산은 유지되는데 소비가 감소하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증가하여 사회적 부담을 경감할 방안이 필요하다. 쌀 소비확대와 대체작물 도입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수출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다. 소농구조에서 생산되는 한국 쌀의 가격경쟁력은 미국 등 대농체제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지만, 품질로 경쟁하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계 40여개 국가로 수출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우리 쌀 수출은 20094,495톤으로 늘어나다 물류비 지원중단 등으로 물량은 정체되었으나 수출국 수는 꾸준히 늘었다. 정부는 농식품 수출 진흥을 핵심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지만, 쌀에 대해서는 관세화유예 상태여서 미온적이었다. 그동안 인삼제품, 김치 등에 대한 수출전략이나 시장조사는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쌀에 대해서는 운송과정에서의 품질 변화와 초밥용 쌀 품종 특성 등에 대한 기술적 연구와 호주, 말레이시아, 홍콩 등 수출시장 실태조사가 일부 이루어졌을 뿐이다.

 

우리 쌀 주요 수출시장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미국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진출했으나 차츰 호주가 가장 큰 시장이 되고,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러시아, UAE, 일본, 나이지리아, 몽골,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다양하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까지 파고들고 있으며, 영국, 독일 등 유럽시장에도 꾸준히 진출하고 있으나, 교민사회가 작고 유럽연합(EU) 역내에 이탈리아 등 쌀 생산국가가 존재하는 등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 이제는 쌀 관세화를 전제로 중장기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미국과 호주 등 쌀 수출국들은 오래전부터 대비를 한 결과 세계 쌀 시장을 선점하였다. 우리도 교민시장을 넘어 현지시장 진입을 목표로 사전조사 등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 쌀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최고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하는 고가미 전략과 중저가쌀 시장을 공략하는 ‘2-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고가미는 부국을 상대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진입하거나 비빔밥·초밥 등 동양식당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중저가 쌀은 개발도상국의 중소마트나 식품점을 공략한다.

 

  둘째, 세계의 중단립종 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과 호주 등과 맞서기 위해서는 가격 대비 품질로 경쟁해야 한다. 한국 쌀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다만 수출시장에 지속적으로 충분한 물량을 내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과 가격경쟁력이 약한 것이 흠이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출용 쌀 생산단지화를 통해 생산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을 축적한 전문업체(RPC)를 중심으로 들녘별 경영체 단위로 기술요소들을 집단으로 관리하며, 생산단계에서부터 수출까지 일관시스템으로 생산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셋째, 쌀 수출 시장개척 단계에서 다양한 지역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진출하여 한국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약한 실정이다. 수출용 쌀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홍보 및 판촉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식품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한국 쌀의 우수성을 알리고, 특히 쌀 소비가 많은 지역에서 시식회 및 판촉행사를 개최하는 등 교민은 물론 현지인들의 소비를 창출하는데 유관기관에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으니 한류스타를 활용한 홍보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겠다.

 

* 기고 : 박평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 [농촌여성신문] 원문보기 http://www.r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