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퇴출은 생명산업 포기행위 | ||||
새정부 조직개편안 신중한 재고를 / 영남일보 08. 2. 13 화제
새로운 시작이 있을 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이 뭔가를 고치려고 애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랜 전통 속에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긴 시간 동안 축적되어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서둘러 뭔가를 바꾸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리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또한 사람 몸에서처럼 맹장도 별 기능이 없고 쓸모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그건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 것이지 반드시 나름대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맹장을 떼어내고 나면 나중에 다시 붙일 수가 없는 것처럼 전체 시스템의 일부를 수정하거나 제거할 때는 신중한 판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의 조직 개편과 더불어 일부 부처는 통폐합을 하거나 없애기로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 변화를 시도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당위성이 있게 마련이겠지만,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에 의한 판단 착오의 누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농업도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자칫 농업은 전체 산업에 대한 비중이 낮다는 생각에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처럼 식량 자급률이 20%대에 머무는 국가는 만일의 사태에서는 국민의 존위와 직접 관련되는 산업이므로 단순한 저울질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농업은 그 특성상 작은 변화를만들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마찬가지로 잘못된 작은 착란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의 고통이 따르게 된다. 새 정부에서는 농촌진흥청의 성격을 바꾸겠다는 얘기가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근년에 농업연구기관을 독립행정법인으로 전환하여 호불호의 시비가 분분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농촌진흥청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생각하면, 농촌진흥청의 변화는 농업관련 산업뿐만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관련 분야까지 변화의 여파가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릿고개를 겪던 세대가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쌀이 남아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벌써 농업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이 여기게 되어버린 것 같다. 같은 공산국가로 몰락과 부흥의 상반된 변화를 보였던 소련과 중국은 다른 많은 여건의 차이가 있었지만, 국민의 식량자급 안정성에 따른 영향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석유 가격의 폭등과 그에 따른 대체에너지와 연관된 작물 및 사료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식량문제는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부디 농업의 중요성과 특성을 잘 파악하여 작은 실수로 국가의 백년대계에 누를 끼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전하준 (대구대 원예학과 교수) http://www.yeongnam.com/yeongnam/html/yeongnamdai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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