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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식량위기 ‘강 건너 불’ 인가 (김성훈)

곳간지기1 2008. 3. 7. 09:07
[시론] 식량위기 ‘강 건너 불’ 인가
 <경향신문> 입력: 2008년 03월 05일 17:51
 

바야흐로 지구촌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곡물 값이 품목에 따라 50%에서 2배 이상 뛰어 올라 각종 식료품 가격과 일반 물가가 오르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식량파동 쉽게 회복안돼

과거에도 국제식량 파동은 기상 이변으로 대략 6~7년 주기로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곡물파동은 자연현상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합병증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첫째, 상습적인 기상 이변으로 곡물생산 증가율이 정체되고 세계 곡물 재고율이 1972년 식량파동 때보다 더 낮다. 둘째,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함에 따라 농업 생산비와 보관·저장·가공·유통·수송비 역시 크게 올랐다.

셋째, 세계 인구의 40%가 넘는 중국과 인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육류 소비가 2배 이상 늘어나 사료곡물의 수요를 폭증시키고 있다. 넷째, 미국 달러화의 지속적 약세와 금리 인하로 투기성 국제유동자금이 곡물과 원자재 투기에 몰리고, 세계 곡물시장의 메이저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다섯째, 주요 곡물수출 강국들, 예컨대 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아르헨티나·베트남·중국·인도 등은 자국의 식량수급 안정과 이익을 노려 수출을 금지하거나 수출세를 높이는 등 식량자원 민족주의(무기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와 터키 등 중동의 식량수입국들은 곡물 사재기에 나서는 등 국제시장에서 투기수요가 일시에 몰리고 있다. 머잖아 돈이 있어도 식량과 사료곡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식량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한국은 이런 국제적인 식량파동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쳐도 대비책을 세우기는 커녕 거꾸로 가는 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일조유사시에 대비한 식량기지로 정부가 수조원을 투입하여 조성한 영산강 간척지와 새만금 벌판을 자동차 경주장, 대형 골프장, 카지노, 호텔 등 상공 위락단지로 그 용도를 임의로 바꿀 만큼 한가하고 안이하다. 현재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전국 농경지의 60~80%가 농사와는 관련이 없는 도시의 투기자본과 ‘강부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에 의해 소유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그런데 이들의 농지소유를 합법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농지소유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연구기관은 조속히 농지법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식당과 가정에서는 연간 약 10조원어치의 음식물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있다.

새만금 개발 등 한가한 李정부

이래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의 몫이다. 애꿎은 서민층과 노약 빈민층이 맨 먼저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다. 당장 대단위 농업용지로 개발한 양대 간척지의 용도전환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매년 4만㏊가량의 농경지가 도시용 및 산업 서비스용으로 사라지고 있는 잠식행위도 통제돼야 한다. 유휴 농지의 활용대책도 세워야 한다. 음식 쓰레기 과다발생 식생활문화 역시 시정돼야 한다. 이런 확고한 정책의지 바탕 위에서 해외자원 개발이라든지 수입처와 수입 방법의 다양화가 추진돼야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조선(한국) 놈들은 이마빡이 터져 피가 나야 정신 차린다”라고 했는데, 미증유의 국제적·구조적 식량위기를 맞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일부 사회지도층과 정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길 소망한다.

 〈 김성훈/ 상지대 총장 · 前농림부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