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글러의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를 읽다 말고 덮어둔 지가 상당히 오랜데 이제야 다 읽었네요.
지난 2013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후속편으로 읽겠다고 사서는 덮어두었는데 이제야 마무리를 했습니다.
세계 식량문제를 고민하며 그때 꼭 읽었어야 하는데 책장에 꽂아놓고 장식용이 되어 있다가 이제야 빛을 보았네요.
장 지글러는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으며, 실증적 사회학자로 저명한 기아문제 연구자입니다.
세세한 독후감은 생략하고 책자를 펼쳐 사진 몇장과 책의 요지를 덧붙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히 견줄 수는 없지만 필자의 저서와 기본 생각이 통하는 책들,
"식량안보와 쌀 이야기"는 인터넷 서점에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기아는 人災이며 따라서 인간에 의해 정복될 수 있다는 사실.."
식량권의 적 자유교역과 세계기구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요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2007)』,『탐욕의 시대』,『빼앗긴 대지의 꿈』등으로 잘 알려진 장 지글러의 최신작이다. 저명한 기아 문제 전문가인 장 지글러가 이 책에서는 유엔 최초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서 8년 동안 활동하면서 겪은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기아가 창궐하는 전 세계 곳곳을 누빈 이야기는 물론 굶주리지 않을 권리인 ‘식량권’과 식량권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과 같은 국제기구의 한계와 가능성, 기아의 새로운 원흉으로 부상한 바이오연료와 식량 투기꾼, 유엔 내부에서 겪었던 갈등과 장 지글러에게 가해진 압력 등을 선명하게 풀어낸다.
브라질의 땅 없는 농민들의 연대, 비아 캄페시나, 기아대책행동과 같은 비정부단체들의 활동에서 그는 기아와 빈곤을 극복할 희망을 발견하고 전 세계 민주 시민들의 대대적인 연대를 촉구한다. 식량특별조사관을 그만두고 쓴 이 책에서는 그가 유엔 내부 인물이었기에 여러 전작에서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말하고 있다. 호시탐탐 그를 해임시키려 했던 미국 대사들, 식량권에 격렬히 반대하던 농가공식품업계 다국적기업들,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굶어 죽어가는 국민들을 외면하는 남반구의 부패한 정치 지도자들에 맞서 장 지글러는 식량권을 사수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투쟁을 밑바닥에 깔고 있으며, 평생에 걸쳐 기아에 맞서 싸운 그의 지속적인 문제의식과 전망을 종합한 역작이다.
「1. 기아가 빚어낸 대학살」에서는 세계식량농업기구, 세계식량계획 및 시민단체와 전문기관에서 펴낸 심층 연구물, 통계와 표, 그래프, 보고서, 결의안 등을 통해 기아로 인한 대량 살상의 심각성에 대해 보여준다. 「2. 의식의 각성」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과 히틀러의 기아 계획으로 심각한 기아 상황에 직면했던 유럽인들이 식량권에 대한 집단의식을 깨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3. 식량권의 적」에서는 유엔이라는 체제 내부와 많은 회원국 내부에 있는 식량권의 적을 파헤친다. 「4. 세계식량계획의 파산과 무기력한 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는 기아를 퇴치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과 세계식량농업기구가 어떻게 해서 무력해지고 파산 지경에 이르렀는지 살펴본다. 「5. ‘녹색 금’을 노리는 독수리 떼」에서는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부상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식량이 아닌 바이오연료의 재료가 되는 사탕수수, 옥수수만을 재배하면서 촉발된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6. 식량 투기꾼들」에서는 바이오연료 때문에 식량을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 사람들을 더 굶주리게 만드는 식량 투기꾼들의 작태를 밝힌다. 장 지글러는 에필로그인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에서 세계 시민들의 연대를 강력히 촉구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바로 북한만 하더라도 기아로 인해 200만 명의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세상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지금의 현상들은 굶주리는 세계를 구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이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장 지글러는 기아의 당연성을 거부한다. 기아를 둘러싼 배후를 적나라하게 밝혀내고 그 안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인류애에 기반한 공감의 힘이다. 이것이 구체적인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질 때 더 이상 세계는 굶주리지 않게 될 것이다. 장 지글러의 이 책은 그런 공감과 연대를 촉구하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인류가 반드시 풀어야 하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기아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장 지글러의 기념비적 저서다
[책 속으로]
