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광교 저수지 수변산책로를 따라 영동고속도로로 끊긴 절개지를 밑으로 통과하여, 광교산 왼쪽자락의 거북바위 근처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거북바위 근처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청솔모 한 마리가 등산객들 주변을 맴돌기에 어느 한분이 초코파이를 하나 꺼내 청솔모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요리조리 눈치를 살피며 맴돌기만 하더니 비닐봉지를 뜯어 조금씩 뜯어주니까 점점 가까이 다가와 주워먹고 하다가 결국에는 손에 쥐고있는 것까지 받아먹고, 통째로 낚아채 도망을 쳤다. 인간과 야생동물이 먹이라는 매개를 통해 금새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좋아했지만, 일단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니 날잡아봐라 하면서 도망쳐버리는 것을 보니 한편 씁쓸하기도 했다.
광교저수지 제방 아래 있는 광교공원에 음악분수대가 있는데, 12시에 절묘하게 거기를 지나게 되었다. 가끔 보지만 마침 카메라를 들고 있었기에 같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저녁에는 조명을 받아 더 멋지던데 소형카메라로는 사진발을 안받더니 낮에 보니 나름 더 괜찮았다. 매일 12시, 15시, 18시(주말), 20시, 21시에 25분간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수원에 계신 분이나 혹시 수원에 오실 기회가 되시면 시간 맞춰서 한번 보실 것을 추천하고 싶다. ('동영상' 편에 맛보기를 올립니다)
광교산에서 쵸코파이로 청솔모 유인하는 장면을 포착하다 : 청솔모가 다람쥐보다 그다지 귀엽게 생기지 않아 사람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데... 어떤 분이 외래종이 아니고 순수토종이라고 하네요.
먹을 걸 보고 군침은 도는데...처음에는 눈치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팔뚝이 아름다운 분이 봉지를 까서 속살을 보여주자 점점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날다람쥐라고도 하는데 꼬리가 길어 그리 호감이 가지는 않지요? 눈에 광채가 납니다.
잠깐 사이에 금새 친해졌습니다.
쵸코파이를 통째로 낚아채 목적이 달성되자 나무숲으로 도망쳐 버립니다.
[참고] 청설모는 우리강산 토박이다?!
KISTI의 과학향기 [제797호/ 2008-08-13]
청설모(청서모·靑鼠毛)는 한자로만 해석하면 청서(靑鼠)의 털이 된다. 실제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붓을 만드는 원료로 이 청설모의 꼬리털을 많이 이용한다. 워낙 이 털이 유행이다 보니 청서라는 이름보다 청설모가 아예 동물 이름이 되어 버렸다. 간단히 이 이야기만 보더라도 청설모는 예부터 우리 산하에 많이 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야산에서 인간의 무분별한 침습으로 인해 맹금류, 늑대, 여우 삵, 담비, 구렁이 같은 청설모의 천적이 사라지면서 환경 적응력이 강한 청설모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디 이들뿐이랴 멧돼지, 야생고양이, 너구리, 고라니 심지어 야생들개까지, 생태계 파괴 후 인간의 방심과 무단 폐기가 부른 동물들이 생태계의 우점종으로서 새로운 균형을 잡아가는 추세다. 이들은 새 생태계의 탄생을 알리는 한편 산림 파괴로 초점을 맞춘 개발지상주의 인간들과의 피치 못할 충돌 선상에 서 있기도 하다.
그중 날렵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청설모는 잣, 호두 등 예전에 자기 고유의 주식이었지만 이제는 값 비싼 인간의 기호식품이 되어 버린 나무 열매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총까지가진 골리앗 인간과의 웃지 못할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미 이들은 몇몇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유해조수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쟁에서 선동전이 중요하듯, 전선에 선 인간들은 청설모에게 나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안간힘을 쓴다. 가령 청설모가 다람쥐를 모두 잡아먹어 버린다느니, 청설모는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중국산 외래종이라느니 하는 유언비어들이다.
