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곡물메이저 불붙은 '식량전쟁'
- 다국적기업 대두 등 매집으로 시장 '흔들' -
중국 예비경계령…갈등 확대땐 한국도 영향
중국에 ‘식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곡물 기업들이 중국에서 곡물을 대거 사들이면서 중국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곡물은 핫머니(국제투기자금)와 함께 중국 사회를 흔들 수 있는 최대 위협 요인이다.
중국과 곡물메이저의 갈등은 확대되는 한국 농업의 중국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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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새해 곡물메이저 투자에 대한 ‘예비경계령’이 내려졌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해관총서(세관)는 최근 “외국 투자기업이 중국 식량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예비경계령을 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이 외국기업 투자에 경계령을 내리기는 드문 일이다. 새해 벽두부터 경계령을 내린 것은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중국 곡물시장을 뜯어보면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세계 곡물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의 중국 투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윌마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0억달러를 투입해 지린·랴오닝성에서 콩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계인 윌마 인터내셔널은 세계적인 식용유 제조업체로, 미국 ADM과 손잡은 기업이다.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도 동북지방 콩 사들이기에 나섰다. ADM과 루이 드레퓌스는 미국의 카길, 네덜란드의 번지와 함께 세계 4대 곡물메이저다.
중국경제시보에 따르면 ADM은 산둥·허난·허베이·헤이룽장·후난성에서 곡물 가공업체를 사들이고, 장쑤성에서는 식량저장 기업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중국의 식량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국 정부는 곡물 메이저들이 콩 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콩은 중국인이 많이 먹는 식용유의 원료다. 중국에서는 최근 식용유 파동이 일어 식용가격 폭등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주목되는 점은 ADM, 카길, 번지 등 곡물메이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중국 콩 가공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유지시장 원료와 가공식용유 시장의 75%는 이들에게 장악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에서 발간되는 경화시보는 “중국에 있는 97개의 대형 유지기업 가운데 64개사의 주식은 다국적 곡물회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서방 세계의 ‘경제공세’를 늘 걱정한다. 유엔이 권장하는 식량비축량은 연간 식량 소비량의 14∼17%다. 그러나 중국은 40%선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다.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의 리궈샹(李國祥) 연구원은 “해관총서가 예비경보를 발령한 것은 콩을 거울삼아 벼, 밀과 같은 주요 식량산업을 외자가 장악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올랐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곡물 가격에 중국 농민의 수입은 줄어들고 곡물 기업은 살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중심의 쉬샤오칭(徐小靑) 부부장은 “중국에서 식량은 정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이 13억 중국인이 먹고 살아야 하는 식량을 세계 곡물메이저에 맡겨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과 곡물메이저 간의 싸움이 전면화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9.01.12 (월) 20:43, 최종수정 2009.01.13 (화) 09:47
http://www.segye.com/Articles/NEWS/INTERNATIONAL/Article.asp?aid=20090112003913&subctg1=&subct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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