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최대수량 풍작과 식량자급의 의의"
박평식 /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지난 주 통계청에서는 「2008 쌀 생산량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단위면적당(10a) 생산량이 520kg으로 사상최고 수량을 기록하여, 올해 쌀 생산량이 4,843천톤으로 지난해 생산량 4,408천톤보다 435천톤(9.9%)이 많은 수준이다. 풍작의 요인은 기상여건이 양호하고 병해충 피해가 적어 벼 낟알이 충실하게 영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고품질이면서 수량성이 높은 우량품종과 재배기술이 뒷받침되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936천ha로 지난 해보다 평택, 부안, 나주 등 평야지대 큰 시군 하나만큼의 면적인 14천ha(1.5%)가 줄었고,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전 1990년 1,244천ha에 비해 4분의 1 정도(308천ha)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위당 수량증가로 쌀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단순히 수량만 증가한 것이 아니고, 세계최고를 지향하는 고품질을 추구하면서도 이런 수량을 기록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작년부터 역사상 유래가 없는 세계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지구촌은 식량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이변 등으로 세계 곡물 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약간 부족했는데도, 곡물 재고율은 15% 대의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쌀, 밀, 콩, 옥수수 등 세계 4대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평년의 2~3배가 되었다. 세계적인 식량부족 상황에서 특히 쌀 수입국인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식량부족 국가들에서 심각한 사회적, 정치적 불안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국가적 총력을 기울인 '녹색혁명'으로 주식인 쌀만을 불안하게 자급하고 있을 뿐, 밀, 콩, 옥수수의 자급률은 5% 정도에 불과하여, 연간 1,500만톤 내외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인데도 식량위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7년말 외환위기의 국가부도 상황에서 IMF 구제금융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10a당 쌀 수확량 518kg이라는 사상초유의 풍작을 기록함으로써, 외환고갈로 쌀 수입도 어려운 상황을 무난히 넘어설 수 있었다. 이번에도 유가상승과 금융위기, 식량위기라는 "세계 3대 위기(Global crisis)"의 어려운 국면에서, 그때를 능가하는 사상최대의 풍작(520kg/10a)을 통해 다시 한번 국가적인 재난을 통과해 가고 있다.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 국면에서 쌀은 세계인의 주곡이 아닌데도, 가장 많은 인구를 부양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생존이 달린 식량으로서 가격상승폭이 가장 크고, 사상최고 수준에서 아직 다른 곡물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요즘 현실에서 우리의 주곡인 쌀이 자급되지 않았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생각해 보면 아찔할 뿐이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남녀노소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촛불시위로 들끓었던 것과 중국산 유제품의 멜라민 파동, 비위생적인 수입농산물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상기해 보라! 이를 통해 주곡인 쌀의 안정적 자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에서는 기상이변 등으로 쌀 공급량이 10% 부족할 경우 쌀 가격은 48.8%, 20% 부족시 97.6%, 30% 부족시 146.3%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가구당 쌀 지출액도 43.5~146.3%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쌀 자급이 되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 식량폭동이 일어나고 정권퇴진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금년봄의 세계 식량파동을 전하는 외신들을 음미해 보면, 쌀의 풍작이 갖는 의미는 결코 소홀히 볼 수 없는 쾌거이다.
아시아의 신흥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아 가다 국민소득 2만 달러 목전에서 10여년을 뒷걸음쳤던 우리는 안보적 차원에서 식량자급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농자재 가격인상과 점점 어려워져 가는 시장개방 환경을 극복하고, 사상최대의 풍작을 이뤄낸 농업인들에게 한없는 신뢰와 존경을 보낸다. 풍작을 이루고도 가격하락과 비용증가로 '풍년기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후회를 하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하여 식량자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정책적인 우선순위도 조정해 가야 할 것이다. 쌀 생산량 사상최대라는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서, 식량자급률 27% 대에서 주곡인 쌀 완전자급의 의미를 되새기며 유비무환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 통계청에서 발표한 금년도 쌀 생산량 조사결과 요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통계청은 전국 4,130개 표본필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쌀 생산량 조사결과 금년 쌀 생산량은 484만 3천톤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440만 8천톤보다 43만 5천톤(9.9%)이 더 많은 수준이다.
❍ 재배면적의 소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것은 기상여건 호조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은 520kg으로 평년작을 웃도는 풍작을 이루었는데,
❍ 이는 지난해까지 최고 풍작을 이루었던 1997년의 518kg보다 2kg이 더 많은 것으로, 전년 466kg에 비해 11.6% 증가한 것이며 평년작1) 483kg보다도 7.7% 많은 것이다.
❍ 통계청에 의하면 10a당 생산량이 이와 같이 크게 증가한 사유는 벼 모내기 이후부터 수확기까지 생육 전반에 걸쳐 기상여건이 양호하여 병충해 피해가 거의 없었고, 이삭당 낟알수가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쭉정이가 거의 없었고, 벼 낟알도 충실하게 영글었기 때문이며 특히, 금년에는 태풍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도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 병충해 피해율 : (‘07) 15.2% → (’08) 3.9(11.3%p감)
※ 이삭당 낟알수 : (‘07) 79.4개 → (’08) 82.2(3.5%증)
※ 천립중2) : (‘07) 16.5g → (’08) 17.3(4.8%증)
❍ 지역별로는 전국 모든 시도의 쌀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으며, 벼 재배면적이 가장 큰 전남이 90만 1천톤으로쌀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그 다음이 충남 89만 6천톤, 전북 76만 2천톤 순으로 나타났다.
❍ 단위면적(10a)당 생산량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남으로 552kg이며, 그 다음이 전북 539kg, 경북 532kg 순이며,
❍ 시군별 생산량은 충남 당진군이 12만7천톤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김제시 12만6천톤, 충남 서산시 11만6천톤, 전북 익산시 10만9천톤, 전남 해남군 9만5천톤 순이다.
☞ 주 : 1) 평년작 : 최근 5개년 중 최고와 최저 연도의 수량을 제외한 나머지 3개년치의 평균 수량
2) 천립중 : 쌀 낟알 1,000개의 무게
※ 자세한 내용은 첨부화일을 참고하시고, 통계청 홈페이지(www.nso.go.kr)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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