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의 원인과 대책"
국제곡물가격이 연일 급등하여 밀, 콩, 옥수수, 쌀 등 곡물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올해 세계 곡물재고율도 14.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에 따른 식량위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하여 MBC TV 뉴스초점(2.28)에 출연하여 대담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애그플레이션 ?
최근 밀, 콩, 옥수수 등 세계 곡물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상승함으로써 각국의 물가상승 압박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영어로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이 합성된 신조어로,곡물가격 상승이 식품가격 전반을 상승시켜 결국 농산물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곡물수급 동향을 보면, 200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세계적으로 곡물소비 증가가 계속 일어났고 생산은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미 농무부(USDA)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 세계 곡물재고율은 14.6%로,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재고율 17~18%에 크게 못 미치는 사상최저 수준이다. 곡물재고가 줄어들면서 곡물의 국제가격은 2006년 후반부터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의 월평균 가격동향을 보면, ’05년초 평균가격에 비해 2008년 2월 현재 밀은 3.32배, 옥수수는 2.52배, 콩은 2.46배가 상승하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원인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공급은 감소하거나 불안정하고, 유가상승과 운임상승, 달러화 약세 등 거시경제 측면의 요인까지 가세했다. 수요측면의 요인이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원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요측면에서 보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BRICs)과 같은 신흥국들의 경제발전에 따라 국민소득이 증가되고 따라서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특별히 육류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사료곡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다음은 유가상승과 에너지 고갈에 따라 바이오 연료용 곡물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이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바이오 에탄올용 곡물 소비는 ’03년 3,400만톤에서 ’07년 1억톤으로 3배 증가했고, 미국의 경우 옥수수 생산량의 약 1/3이 바이오 연료에 사용되고 있다.
둘째, 공급측면에서 보면 지구온난화 등으로 최근에 가뭄, 폭우 등 기상이변이 많이 일어나 곡물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는 극심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05/’06년 2,500만톤에서 ’06/’07년 980만톤으로 급감하였고,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이 급감하여 곡물재고가 전반적으로 감소하였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재배면적 증가로 밀과 콩의 재배면적이 감소하였다. 그리고 최근 곡물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러시아,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등 수출국들이 밀, 보리, 옥수수 등에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이 밀 수출 제한조치를 발표하자 국제 밀 가격이 하루사이에 25%나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세계 곡물수급이 불안정하여 가격이 폭등하자, 1973년 세계 식량파동 때처럼 곡물을 무기화하는 식량자원 민족주의가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셋째, 거시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달러화 약세와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현상이 나타나는 등 금융위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니까 유동성 투자자본이 단기적으로 곡물이나 원유, 원자재 등으로 이동함으로써 곡물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유가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와 물류비 상승도 곡물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 곡물가격상승 국내 영향과 전망
곡물 가격이 오르면 식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그것은1차적으로 서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멕시코 등에서는 식료가격 상승으로 노동자들의 시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물가동향(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140.3%, 콩은 85.9%,옥수수 53.9% 등 큰 폭으로 올랐다. 따라서 라면, 빵, 국수, 과자류 등 밀가루 제품의 가격상승 러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쳐 사료곡물 가격이 올라감으로써 배합사료 가격이 평균 30% 이상 올랐고, 유가와 운송비 상승으로 농업경영비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UN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의 국제 곡물 수급전망을 살펴보면, 일부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가격상승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개발 국가들의 수요확대는 계속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 연료 수요증대와 유가상승 등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곡물가격의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방안
우리나라는 쌀은 자급하고 있지만 시장개방은 점차 확대되고, 기타 곡물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비관적인 전망에 따라 즉 식량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곡물 자급도는 28%에 불과하며 사료용 제외시 51.6%이다. 쌀 이외 주요 곡물의 자급도가 극히 저조한데, 밀은 0.2%, 옥수수 0.8%, 두류(콩) 11.3%, 보리 52.8% 등이다. 식량자급이 안되는 상황에서 세계 곡물 수급전망은 불투명하고 식량을 무기로 하는 자원민족주의는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국민식량의 안정공급을 위해 품종 및 기술개발과 보급을 통해 ‘녹색혁명’으로 주곡의 자급은 달성했으나,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컸던 밀, 콩, 옥수수, 잡곡 등에 대해서는 시장이 개방되고 연구투자에서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금강밀’, ‘우리밀’ 등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였으나 국내외 가격차가 커서 보급이 지연되고 있던 품종의 종자증식과 보급확산을 위해 시범단지를 확대하고, ‘참들락’ 브랜드 개발로 국산 밀 이미지 개선과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사료 자급을 위해서는 까락이 부드러운 ‘우호’, ‘유연’ 등 청보리 전용품종도 개발하고, 숙기단축과 수량성 제고(30톤/ha 이상), 사일리지 조제기술 등 사료가치 향상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료용 벼(녹양)와 옥수수(광평옥 등), 그리고 시장개방에 대응해 고품질을 지향하면서도 비상시에 대비 ‘안다벼(727kg/10a)’ 등 가공적성 다수확 벼 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그 밖에도 간식용 옥수수(찰옥4호 등), 논 재배 적응성 콩, 잡곡, 고구마 등 개발된 품종의 적응성을 높이는 실증시험, 여건변화에 따라 재배면적을 점차 확대할 수 있도록 종자증식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벼대체작목(9과제)’과 유채 등 ‘바이오에너지(17과제)’ 연구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1973년 세계 식량파동을 겪었고, 밀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농업은 생산기반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식량자급률 목표를 설정하고(2015년 주식용 54%), 사료 구매자금 특별지원(1조원), 청보리 등 조사료 생산확대, 수입곡물 안정확보를 위한 세제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곡물시장의 수급동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국내 식량 생산기반의 유지?확충, 수입선 다각화, 선물시장 활용도 제고, 러시아?남미 등 해외 곡물생산기지 확보 등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 평 식/ 농촌진흥청 경영정보정책관실 연구관 blog.daum.net/psp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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