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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무한변신' [김재수]

곳간지기1 2009. 12. 17. 09:23


[매경춘추] 쌀의 무한변신/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쌀은 하늘과 땅, 태양과 물 등 자연이 인류에게 내린 축복의 선물이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생명이고 문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발굴된 곳이 우리나라며, 쌀농사 역사는 1만5000년이나 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식품이 쌀이며, 밥을 중심으로 떡, 식혜, 술 등 쌀로 만든 식품은 아주 많다.

 

쌀의 과잉 생산이 걱정이다. 492만톤에 이르는 올해도 생산량은 적정 수요량보다 많아 다양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생산조절과 소비촉진이나 간단하지 않다. 기후변화와 물 부족, 불안한 국제곡물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여유분을 가져야 한다. 농업 소득에 미치는 심리적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쌀의 건강 기능성이 재조명된다. 쌀은 양질의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등이 많아 영양적으로 우수하다. 채소, 생선, 육류 등 거의 모든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다. 신비한 기능성 물질도 많다. 쌀눈에는 감마 오리자놀이 많아 고혈압과 당뇨, 스트레스 등에 효과가 높다. 쌀밥은 고급 건강식품이자 종합영양제다. 우리 국민 비만율이 약 3.5%로 일본과 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은 쌀 중심 식문화 덕분이다.

 

쌀은 웰빙 트렌드에 알맞은 다이어트 식품이고, 약과 음식은 뿌리가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상품이다. 얼마 전 국순당 배상면 선생이 필자에게 보내온 ‘일본 제일의 맛있는 쌀의 비밀’이란 책에서 저자는 ‘가공식품에 알맞은 품종 개발’을 강조하였다. 농촌진흥청에서 술 만드는 설갱벼 등 기능성과 가공용 적성을 가진 41개 벼 품종을 만들었으나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 쌀은 약 95%가 밥으로 소비된다. 쌀 용도를 다양화하여 술, 떡, 빵, 국수, 된장, 기름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최근 막걸리가 부활하면서 3,000억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살아났다. 먹고 마시는 쌀 소비 위주에서 비식용이나 산업용 소비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쌀 종이, 쌀 용기, 미용제품, 포장기구 등 타 용도 활용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보자. 버리는 `무청 쓰레기`를 `시래기`로 변신시키는 우리 민족이다. 쌀의 무한변신을 통한 쌀 산업 발전을 기대해본다. 

 

[매일경제신문] 매경춘추 2009. 12. 10(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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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637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