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먹거리 지키는 농촌진흥청"
1990년대 이후 UR과 WTO 협상, 한미 FTA 등 개방의 가속화 결과, 우리 식탁은 어느새 외국 농산물에 의해 점령당하고,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국적 불명의 농산물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해 무역수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우려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이 농산물 가격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서 자국 농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 할 수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중국산 농약만두 파동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우리의 먹거리를 우리가 생산하지 않으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나라 농업경쟁력 향상을 담당할 유일한 조직인 농촌진흥청을 폐지한다는 차기 정부의 인수위 발표를 접하고,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단순논리로 자율경쟁을 통하여 농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지극히 무지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농업은 경제논리로 해석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술농업을 통하여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국가기능을 포기하겠다는 지극히 납득할 수 없는 발상이다.
농업과 농촌의 식량안보, 공익적 기능, 자연환경보전의 측면을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의 개방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향후 북한의 주민과 식량문제로 심각한 상황이 예견됨에도 인수위의 발상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기본적인 상황인식조차 잘못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WTO 협정문에도 국가의 허용보조 정책으로 농업연구와 농촌지도, 병해충 예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서구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농촌과 농업 발전을 위해 수입농산물에 대한 규제를 철저히 하고, 자국의 농업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농업의 공공적 기능과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의 공급을 위한 정책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기본 도리인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국가 농업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으며, 고품질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농가소득 증대,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 발굴을 위해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그렇지만 신정부는 당장의 조직 축소로 인기몰이 하여 자칫 국민들을 오도하려는 듯하다.
농업연구는 그 특성상 신품종, 신기술 개발을 위해 몇 년 혹은 십 수 년의 시간을 소요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정부출연기관 연구소는 연구수주를 따내기에 여념이 없어 많은 시간을 요하는 기술개발은 엄두조차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매년 연구결과를 평가받기에 단기에 성과를 내는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신품종,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몇 년씩 연구에 몰두하는 진정한 연구자들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 자명하다.
필자는 25년여 간 농과대 강단에 있지만 농업연구기능을 민간에 맡기면 경쟁력이 생기고 더 잘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없다. 곧 다가올 통일국가 100년 농업대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시대착오적 논리로 농업을 2차산업화 시키겠다는 차기 정부의 잘못된 계산은 더욱 더 농업·농촌을 궁지로 몰고, 한 맺힌 농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질을 하는 행태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김성수 / 서울대 교수 [중부일보 ] 2008. 2. 14 동서남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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