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과 무더위를 지나면서 요즘 농산물 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다.
특히 미국, 러시아 등지의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에 따른 곡물생산 차질이 우려되어,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위기가 예견되고 있다.
마침 KBS1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서 인터뷰를 요청해 응하게 되었다.
질의 응답 내용 참고하시고, '식량안보' 특별히 더 관심 가져주시기 바란다.
KBS1R ‘성공예감’ 인터뷰 : 애그플레이션과 식탁물가
ㅇ 프로그램 :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
ㅇ 방송일시 : 2012. 8. 20(월) 08:40~50 (10분간)
ㅇ 담당 : KBS1라디오(FM97.3, AM711), 작가 이은희
ㅇ 출연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
[김방희 앵커] 우리나라는 쌀은 넘쳐나지만, 나머지 곡물은 거의 전량 수입합니다. 30%가 채 안되는 곡물 자급률은, 사실상 쌀이 다 채우고 있는 셈이죠. 이렇다보니,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는다는 소식은, 우리나라에 위기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요. 국내에 '애그플레이션'이란 용어가 등장한 지 불과 5~6년 만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으니까요. 그런데, 이미 곡물가 폭등에 따른 물가 상승과 수입의존도 높은 일부 곡물의 수급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과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을 알아보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와 말씀 나누죠. 박사님, 안녕하세요?
1) [질문]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현재 우리나라 곡물의 상당부문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쌀 외에 곡물이라 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 겁니까? (얼마나)
ㅇ [답변] 주식인 쌀을 제외한 곡물은 밀, 옥수수, 콩 등을 말합니다. (세계 4대 곡물)
ㅇ 우리나라 전체 식량자급률은 26.7%로, 쌀을 제외하면 95%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해 세계5위 곡물 수입국
- 주식인 쌀은 100% 자급하고 있지만, 밀은 0.8%, 옥수수 0.8%, 콩 8.7% 자급하고 있음.
2) 이렇게 들여온 곡물들은 바로 식량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가공 원료가 되기도 하고, 전방위로 쓰임이 많잖습니까. 그래서 더더욱 국제곡물가격 추이에 민감한 건데요. 어느 부분까지 곡물이 쓰여지나요?
ㅇ 전체곡물의 연간 수요량 약 2,000만톤 중, 대략 식량용이 500만톤(25%), 가공용 420만톤(21%), 사료용 1,000만톤(50%) 정도가 소요되고 있음.
ㅇ 밀(446만톤)은 사료용 45%, 가공 25%, 식량(빵, 라면, 국수 등 밀가루) 30%, 옥수수(856만톤)는 사료용 78%, 전분용 22% 등이고, 콩(124만톤)은 사료용 73%, 식용·기타(두부, 콩기름 등) 27%
3) 이미 국내 식음료 가격은 뛰는 상황인데요. 벌써, 국제곡물가격이 반영된건 아니죠?
국내 물가에는 언제쯤 반영될까요?
ㅇ 올해 수입곡물은 이미 확보하고 있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전망이지만,
- 2008년에도 국제곡물가격 상승분은 밀가루 4개월, 배합사료 7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침.
ㅇ 최근 곡물가격 상승분은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2012년말부터 2013년 1분기 국내 수입곡물 관련제품 가격에 반영될 전망
-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전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비 내년 1분기 물가는 밀가루 27.5%, 전분 13.9%, 식물성 유지 10.6%, 사료 8.8% 상승 전망임.
4) 당장의 물가 상승도 걱정이지만, 이런 곡물가 폭등현상이, 일시적인 기후변화나 국지적인 공급부족 때문이라면. 시간 지나면 해결되겠죠, 문제는 세계 식량사정이 넉넉지 못한데다 이번엔 투기세력도 많이 들어가고 있고,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주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해서요. 올해 국제 곡물가격 폭등 현상의 특징과 원인은?
ㅇ 지난 2008년의 사상 유래 없는 곡물가 폭등 현상이 신흥국의 식량수요 증가, 바이오에너지용(옥수수) 등 수요증가 요인이 크게 작용했던 반면,
ㅇ 최근 곡물가격 급등 배경을 보면, 1) 미국,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주요 지역의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생산 차질, 2)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저금리 기조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 투기자금이 곡물시장에 유입, 3) 신흥국들의 도시화 진전 등으로 곡물 경작면적 증가가 쉽지 않은 상황 등 중장기적 수급불균형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
5) 주요 곡물 생산국인, 미국 중서부 지방의 가뭄에서 비롯됐고, 곡물시장에 투기세력이 많다는 점에선, 5년 전 세계 식량위기 직전과도 흡사한 양상인데요. 이번 곡물가 폭등이 식량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이나요?
