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 개발의 경제적 가치
지난해 영남권 신공항건설을 위한 입지선정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후보지역인 밀양과 가덕도간 경쟁이 10년 넘게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제3의 안으로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채택된 것이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가 대립을 벌여 왔으나 정부는 선정배경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정치적 요소가 아닌 경제성이라는 잣대이다. 전문기관의 평가결과 건설비용이 가덕도 약 11조원, 밀양 6조원인데 반해 김해공항 확장은 4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부문에서도 한정된 예산과 인력의 제약 하에서 신품종과 새로운 영농기술의 개발을 할 때에 경제적 가치라는 기준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개발된 기술들이 시장에서 거래를 한다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물론 농업인을 포함하여 소비자의 후생까지 고려하여 국민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는지, 다양한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최근 3년간 농업 R&D 사업으로 개발한 77개 영농기술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9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분석결과 벼 품종 ‘삼광’, 사과 ‘아리수’ 등 28개 신품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4조 1천억원으로 산출되었다. ‘삼광’ 등 4개 벼 품종의 파급효과는 1조 6천억원, 기후변화에 대응해 고온에서도 착색이 잘되는 사과품종 ‘아리수’ 파급효과는 566억원으로 계측되어, 민간에 이전할 경우 예상 기술사용료는 38백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술 개발사업은 농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면서 소득증대에 도움을 주었음은 물론, 기술가치 평가를 통해 기술이전 계약 건수도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주요 분석결과를 보면, 농작물 뿌리 근처의 토양환경 정보를 제공해 비료와 물의 과다사용을 억제해 농가소득에 도움을 주는 ‘토양센서기술 기반 정밀농업기술’ 등 31개 영농기술의 파급효과는 4조 2천억원으로 산출되었다. 누에고치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치과용 차폐막 등 18개 특허는 2,367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영농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은 현재 원가수준이나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시장거래 가치나 파급효과 산출로 제시된 결과는 농업 R&D의 필요성에 대해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업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시장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기 때문에 소비자의 물가안정은 물론, 맛좋고 품질 좋은 농산물의 소비라는 소비자의 후생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경쟁관계 심화, 국내의 소비심리 침체 등 국내외 농업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토지자원의 한계가 있는 우리 농업이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술집약적 농업으로 가야 하는데,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밀하게 계측하여 기술개발의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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