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득보전 직불제의 다양한 활용법
양승룡(고려대 교수) <농민신문> 2008. 3. 17.
2005년에 도입된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약정수매제 폐지와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쌀 생산농가의 중장기적인 소득 감소를 보전해주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제도를 통해 지원되는 이전소득은 쌀의 생산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요건을 갖춘 농가에게 지불되는 고정직불금과 시장가격에 따라 실제 쌀을 생산한 농가에게 지원되는 변동직불금으로 나뉜다.
최근 이 제도의 주요 정책변수인 목표가격의 인하와 고정직불금의 확대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관련 법률에 따라 과거 3개년 시장가격의 감소를 반영, 목표가격을 16만1,265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는 3개년마다 변경토록 돼 있는 목표가격을 기존 17만83원으로 고정하고, 그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확정해 청와대까지 가세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 다른 중요 이슈는 생산과의 연계효과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 감축대상인 변동직불 부분을 줄이는 대신에 고정직불 부분을 늘리는 논의다. 이에 대해서는 농수식품부와 농민단체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 속내는 사뭇 다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농정평가보고서에서도 권장한 바와 같이 농수식품부는 변동직불을 줄임으로써 생산연계 효과를 감소시키고 보다 시장지향적인 정책방향을 추구하는 반면, 농민단체는 복잡한 소득보전 방식 대신 아무 조건 없는 고정직불을 확대함으로써 소득보전 효과가 증가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보전직불제의 소득보전 효과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필자는 최근 소득보전직불제의 시나리오별 소득보전 효과를 분석해 농업정책학회에 발표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현재의 소득보전 구조 속에서 고정직불금을 30% 상승시키면 농가의 평균소득은 1.4% 증가하나, 소득 불안정성도 30%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현재의 소득보전금 전부를 고정직불금으로 대체하는 경우에는 농가소득이 오히려 1.5% 감소하고, 소득 불안정성은 무려 149%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현행 변동직불금 지불구조가 갖는 소득안정화 효과, 즉 보험의 기능에 기인한다. 고정직불금은 농가의 소득을 시장가격 등락에 관계없이 증가시키지만, 변동직불금은 시장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그 하락분을 크게 감소시키는 보험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농가의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시에는 고정직불 부분이 큰 것이 좋고, 가격 하락 시에는 변동직불 부분이 큰 것이 좋다. 만약 모든 소득보전을 고정직불로만 한다면 가격 하락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소득이 오히려 감소하고 가격 안정성 또한 하락한다. 따라서 현재의 정책구조를 고정직불로만 단순화한다면 소득 안정성과 보험의 기능을 희생한 대가를 고려해 더 높은 수준의 고정직불금이 책정돼야 할 것이다.
만약 현행의 소득보전직불제를 휴경농지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생산조정제와 연계하는 경우에는 농가소득이 4% 증가하고 소득 안정성도 52% 감소하지만, 정책비용은 13% 감소한다. 이는 생산조정제로 인한 재배면적의 감소가 시장가격을 지지하고 이에 따라 변동직불금이 51% 감소하기 때문이다.
쌀소득보전직불제는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농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하지만 다양한 정책변수와 디자인을 통해 농가와 정책목표에 보다 적합한 효율적인 메커니즘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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