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이 관건이다 !
새해가 되면서 느닷없이 농촌진흥청을 없앤다는 ‘인수위’의 구상과 더불어 전국의 농업인과 관련자들의 속이 들끓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기술농업이 절실한 이 때 기술농업의 본산을 없앤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라.... 우리나라 농업기술을 위해서 연구의 땀을 쏟아왔던 농촌진흥청이 갑자기 조강지처(糟糠之妻) 신세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예로서 지난 2007년 1분기에 국제 콩 가격이 7불 내외이던 것이 연말에는 12불 수준으로 급등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농산물 수출에 사활을 건 모습을 보이던 11차 5개년 발전계획과는 달리 최근에는 총 84개 농산물의 해외수출에 대한 관세(13%) 환급을 폐지키로 했다. 이것은 치솟고 있는 중국의 국내식품가격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고자 중국 농산물의 해외수출을 억제하고자 하는 궁여지책의 일환인 셈이다.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식량 자급률이 급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을 비롯한 수입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제전반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농업기술을 소홀히 하다가는 경제성장은 고사하고 식량안보의 위기까지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까봐 걱정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웃 일본은 실패한 농업을 극적으로 회생시켜 보고자 강력한 농산물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수출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고품질과 식품안전성이 그 관건이며, 이는 다시 첨단 농업기술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일본의 쌀을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쌀의 수입관세율을 무려 778%나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쌀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의 일반 쌀 판매가격의 20여 배 수준에 백화점이나 수퍼마켓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이것은 일본농업의 회생을 궁극적으로 농업기술의 향상을 통해서 얻고자 한 것이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농업기술 향상에서 찾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생산비에서 잃어버린 경쟁력을 첨단 농업기술과 유통전략에서 경쟁력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와 연계하여 막대한 정부예산을 증액시켜서 한국과 중국의 농산물 시장개척과 수출진흥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일본 정부는 2005년에 6.56억엔, 2006년에 12.5억엔, 그리고 2007년에는 23억엔 수준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였다.
이것은 농산물의 경쟁력이 부존자원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농산물의 진정한 경쟁력은 부존자원과 더불어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정부의 농업정책과 농업기술, 제도, 문화적 가치관 등의 종합적인 산물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농업분야에 투자를 저해하는 정책적 기조가 펼쳐지면 농업은 그 날로부터 경쟁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잘못된 정책적 기조는 농업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세계의 역사에서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어떠한 경우에도 농업기술을 소홀히 하고 농업인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정책은 위험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풍부한 부존자원을 갖고도 늘 농업이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도 많은 규정을 철폐하고, 농업부문의 장기적 투자를 자극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농업이 부흥하고 있다. 농업정책을 고치고 제도를 수정하면서 그 결과가 하늘만큼이나 달라진 셈이다. 그러나 잘못된 농업정책은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러시아의 농업은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을 폐지하여 민영화 한다는 정책에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2008. 2. 4.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업경제학과/ 박 준 근(전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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