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의 여야 합의가 임박한 가운데 폐지와 존치의 기로에 선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인 축산과학원에 최근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편지를 보낸 이는 지난 1월 근무 도중 쓰러져 향년 55세로 유명을 달리한 축산과학원 가금과 최철환 연구관의 딸 윤진(25)씨.
1979년 공직의 길에 들어선 故 최 연구관은 지난달 2일 가금과가 위치한 충남 성환 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로 새해 첫 출근을 한 뒤 근무 도중 쓰러져 다음날 숨졌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농촌진흥청은 아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로 시작한 윤진씨의 편지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자부심이 곳곳에 녹아있다.
"아빠는 휴일에도 양계인들에게 여러 통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빠의 연구를 바탕으로 양계업과 오리사육을 하시는 분들을 아빠는 늘 동반자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분들이 있기에, 그분들이 아빠의 연구를 더 빛나게 해 주셨기에 늘 고마워하셨습니다"
윤진씨의 편지는 농진청 폐지 방침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농촌진흥청에서 농촌과 토종닭의 미래를 위해 힘쓰셨던 아빠와 아빠의 동료 분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왜 인수위에서는 농촌진흥청이 필요없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학문을 연구하고 농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분들을 외면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윤진씨의 오빠 규현(28)씨도 "아버지가 근무 도중 쓰러지신 것에 처음엔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아버지가 그만큼 자신의 일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크다"며 "아마 동생도 그런 마음과 최근 농진청 폐지 소식에 안타까움이 일어 이런 편지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윤진씨의 편지는 "아빠는 비록 일찍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몸과 마음을 바친 농진청이 꼭 국가기관으로 존속되길 바랍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故 최철환 연구관은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닭의 산업화를 위해 전국의 토종닭을 수집, 생산성 향상을 위한 품종 개량 등에 지난 30년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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