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량/식량안보 대응

일본,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농업 선택

곳간지기1 2009. 3. 18. 10:13

일본 농업은 식량안보의 보루, 경제위기로 귀농자 러시 

요즘 일본은 농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식품안전과 식량안보의 보루

역할을 하는 새성장동력이 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농업 붐이 일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는 농업취업 희망자를 위한 ‘취농(就農) 설명회’가 성황을 이룬다.

 전국농업회의소가 운영하는 인터넷 신규 취농상담센터에는 모집공고가 수백 건씩 떠있다.

 ‘고생만 하고 돈 못 버는 직종, 노인들만 일하는 직종’으로 천대받아 온 농업이

 일본에서 새 프런티어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농업은 새 성장동력 = 10일 일본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는 향후 10년간 일본 사회를 이끌 새로운 성장축으로 농업과 관광산업을 꼽았다. 세계적인 불황에 따라 수출의존형 성장모델이 무너진 뒤, 일본 경제의 향방은 내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다. 농업과 관광이 그 대안이라는 전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런 내용은 이달 말 발표될 ‘경제재정의 중장기방침과 10년 전망’에 담기게 된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상은 10일 경작을 안 하는 땅을 줄이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업 신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혈압을 내리거나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을 억제하는 등 치유기능이 있는 쌀을 개발하고 유전자를 조작한 누에고치로 만든 이식용 인공혈관 보급 등을 국가 프로젝트로 삼자는 안도 나왔다.


농업을 ‘6차 산업화’ 하자는 논의도 뜨겁다. 농림수산업을 1차산업, 제조업을 2차산업, 서비스 및 판매업을 3차산업이라 할 때 농업은 이 셋을 곱한 6차산업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농업을 단지 생산업이 아닌 재배해 상품으로 가공, 판매하는 총체 산업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가지 않은 길을 가자 = 최근 20년간 일본 농업종사자는 40% 줄었다. 이들의 60%는 65세 이상이어서 10∼20년 뒤에는 농부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지금도 경작 포기지가 전체 470만 ha의 8%인 39만 ha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에 대한 주목은 민간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 전국의 신규 취농자 수는 1990년 1만5000명에 불과했지만 2003년 8만 명을 넘었다. 귀농 희망자들이 많다 보니 인재파견회사 ‘농업 인턴 프로젝트’는 2003년 영농희망자 연수사업을 시작했다.


사회에서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연수생들은 그간 고령자로 가득한 농촌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농수산물 판로개척이나 상품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윈윈(Win-Win)’ 현상이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는 아예 귀농 희망자들로 이뤄진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근 100년간 계약재배 방식으로 농가에서 토마토를 사들여온 일본의 유명 토마토 주스 회사 가고메 식품은 1997년부터 토마토 재배에 직접 나섰다. 마요네즈로 유명한 큐피도 1998년부터 채소 생산 출하를 시작했다. 기업들의 참여는 농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위기가 귀농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시 실업자들의 고용대책으로 종업원을 고용하는 농업법인에 월 9만7000엔씩 보조해주고 있다. 시즈오카(靜岡) 현처럼 종업원을 고용한 법인에 월 20만 엔씩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 농업은 식량안보의 보루 = 농업 경쟁력 확보 논의는 근본적인 곳부터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최대 초점은 일본 정부가 쌀 가격을 유지하려고 40여 년 전부터 실시해온 생산조정제도를 수정하자는 것. 생산조정제도란 쌀 수요를 예측해 그에 맞춰 경작면적을 줄이는 대신 농가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제도다.


이렇게 조정 대상이 돼 쌀농사를 쉬는 농지는 전체의 40%에 이른다. 이 농지들을 더는 쉬게 하지 말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 문제는 정작 고령 농민들은 쌀값 폭락을 우려해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40% 미만으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다. 지난해 곡물가격 이상급등으로 식량 자급률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도 농업에 대한 관심을 달구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언젠가 ‘식량 위기’가 왔을 때를 생각하면 자급자족 농업의 확보는 국가안전보장의 근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