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식량안보를 위한 해외식량기지 확보의 필요성

곳간지기1 2009. 2. 10. 18:53

식량안보를 위한 해외식량기지 확보의 필요성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박평식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을 넘어 ‘식량위기’가 강조되고 있다. 곡물수급 불균형으로 2006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밀, 콩, 옥수수, 쌀 등 주요곡물 가격은 2년 사이에 2~3배로 뛰었다 주춤하고 있다. 곡물 재고율은 1999년 31.5%에서 사상최저인 16%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식량 자급도는 27% 내외이지만, 밀(0.2%), 옥수수(0.8%) 등 주요 곡물은 해외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자급이 안되는 상황에서 쌀 등 국제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자원민족주의는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주곡인 쌀의 자급을 위해서는 국가적 총력을 기울인 결과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보급을 통해 ‘녹색혁명’을 달성했다. 주곡자급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었고, 특히 1997년 외환위기시 쌀 수량 사상최고(518kg/10a)를 기록함으로써 서민경제 안정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을 조기에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번에도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사상최고의 수량을 갱신하여 520kg를 기록하였다. 생활물가 동향(’07.1~’08.6)을 보면 국수(64.3%), 배합사료(44.7%), 두부(22.4%) 등 수입곡물을 이용하는 제품은 크게 오른 반면, 쌀은 소폭 상승(5.6%)에 그쳐 쌀 자급이 민생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400만톤 내외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그것도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어(84%) 특정국가의 작황이나 수출입 정책에 따라 수급여건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제한조치를 시작했고, 호주는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미국도 바이오에너지용 수요가 늘어나 수출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작년부터는 곡물 수입가격이 크게 올라 수입금액도 32억$에 이르러 무역수지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곡물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수입시장 다각화와 해외 식량기지 확보가 시급한 과제이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국내 자급기반을 최대한 확보하고, 선물시장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수입선 확보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되, 경지면적의 한계 등으로 국내 완전자급이 어려운 사정이므로 해외식량기지 개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번의 식량위기는 과거와 달리 유가상승에 따른 바이오에너지용,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확대, 경기침체와 달러화 약세 등 거시경제 요인, 투기자본의 곡물시장 영향력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식량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등락에 따른 대응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곡물가 상승시마다 해외 농업개발을 몇차례 시도하였으나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1960년대 정부 주도하에 남미의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에 농업이민을 추진했으나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였다. 1990년대 이후 연해주, 중국 등 민간중심 해외농장개발을 추진했으나 대규모영농 경험부족과 생산물 유통망 확보 실패 등으로 대부분 철수하였다. 다만 풀무원(중국), 남양알로에(멕시코, 연해주) 등 가공업을 하는 실수요자가 진출한 경우 판매망 확보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중국, 몽골, 필리핀 등 22개 단체·기업이 진출하여 절반인 11개소가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해외 식량생산기지 개발의 가능성이 있는 국가 중 그동안 검토가 없었던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 농업투자환경 조사를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27배에 달하는 광활한 토지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표적인 수출작목인 밀의 ha당 수량이 겨우 1톤 내외인 것을 보고 우리의 농자재와 기술을 투입한다면 생산성 증대의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왔다. 무한정한 토지자원을 가지고 있어 개발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수리시설 개량과 우량품종, 비료 등 기술을 투입하면 상당한 잠재력이 있음을 보았다. 물론 물류인프라가 장애요인이기 때문에 가공시설과 관련 산업을 연계하여 인접국가로 수출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해외 식량기지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이 낮고 자본 회수기간이 긴 농업개발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지역과 작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전략을 수립하여 진출해야 한다. 정부는 진출국가와의 협약체결, 제도적 및 외교적 지원, 정보 기술 제공, 금융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이나 공기업이 철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착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재배기술과 생산기반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고, 건조·저장·유통 등 수확후 처리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여, 유통인프라가 확보되어야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세계 식량위기는 농업개혁의 기회’라는 칼럼에서 ‘취약계층인 빈곤층의 굶주림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식량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식량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외 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쌀, 밀, 콩 등 국내외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해야 한다. 식량의 국내자급과 해외농업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경영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031-290-6819

원문보기 http://enews.rda.go.kr/0003/site/php/index.php?pageCode=articleView&idx=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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