ㅇ 지난 2006년부터 2008년 중반까지 사상 초유의 곡물가 폭등(애그플레이션, Agflation)을 겪었고,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식량폭동과 정권붕괴 등 심각한 위기상황을 경험
- 저도 재작년에 DR콩고 KOPIA(해외농업개발)센터 소장으로 파견 아프리카 식량난을 현장에서 경험했음. 곡물 공급이 절대부족하면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
ㅇ 2000년 이후 세계 곡물가격의 추이를 보면, 2008년 이후 약간의 진정국면을 거쳤을 뿐,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 기후변화와 경지면적 제약 등 식량 공급측 불안요인은 구조적인 문제임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곡물가격 고공행진은 경기침체 속의 물가폭등(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큼.
6) 일본의 곡물자급율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상황이면, 우리처럼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을 법한데요. 오히려 일본은 지금 곡물 메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곡물 유통에 활발히 나서고 있죠.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 먹거리 확보에서 앞서갈 수 있었던 겁니까?
ㅇ 식량자급률이 우리보다 낮은 일본도 예외는 아닌데요, 일본은 1960~70년대 미쓰이, 미쓰비시 등 민간기업이 인도네시아, 호주 등에 옥수수 등 직접재배를 위한 해외농장개발을 시도했으나 실패를 경험
ㅇ 그 후 1980년대 중반부터 일본농협과 종합상사가 합작으로 미국내 곡물 수집 및 저장시설인 강변엘리베이터에 직접 투자를 하기 시작, 미시시피 수계 터미널 29개(17%)를 확보해 밀, 옥수수, 콩 등 곡물유통에 직접 나서고 있어 우리보다는 수월한 입장
7) 우리에게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과거 70, 80년대 초에, 곡물파동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여러 차례 시도했었던 적도 있고요. 이미 식량위기 조짐은 읽었다는 건데, 현재 해외 산지에 곡물저장소나 곡물유통기업들은 없습니까? (곡물 메이저 의존성 높고, 독자 조달시스템 빈약, 최근 변화 등)
ㅇ 우리나라도 1960년대 정부주도로 남미에 농업이민, 러시아 연해주, 중국 등지에 민간중심 해외농장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많은 어려움이 있음.
ㅇ 국제곡물시장이 큰손으로 일컬어지는 카길 등 5대 곡물메이저가 80% 이상 장악하고 있음.
- 우리나라도 메이저 의존성 탈피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합작으로 곡물유통회사를 설립, 최근 워싱턴주에 곡물터미널을 확보하는 등 늦었지만 노력 중에 있음.
8) 지금, 우리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선물을 통한 곡물 매입을 좀 더 활용하고, 마블링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했던 곡물사료 대신 풀사료를 늘리는 조치들인데요. 어느 정도 대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추가 보완책은)
ㅇ 최근 단기적인 대책으로, 곡물 선물거래 확대, 곡물 수입에 대한 금융지원과 할당관세 적용 등 지원을 강화하고, 축산농가와 사료업계에 부담 완화 지원, 볏짚활용과 사료작물 재배확대로 조사료 공급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흡함.
ㅇ 중장기적 대책으로, 1) ‘체계적인 곡물조달시스템’을 도입한 밀, 콩, 옥수수 등 곡물조달(해외비축 포함),
2) 농업생산성 향상과 콩, 옥수수 등 벼 대체작목 연구개발 강화 등 자급률 제고노력 강화,
3) 쌀, 밀 등 국내농산물 애용으로 식량작물 재배여건 개선,
4) 국내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농업 개발(농장 및 유통시설 확보) 등 식량안보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임.
[앵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평식 박사였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방송 다시듣기 http://www.kbs.co.kr/radio/1radio/plus/replay/1983136_54062
KBS에 회원가입한 후 2012년 8월 20일(월) 방송 '다시듣기'를 선택하면 6분-16분에 나옵니다.
'농업과 식량 > 식량안보 대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악의 가뭄이 일으킨 애그플레이션 (0) | 2012.10.11 |
---|---|
곡물가격 폭등에 대한 중국 CCTV 인터뷰 (0) | 2012.08.27 |
세계 식량문제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 (0) | 2012.02.01 |
우리나라 식량안보, 왜 중요한가? (0) | 2011.12.02 |
국민농업포럼 '세계 식량의 날' 메시지 (0) | 2011.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