하지만 청설모가 비록 벌레나 작은 새알들을 취하기는 하지만 다람쥐를 사냥해서 먹을 정도의 극단의 육식성은 지니고 있지 않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들 주식의 99% 나무열매이다. 그리고 대개 가족 또는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람쥐를 통째로 몰아낼 만한 조직성도 갖추고 있지도 않다. 대부분 우리 야산에는 다람쥐와 청설모가 사이좋게 영역을 나누어 생활하는 걸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다.
다람쥐는 주로 땅 위에서 생활을 하고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먹이 또한 다람쥐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청설모는 나무에 달린 잣이나 호두 등을 먹기 때문에 먹이 다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인간들이 한 산을 사방으로 깎아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버리면 두 종의 마찰이 빚어질 수는 있지만 그 경우 또한 주로 힘이 약한 다람쥐가 먼저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 조용히 해결된다.
위에서 언급했듯 청설모는 그 이름조차 청서의 털로 쓰일 정도로 우리 조상들의 문방사우의 필수 품목이었다. 그리고 청설모의 명칭 또한 Korean squirrel 즉, 한국 다람쥐로 표기한다. 비록 쥐 과로 천시되어 많은 문헌이나 민화 등에 별로 등장하진 않지만 청설모는 오히려 세계적으로 다람쥐보다도 인정받는 분명히 우리 토종 동물이다. 아무리 중국산 물품이 범람하고 청설모가 보기 싫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우리 고유의 토종동물을 중국산이라고 우기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 부르는 것과 하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육지로 국경이 마주 닿아 수많은 동물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자유로이 오고 갔었다. 그 중 일부는 사람의 왕래 중에 섬나라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는 두 나라 사이에 생태통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동물이동에 있어 교량역할을 하다 보니 동물 종 다양성이 중국의 어느 지역보다 풍부했다. 중국과 일본에 공통적으로 있는 동물은 대부분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다만 일본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는 일본원숭이가 옛 기록에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야생에는 공식적으로 단 한 마리도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를 한반도 생물학적 미스터리라 부르기도 한다. 얼마 전 사육장을 탈출해 야생에서 홀로 5년 넘게 살아온 일본원숭이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매우 건강하고 잘 적응하던 걸 보면 우리나라에 원숭이가 살지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다. 포유동물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 텃세권이나 영역이 있어 지역에 고립되어 자체 진화하기도 하지만 새들의 경우에는 사실 국경이 없다. 그러니 동물들을 굳이 같은 생태권인 중국산, 한국산, 일본산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매체에서 앞다투어 보도되고 있는 곤충이 있다. 그 주인공인 중국산 주홍날개꽃매미는 색깔도 다른 매미에 비해 꽤 원색적이라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매미는 중국이 아닌 중국 이남과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아열대 매미라 불러야 맞다. 이들은 알 형태로 한반도에 우연히 들어와 대부분이 우화 과정에서 죽고 극히 일부가 살아남아 성충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된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번창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연도태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 번성했다면 앞으로 알이 성충이 되는 4~5년 후를 주목해 보아야 한다. 매미 앞에 중국산이란 별칭을 붙여 과민반응을 보였지만 사실 우리나라 매미의 대부분은 중국과 일본에도 똑같이 분포한다.
주홍날개꽃매미의 약충(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성충이 되기 전 상태)과 성충은 나무의 즙액을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선호하는 나무는 가죽나무나 참죽나무 등의 활엽수이다. 이 매미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해를 끼치진 않으나 나무줄기와 잎이 까맣게 그을린 듯 변하는 그을음병을 유발시킨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주홍날개꽃매미에 대해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검역해충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 매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그런 신종의 출현만큼 무서운 것은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바로 레이첼 카슨이 경고한 ‘침묵의 봄’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전조이다.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우연하게도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도 없어진다.’라는 무서운 예언을 남겼다. 한 외래종의 반짝 출현도 분명히 우려할 만한 현상이긴 하지만 정말 우리가 머리 싸매고 걱정해야 할 현실은 한 종의 이유 없는 사라짐이다. 그것이 크든 작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