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멀잖아 닥칠 식량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곳간지기1 2013. 4. 22. 09:37

지금부터 10년 후의 세계 식량사정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예상해 본다.

곡물 수출국들이 자기 나라의 식량소비가 늘어나자 수출을 중단해버린다.

경지면적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따라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아찔한 상황을 자주 겪게 되어 빌딩농업 등 특단의 기술개발이 강조된다.

과학칼럼니스트 정영훈 님이 쓴 '한겨레 과학향기' 참고하시기 바란다.

 

"미래에는 도심 속 빌딩에서 농사 짓는다?" [과학향기]

2023년 농림수산부 글로벌식량관리부에 근무하는 박대진 사무관은 하루도 빠짐없이 전 세계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상태를 체크한다. 현재 전 세계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농산물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에 의해 흉작이 예상될 경우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박대진 사무관은 5년 전인 2018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중국이 점점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더니 하루 두끼 먹던 식습관이 하루 세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인 중국이 13억 인구의 수요를 맞추기에도 급급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한파 등 기후 이상으로 인해 세계적인 흉년이 덮친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어렵게 되자 국내 농산물과 수산물의 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공산품이야 당장 급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으면 되지만 농산물은 생사(生死)가 걸린 문제이므로 가격에 바로 반영된 것이다. 거기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대형 마트는 물론 동네 재래시장에도 식료품들이 동이 나기 시작했다. 2018년 식량대란은 이렇게 발발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가정이나 식당, 식품회사의 중국 농산물 의존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았던 것이다.

 

가정에서는 식료품을 구하지 못해 불만이 터져 나왔고 원재료를 구하지 못한 식당과 식품회사는 도산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영향은 연쇄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핵폭탄보다 더 강력한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에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모든 행정부에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안을 내놓으라고 명령을 하달했다. 박대진 사무관은 이 모든 것이 식량에 대한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식량 수입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중국 다음의 식량 수출국 인도의 상황을 체크했다. 그러나 인도도 생활수준이 높아져 식량 수출을 계속 줄이고 있었고 가격도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선진국은 식량을 무기화해 가격을 이미 높여놓은 상태라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박 사무관은 남미를 주목했다. 다행히 칠레와 브라질에서는 아직 식량 재고분이 남아있었고 가격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지금 수입 계약을 맺으면 식량이 들어오는 시기는 한 달 이상 걸린다. 그러나 늦다고 판단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빨리 보고서를 만들어 상부에 보고하고 식량 수입에 대한 결재를 받아 진행했다. 그동안 정부는 재고로 비축해두었던 비상식량을 출하해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렸고 한 달 후 수입 식량이 도착해서야 2018 식량대란을 겨우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사무관은 이것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공산품 수출을 용이하게 하고 농산물을 저가에 수입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었다. 그로 인해 국내 농업은 가격 경쟁이 되지 않아 아사 상태가 돼 버렸다. 물론 일부 뜻있는 사람들이 조합을 결성해 유기농업을 일으키는 틈새를 공략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우리나라가 식량대란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쌀의 자급자족율을 100% 유지했기 때문이다. 쌀시장을 지키고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박대진 사무관은 먼저 식량자급도를 높이는 것만이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농업의 부활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렸다. 그 보고서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도시 빌딩에서 태양 대신 LED 조명과 별도의 이산화탄소 주입, 로봇과 센서 등으로 시설을 자동 관리하는 도심 내 친환경 수직농장 개발기술¹⁾과 식량증산을 위한 광합성 기능 및 불량환경 저항성 향상기술²⁾, 유전체 기반 미래 육종 기술³⁾ 등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우리나라가 더 이상 식량대란을 겪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후 2023년 현재, 국내의 식량자급도는 70% 수준까지 올라왔고 계속 향상되고 있다. 그리고 식량의 수급상태가 전 세계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외의 작물 현황, 기후 현황, 국내의 식량 현황이 실시간 체크되면서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재빨리 대처하게끔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농업은 이제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2023년, 농민과 도시민 모두가 먹거리, 즉 우리의 생명줄을 다함께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 - 미래 기술]

 

1) 도심 내 친환경 수직농장 개발기술 : 도심 속 빌딩 안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수직농법 기술.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양분, 수분 등 생육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해 생물을 공산품처럼 계획 생산할 수 있는 농업시스템. 3~4년 후 기술의 실현이 예상됨.

 

2) 식량증산을 위한 광합성 기능 및 불량환경 저항성 향상기술 : 복합 재해 저항성을 지닌 품종과 친환경 작물성장 촉진물질, 작물보호제 및 활용기술 등을 이용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촉진하는 기술. 10년 후 기술의 실현이 예상됨.

 

3) 유전체 기반 미래 육종 기술 : 동식물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나 세포 내 소기관으로 직접 주입해 인공적으로 변형시킨 생물을 개발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기술. 해충이나 신종 바이러스에 강한 농작물 육종이 가능하나 GMO 안정성 확보가 관건. 3~4년 후 기술의 실현이 예상됨.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kistiscience/583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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