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우리 쌀 이야기

들녘별 ‘쌀 최적 경영모델’ 만든다

곳간지기1 2008. 4. 8. 18:32

들녘별 ‘쌀 최적 경영모델’ 만든다

 

[농어민신문] 2008년4월7일자 (제2038호) 


농식품부 “100ha 집단화시 연간 쌀 생산비 1848억 절감 가능”

 

정부가 생산비절감을 통한 쌀 농가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농가단위로 쌀을 생산하는 기존형태를 바꿔 100ha 정도의 들녘별로 농가를 조직화하고, 쌀 전업농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는 ‘쌀 최적 경영모델’을 개발, 육성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일과 3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지자체 양정담당 공무원들과 농협, 농촌공사, 쌀 전업농, RPC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8 쌀 생산·유통 및 경영개선 연찬회’를 가졌다. 이번 연찬회에서는 쌀 생산 및 유통체계를 들녘별로 재편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임정빈 농림수산식품부 농산경영팀장은 “쌀 농가의 경우 농기계보급이 잘 돼 있어 100ha 단위로 묶어도 농작업에 큰 무리가 없다”며 “공동육묘와 방제, 농기계 공동사용 등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이 기대되고, 적기방제 및 수확, 품종통일 등을 통해 품질향상도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90호 농가가 100ha를 재배하는 곳을 시험한 결과 쌀 생산비가 농가단위로 계산하면 6억3000만원 가량 들었는데, 100ha에 속한 50~100농가를 집단화했을 경우 연간 생산비가 1억 3200만원 가량 낮아진다는 게 임정빈 팀장의 설명. 또 100ha로 집단화가 가능한 들녘이 전국적으로 1,400개소 가량 되기 때문에 연간 1,848억원의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 또 100ha 들녘 내 농가의 경우 1ha재배 시 소득이 2007년 기준 49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110만원 가량 늘어나고, 농가단위별 재배 시 364만원 정도 되는 경영비가 254만원으로 30%가량 줄어든다는 것이다.

임정빈 팀장은 “2015년 쌀 시장개방에 대비해 쌀 경쟁력 강화 및 농가의 경영개선이 필요하지만 쌀값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자재비나 작업비도 많이 올라 이를 통한 경영개선은 거의 한계수준에 와 있다”며 “이 사업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결국은 재배면적을 확대해서 경영을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들녘단위의 농가조직을 1시·군 1대표 RPC와 묶고, 이를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1시·군 1유통회사와 연계, 가공·유통·판매의 일관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50~400ha 규모로 22개소(시·도지자체 14곳, 농진청 시범사업 8개소)에서 ‘쌀 최적 경영모델’ 시범사업을 하고, 내년에는 40개소로 늘려 나가기로 했다. 또 내년에 예산이 반영될 경우 개소당 2억원(국고 40%, 지방비 40, 자담 20)의 사업비를 지원해 조직화·단지화를 유도키로 했다. 아울러 올해 중으로 쌀 전업농을 비롯해 들녘단위 조직체 대표농가 200명을 뽑아 쌀 농사경영에 대한 CEO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과 관련 경남 창녕군의 전남진 씨는 “창녕군의 경우 70% 이상이 양파, 마늘 등 이모작을 하고 있고, 대부분이 600평, 900평으로 필지를 쪼개놓았기 때문에 100ha를 조직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면적조정과 농기계 지원, 기존의 친환경단지조성 등 정부사업과의 중복지원 문제 등이 사전에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충북 증평군 관계자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영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 이라며 “농민소득이 오르지 않는 것은 결국 유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증평지역의 경우 쌀20㎏기준 4만원에 모 홈쇼핑에 납품했는데, 홈쇼핑에서는 5만7000원을 받는데도 불티나게 팔린다는 것. 유통마진을 감안하더라도 농민은 손해보고 유통회사만 남기는 구조가 문제라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었다.

이외에도 들녘별 농가조직화를 어떻게 할 것이며, 남아돌아가는 중고농기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품종통일 시 종자보급의 문제, 들녘별 대표RPC선정 문제 등이 논의됐다.

 

<서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