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단상/하늘목장 칼럼

무료 토스트 시식회에 줄서다

곳간지기1 2009. 4. 13. 08:54

“무료 토스트 시식회에, 줄서 있는 목회자 부부"


2008년, 9월 5일 오후 1시~  오늘은 수없는 날들을 사모하고, 고대하던 날이다.

무슨 날이냐면... 우리 동네 "토스트 굽는 사람들" 이라는 가게가 오픈하는 날인데..

오후 1시~5시까지, 무료 시식회가.. 예정되어 있다.

벌써, 한달 전부터 광고를 했는데.. 우리도.. 한달 전부터, 오늘을 기다려 왔다.

교회로 기도하러 오고 가는 길에, 광고 현수막을 보며, 얼마나 사모했는지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 않고, 가서 얻어(?) 먹어야지... 다짐하고, 결심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집의 경사(?)이다. 공짜로, 토스트를 먹는 날이기에..


드디어.. 오후 1시가 지나고, 2시쯤 되어.. 좀 뻘쭘하지만 어쩌랴..

먹고 살려면.. 이 정도의, 수고와 고생을 감수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 내외는 만사를 중단하고, 비장한 각오와.. 담대한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다.

(약간은, 어깨를 움츠리고..) 아뿔싸~

이 동네 사람들은, 죄다 토스트를 못 먹어본, 사람들인가 보네..

사람들이 어찌 많은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우리는 순간, 갈등했다.

어른으로서.. 그것도 목회자 부부로서(저들은 모르지만..),

꼭 이렇게까지.. 줄을 서서, 공짜 토스트를 먹어야 하는가?

그것도.. 한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반쪽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어른들은 얼마 안되고, 초등학생들과 중고생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눈이, 의식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우리 부부만 쳐다보는 듯 했다.

동물원 구경하듯,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줄을 섰다가 빠져 나가면, 더 이상하게 볼 것 같아..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부부끼리 힘을 합치고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굳세게 줄을 서서, 우리 순서를 기다렸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밀려 오고 있었다.

중간 중간, 우리 맘도 흔들렸다.

이게, 뭐하는 건가? 꼭, 이렇게 해야 하는가?

토스트에, 목숨 건 사람마냥...

이렇게 우리가 주를 사모했으면, 아마도 매일.. 주님이 토스트를 공짜로 먹여 주었을텐데...

한, 4-50분을 기다리며.. 나는 더 이상 목사라는 직분을 잊어버리고, 누가 새치기 할까.. 눈이 벌개져 있었다.

그리고, 거의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고개를 쭈욱 빼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큰 조각을 얻을까?

어떻게 하면.. 고기가 들어있는 것을 받을까? 심히 걱정하며, 마음을 조렸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다 못해, 포기하고.. 줄에서 빠져 제 갈길로 갔다.

그러나, 우리는.. 기다리는 것은 잘 한다.

광야학교에서, 배운 것이 기다림 아닌가?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이 있을까?

토스트 한조각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줄을 서는 고난을 감수하고 체면을 포기해야 함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었다.

드디어, 영광의 순간이 찾아왔다.

우리 차례다.

할렐루야.님 감사합니다.

눈을 부릅뜨고, 큰 조각을 골라 손에 잡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것 마냥, 좋아했다.

 

우리는.. 개선장군처럼, 발을 맞추어 집으로 향했다.

양손에, 토스트와 과일쥬스를 들고.. 쩌벅 쩌벅...

세상을, 다 소유한 듯, 부러울 것이 없었다.

속마음으로는 빨리 먹고, 또 다시 가서 줄 서면, 또 줄까? 생각했다.

우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얘들아, 토스트 왔다"

"이거, 보통 토스트가 아니란다" 꽁짜다, 꽁짜!!

무슨 전리품이라도 얻은 듯,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토스트를 받아든, 아이들은 시큰둥이다.

우리 내외는.. 한입도 입에 넣지도 못햇다.

애들 입에 넣으려, 그렇게 난리를 떤 것이다.(딸 둘)

 

나는 오늘 일을 겪으며, 허물 많은 육신의 부모도 이럴진대..

천상의 아빠 되시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려 하실까?

오죽하면, 독생자까지 내어 주셨을까?

마음이, 울컥해 진다.

토스트를 통해, 깨달은 주님의 사랑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엄마 아빠 한번 먹어보라고, 말도 안하고..

자기들 입에 쏘옥 넣듯이, 우리도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축복 받은 후에, 응답받은 후에, 주님의 은혜를 망각한 채.. 오히려 주님의 속을 썩일 때가, 너무 많지 않은가?


'이 놈의, 자식들...'

'어떻게, 얻어온 토스트인데... 부스러기도 안 남기냐?'

'나도, 토스트 무진장 좋아하는데...'

'내가 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토스트 반 조각에, 아빠의 정체성까지 흔들린다.

한 입만 달라 하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빠라는 체면 때문에..

속으로만, 투덜거렸다..

'두고 봐라, 다시는 얻어다 주나..'

 

그러면서도.. 마음이 서운하지 않은 것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그래도.. 못 먹어본 토스트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쩝쩝~ 내일 가서, 몰래 왕창 사 먹을까?

왜, 무료 시식회는.. 단 하루만 하는겨..

세일기간은, 한달씩 하는디..

분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또 갔다 올수도 없고..

괜시리, 먹성 좋은 자녀들이, 밉살스럽다.


주님이 내 안에서, 이런 감동을 주시는 듯했다.

"나도 널, 그렇게 키웠단다."

나를 이렇게 키웠을, 부모님이 뇌리에 스친다.

오늘 외출 후에.. 집에 와서.. 개떡이든 빈대떡이든 해 먹어야겠다.

오늘도 주님은.. 공짜 토스트를 통해..

기다림의 법칙과, 대가 없는 축복이 없음과,

주님의 형용할 수 없는 퍼주는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그 토스트는 공짜가 아니었다.

어떤 토스트보다, 값비싼 토스트였다.


끝으로..

나도.. 앞으로 세울 교회에,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

값없이 주는, 복음을 듣기 위하여..

거저 주는, 생수를 마시기 위하여..

그러기위해, 무료 복음 시식회를 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