해마다 수천만 명의 인간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기아 때문에 죽어간다는 건 우리 시대의 거대한 참극이다. 5초마다 열 살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는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온갖 풍요로 넘쳐나는데 말이다. 현 시점에서 전 세계의 농업은 120억 명 정도는 문제없이 먹일 수 있다. 120억 명이면 현재 지구 인구의 두 배에 해당한다. 그러니 기아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문제가 절대 아니다. 기아로 죽는 아이는 살해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16)
지구상에는 기아와 영양실조 방지를 존재 이유로 삼는 수백 가지의 국제법, 국제기구, 비정부단체들이 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수천 명의 외교관들이 일 년 내내 이 대륙 저 대륙으로 옮겨 다니며 인권에 대해 “한가한 성가대 합창”을 해대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골백번씩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도 솔직히 고통 받는 당사자들의 삶에는 눈곱만큼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 것인지 우리는 그 까닭을 확실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p.20)
나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태도로 유엔 로고가 찍힌 명함을 돌렸다. 여자들은 무슨 부적이라도 된다는 듯 그 명함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입을 열어 그들에게 인권이니 유엔의 보호니 하는 말들을 하는 순간, 나는 자신이 그들을 배반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십중팔구 유엔은 그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이 파견한 직원들은 과테말라시티의 청사에 편안하게 들어앉아 이른바 개발계획이라는 돈만 많이 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p.41)
(……) 죽어가는 어린아이를 그저 단순한 통계의 한 단위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기 위해 이 땅에 온 대체불가능하고 유일한 존재의 소멸로 본다면, 풍요함으로 넘치며 “하늘에 떠 있는 달도 따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처럼 인격체를 파괴하는 기아가 여전히 계속된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가장 가난하고 가진 게 없는 자들의 대량 학살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p.50)
저녁이면 배가 고파 우는 자식들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어느 날 저녁 기적처럼 이웃에게 다소간의 우유를 얻어 먹인다고 한들 다음 날이 되면 그 어머니는 또 어떻게, 어디에 가서 먹을 것을 조달할 것인가? 자식을 먹이지 못하는 어미가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이 세상의 어떤 아버지가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55∼56)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하얀 색으로 칠한 작은 나무 십자가들이 열 줄가량 늘어서 있었다. (……) 브라질 법에 의하면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반드시 관할 관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하려면 돈이 드는데 보이아 프리우들에게는 돈이 없었다. 어차피 많은 아이들이 태중 영양실조의 후유증으로 또는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산모가 모유를 제대로 먹일 수 없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는다. 요컨대 프라고소 주교의 표현대로 “그 아이들은 죽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다.” (p.75)
권투 시합이 벌어지는 링 위에 헤비급 세계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과 영양실조에 걸린 벵갈 출신 실업자가 나란히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신자유주의 교리를 설파하는 보수주의자들은 무어라고 말하는가? 그들은 두 선수에게 똑같은 가격의 글로브를 지급했으며, 두 선수들에게 동일한 시합 시간을 할애했고, 시합의 장소도 동일하며, 시합 규칙 또한 동일하므로 정의는 보장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실력이 더 나은 선수가 이기면 그것이 곧 정의라는 입장이다! 불편부당한 심판관은 바로 시장이다. 어떤가,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교리의 황당함이 금세 머리에 와 닿지 않는가? (p.169)
제네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의 눈에 비친 나는, 뉴욕에 주재하는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지만, 유엔이라는 이름을 남용하는 비밀공산주의자로 한시라도 빨리 가면을 벗겨야 할 요주의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당신은 뭔가 숨겨놓은 계획이 있는 것이 분명해!”. “당신은 우리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십자군 전쟁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어!” 난 이런 멍청한 비난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이들은 여러 번씩이나 나의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우정, 인권위원회 고등판무관 세르지우 비에이라 데 멜루의 외교적 수완 덕분에 나는 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마지막엔 가까스로 가능했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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